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단상]수소의 가벼움

이재영 GIST 교수.
이재영 GIST 교수.

20세기 초 독일에서 출발해 대서양 횡단을 한 비행선 힌덴부르크호가 미국 뉴저지에서 폭발하는 사고가 있었다. 해당 비행선은 커다란 풍선 안에 값 비싼 헬륨 대신 가벼운 수소가스를 채우고 운행했다. 아직까지도 사고원인이 명확하지는 않지만 정전기로 인한 불꽃에 의해 화재가 일어났을 가능성이 있고, 안타깝게도 많은 사람이 운명을 달리했다.

종종 미래 SF영화인 스타워즈와 터미네이터 등에서 수소연료전지가 폭탄 구실을 하는 것으로 인식되면서 자연스럽게 수소폭탄과 연결하려는 움직임도 있다. 수소전기차의 저온연료전지는 섭씨 100도 이하에서 일어나는 수소의 전자 생산과 산소의 전자 소비에 의해 자발적으로 전기에너지를 생산한다. 두산중공업, 삼성에버랜드, 포스코에너지, SK 디엔디가 개발한 고온연료전지 발전을 살펴보더라도 섭씨 900도 이하에서 작동한다. 반면에 수소폭탄은 확연히 다른 반응과정과 상상하기 어려운 높은 온도에서만 폭발이 가능하다.

고속도로를 달리다보면 오른쪽 끝 차선에서 주황색 긴 통을 여러 개 싣고 달리는 튜브트레일러를 보는 일이 간혹 있다. 금속재질 용기에 180기압 압력으로 충전된 고순도 수소가 담겨져 있고, 전국의 다양한 장소에 안전하게 수소를 운반하고 있는 것이다.

수소는 세상에서 가장 가벼워서 700기압으로 압축하면 겨우 6㎏의 수소를 150리터의 커다란 저장용기에 안전하게 담을 수 있다. 수소전기차 저장용기는 특수 탄소소재로 외부의 열과 압력에 손실을 받지 않도록 제작돼 주변의 화재로 용기가 폭발할 가능성은 없다. 외부 충격이 있을 경우 자동수소누출과 발화로 인한 피해는 앞좌석은 물론 뒷좌석도 없고, 오직 용기가 담겨져 있는 트렁크에 한해서만 발생하다는 해외 연구기관 보고도 있다. 다만 수소 불꽃은 무색이라서 열을 감지해 경고할 수 있는 부대장치가 수소용기에 그리고 함께 배치돼야 한다.

내연기관 연료는 무겁다. 연료로 사용 중인 가솔린, 디젤, 액화석유가스(LPG)는 용기 밖으로 나오면 가라앉아 넓게 퍼지게 돼 발화되면 광범위한 폭발이 일어날 수 있다. TV와 영화에서의 폭발장면을 연상하면 알 수 있다. 반면에 수소는 공기보다 가벼워서 가라않지 않는다. 지하주차장과 같은 닫힌 공간에서 수소가 누출돼 일정 농도가 되면 자연발화가 되지 않을까 걱정하는 사람들도 있다. 수소의 가벼움을 고려하면 결코 일어나지 않을 일이다.

하지만 5월 중순 강릉에서 그리고 6월 초 노르웨이에서 수소관련 사고로 큰 피해가 있었다. 이로 인해 여러 지자체가 추진 중인 수소충전소 구축 및 연료전지 발전 계획은 수소 생산, 저장 및 사용 안전성에 대한 논란과 함께 주민 반대로 인해 지연되면서 표류하고 있다.

수소 친환경성과 사회적 수용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국민이 막연한 두려움 없이 안심할 때까지 무거운 사명감을 지니고 정확한 이해를 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 그렇기 위해서는 수소전기차와 연료전지발전 안정성과 효율성을 확인시켜주기 위한 실증이 다각적으로 이뤄져야 한다. 이를 위해 광주와 전남은 공동으로 수소경제산업 현장에 적용 가능한 제품 실증과 인증 수립계획을 치밀하게 준비하고 있다. 지금 수소는 가볍지 않다.

이재영 GIST 에르틀(Ertl) 탄소비움연구센터 교수 jaeyoung@gist.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