[데스크라인]미래세대를 위한 '학교공간혁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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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라인]미래세대를 위한 '학교공간혁신'

'학생이 학교 교실을 재구성한다. 직접 기획해서 학생 스스로를 위한 공간으로 꾸민다. 학교 구석구석을 탈바꿈시키는 과정 자체가 하나의 교육 프로그램이 된다.'

교육부가 역점 사업으로 시행하고 있는 학교 공간 혁신 모습이다. 학생은 때로 즐기면서, 심각하게 토의하면서 그들의 공간을 바꿔 나간다.

공간은 우리에게 여러 의미를 준다. 나만의 것이든 함께 나눠 쓰는 것이든 모두에게 공간은 있다. 많은 시간 동안 머무르는 곳일수록 그 의미는 개인 또는 공동체에 각별하게 다가온다. 우리가 하루의 시작과 끝을 함께하는 주택, 때로는 집보다 더 많은 시간을 보내기도 하는 직장이 그렇다.

광주 마지초등학교 수업 모습
<광주 마지초등학교 수업 모습>

공간이 불편하면 사람도 불편하다. 몸에 맞지 않는 옷을 입은 것과 같다. 사람이 불편하면 모든 일이 잘 풀리지 않는다.

기업이 사업장 환경에 신경 쓰는 것도 마찬가지 이유에서다. 직원이 일하는 공간에서 불편함을 느끼면 생산성이 떨어진다. 불편함을 해소하는 것이 전부는 아니다. 공간을 어떻게 바꾸는 가에 따라 창의적인 아이디어, 협업 문화 조성 등에서 차이가 발생한다.

글로벌 기업은 일찌감치 공간 혁신에 공을 들였다. 에어비앤비의 아시아태평양본부(싱가포르)는 기본이 개방된 구조로 돼 있다고 한다. 3개 층 사무실 모두 원하는 사람을 한눈에 찾기 쉬운 구조이다. 각 층의 휴게실을 아침·점심 식사, 커피 등으로 구분해 서로 다른 층에 근무하는 직원이 자연스레 만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했다. 개방형 계단이 자칫 끊어지기 쉬운 공간을 잇는 기능을 한다.

마이크로소프트(MS)는 2008년부터 세계 각 지사에 스마트 오피스를 구현했다. '사람' '공간' '기술' 테마에 따라 공간을 바꿔 나갔다. 한국MS도 2013년 광화문에 새 사무실을 마련하면서 개인의 라이프·업무 스타일을 함께 고려했다. 이른바 '워라밸'(일과 생활의 균형)을 감안한 것이다.

공간 혁신이 기업만의 일은 아니다. 우리 미래 세대를 위해 학교 공간을 바꾸는 혁신이 필요하다. 지난날 빼곡히 늘어선 책상에 앉아 교단만을 바라보던 교실은 말 그대로 일방향 수업이었다. 서로 마주보기조차 어려운 교실에서 토론은 애초부터 불가능했다. 교실 주인인 학생과 교사는 뒤쪽에 과제물 몇 개 붙이는 것 말고는 공간 조성에 참여할 여지가 없었다.

늦었지만 우리 학교 교실도 달라지려는 노력을 하고 있다. 교육부는 올해 초 '학교시설 환경개선 5개년 계획'을 내놨다. 5년 동안 3조5000억원을 투자하는 계획이다. 1200개가 넘는 학교 공간을 미래 지향적으로 개선하는 시도다.

공간 혁신 사례로 알려진 광주 마치초등학교는 교내 곳곳을 학생들 아이디어로 바꾸고 있다. '엉뚱공작소'라는 공간을 꾸려서 학생들의 관심을 스마트폰 게임에서 창작으로 돌렸다. 학생들은 “직접 만든 공간에서 수업하니 더 재미있다”며 까르르거렸다.

교육부는 프랑스 사회학자 앙리 르페브르가 제기한 '공간 주권' 개념을 인용하면서 “학교는 학생과 교사가 주인인 공간으로, 스스로 학교 공간을 어떻게 구성할 것인가를 주체적으로 결정하고 변화시킬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요즘 안팎으로 어려움이 끊이지 않는다. 단기 해법은 어른들이 찾아 대응해야 하겠지만 멀리 내다볼 때 최선의 해법은 미래 세대의 창의력과 협업 역량을 기르는 것이다. 학교 공간 혁신이 중요한 밑거름으로 작용할 수 있다.이호준 정치정책부 데스크 newlevel@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