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TO 제소 준비 박차가하는 정부…대통령·총리는 휴가취소하고 현안 대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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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게티이미지뱅크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우리 정부가 본격적으로 WTO 제소 준비에 나섰다. 일본 정부가 한국을 화이트리스트(백색국가)에서 제외할 경우를 대비해 국내 기업 설명회를 마련하는 등 실무 대비도 강화한다. 문재인 대통령과 경제부처 수장이 예정된 휴가를 취소하는 등 사실상 비상국면에 대비하는 모습이다.

WTO 일반이사회에 참석하고 돌아온 김승호 산업통상자원부 신통상질서전략실장은 지난 26일 WTO 회원국의 비공식 지지 의사를 받았다고 소개한 뒤 “한국이 편한 날짜에 WTO 제소에 나설 것”이라며 “열심히 칼을 갈고 있다”고 말했다.

WTO 첫 제소 절차는 '양자협의 요청서(request for consultation)'를 상대국인 일본에 내는 것으로 시작된다. 정부는 제소장 역할을 하는 양자협의 요청서가 제소범위와 성격을 한번 규정하면 수정하기 쉽지 않은 만큼 총력을 다해 양자협의 요청서를 작성할 계획이다.

외교적 해법도 모색한다. 다음달 2일 태국 방콕에서 열리는 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 계기 한미일 장관급 회담이 성사될지 주목되는 가운데 한일 간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외교적 해법을 강구한다.

26일부터 30일까지 중국 정저우에서 진행되는 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RCEP) 27차 협상에서도 일본 수출규제 문제가 논의될 수도 있다. 중재자 역할을 할 수 있는 미국의 경제통상 관계자를 상대로 한 정부의 설득전도 한 단계 마무리된 상태다.

산업부는 김 실장의 WTO 일반이사회 참석과 유명희 통상교섭본부장의 미국 방문으로 국제사회에서 일본의 옹색한 입장이 드러났다고 자평했다.

산업부는 일본의 수출규제가 자유무역에 관한 WTO 규범에 부합하지 않는다는 점과 미중 무역분쟁으로 어려워진 세계경제에 위협을 가할 수 있다는 점을 부각시켰다. 지난 1일 일본의 수출 규제 발표 이후 직접적인 맞대응보다는 국제 자유무역의 가장 큰 수혜국 중 하나인 일본의 이율배반적 행태를 부각하기 위한 노력을 펼쳐왔다.

산업부는 다음달 2일 화이트리스트 관련 일본 각의 결정에 대비해 이달 29일부터 반도체, 디스플레이, 자동차 등 20개 업종을 상대로 수출규제에 대한 업계 설명회를 연다. 지역 순회 설명회도 병행할 방침이다.

산업부 당국자는 “사실상 우리 주요 업종 대부분을 대상으로 하는 것”이라면서 “일본 제도 변경에 대한 주요 내용과 기업이 준비해야 할 사항, 피해 발생에 따른 지원 골자 등을 설명하는 자리”라고 설명했다.

백색국가에서 제외되면 우선 일본 수출기업이 일본 정부의 허가를 얻기 위한 서류를 내야 한다. 한국 측 수입기업에도 최종 사용자와 용도에 대한 자료를 요구할 수 있으므로 수입 신청서류를 신경 써 작성해야 한다.

28일 청와대는 문 대통령이 이달 29일부터 다음달 2일까지 예정됐던 여름휴가를 취소했다고 밝혔다. 일본 수출규제 조치가 지속되는데다 북한 탄도미사일 발사 등 대내외 변수가 쌓였기 때문이다. 이낙연 국무총리와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도 각각 다음달과 이달 말에 잡았던 여름휴가를 취소했다. 일본 수출규제 대응 주무부처인 산업부의 성윤모 장관도 이달 중순 계획했던 휴가를 가지 않았다.

강해령기자 ka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