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년 걸린 '게임 결제한도' 폐지...한 달 만에 '도로아미타불' 되나

ⓒ게티이미지뱅크
ⓒ게티이미지뱅크

모든 게임의 월 결제 한도를 다시 제한하려는 국회 움직임이 포착됐다. 문화체육관광부가 PC온라인게임 성인 결제 한도를 폐지한 지 한 달도 지나지 않은 시점에서 나온 입법 시도다.

게임산업협회 중심으로 각 게임사가 자가 한도 시스템을 구축하고 있는 가운데 나온 새로운 규제 추진에 게임업계는 난감함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25일 국회에 따르면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소속 김경진 의원(민주평화당)이 게임산업진흥에관한법률 개정안 발의를 위해 각 의원실 법률안 담당 보좌관·비서관에 협조 공문을 보냈다.

개정안은 정보통신망을 통해 제공되는 모든 게임물에 대해 결제 금액 한도를 상정, 게임과몰입·중독 예방 강화를 골자로 한다. 세계보건기구(WHO)의 게임이용장애를 게임중독으로 규정하고 과몰입과 중독이 사회 문제로 대두하고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이를 위해 게임물 이용 관련 결제 금액 한도를 설정하라는 제12조의3 제1항 제7호를 신설한다.

개정안은 월 결제 한도를 사행성 게임뿐만 아니라 정보통신망을 통해 대중에 제공되는 모든 게임물에 적용한다. 지난달에 폐지된 PC온라인게임을 포함해 모바일·콘솔 게임 모두가 포함된다. 개정안이 통과되면 PC온라인게임에 국한된 과거보다도 규제 범위가 더 넓어지게 된다.

게임사들은 난감한 입장을 보이고 있다. 현재 게임사들은 지난달 27일 문체부가 PC온라인게임 성인 월 한도를 폐지한 뒤 자가한도결정시스템을 도입한 상태다. 최대 1000만원으로 상한선을 정해 놓고 게임사마다 결제 한도를 결정하고 있다. 넥슨·엔씨소프트·스마일게이트가 100만원, 펄어비스·네오위즈·엠게임이 50만원으로 각각 기본 한도를 설정했다. 게임 이용자는 본인 의지로 월 한도를 설정할 수 있다. 월 2회 변경이 가능하다.

성인 월 결제 한도는 게임 산업의 대표 그림자 규제였다. 정부는 종전까지 게임 분야에서 무분별한 소비를 막는다는 명분으로 PC온라인게임의 월 결제액에 성인 50만원, 청소년 7만원으로 각각 상한을 두고 규제했다. 법적 근거가 없었고 모바일게임·영화 등 다른 분야와 비교할 때 불합리한 차별, 멀티플랫폼 적용 한계, 중소기업 시스템 구축비용 부담 등이 문제로 지적받아 왔다.

문체부는 문제를 인식하고 게임물관리위원회 관련 규정을 개정, 16년 만에 결제 한도를 폐지했다. 청소년 대상 결제 한도인 7만원은 종전대로 유지했다.

개정안에 따르면 월 결제 한도 폐지는 게임중독과 사행성을 조장한다고 보고 있다. 그러나 이에 대한 명확한 연결성을 증명하지 못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내년 3월 현재 웹보드게임에 한해서만 적용되고 있는 월 결제 한도 등 규제에 대한 재논의가 이뤄질 예정이었다. 입법 시도 자체만으로도 웹보드 운영 게임사들이 타격을 받게 될 것이라는 조심스러운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한 게임사 관계자는 “업계 자율로 과소비를 막을 수 있는 자가한도결정시스템을 도입하고 문체부도 모니터링을 하겠다고 밝힌 마당에 이 같은 입법 시도는 게임을 바라보는 국회 시선을 확인할 수 있는 사례”라면서 “정부 진흥책과 국회 규제책에 게임사만 여기저기 눈치를 볼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현수기자 hsool@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