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스템반도체 육성 기조에 국내 패키징·파운드리 '활기'

웨이퍼. <전자신문 DB>
웨이퍼. <전자신문 DB>

삼성전자가 시스템LSI사업부를 통해 자체 시스템반도체 비중을 늘리면서 국내 패키징과 파운드리 사업도 활기를 띄고 있다. 국내 시스템반도체 생태계를 확장하기 위해 설계 분야 외에 후공정 사업에도 국가적 관심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29일 업계에 따르면 국내 반도체 조립·테스트 아웃소싱(OSAT:Outsourced Semiconductor Assembly and Test) 업체들의 수주량이 급격히 늘고 있다.

OSAT 업체는 반도체 웨이퍼 공정 이후 후공정을 담당하는 회사다. 최근 삼성이 전력반도체, 이미지센서 등 시스템반도체 물량과 종류를 늘려가면서 OSAT 업체 생산에도 긍정적 영향을 주고 있다.

실제 금 범핑을 하는 LB세미콘은 최근 삼성전자와 협력으로 재미를 보고 있다. 삼성전자는 올해부터 LB세미콘에 PMIC(전력반도체) 범핑 작업을 맡겼다. LB세미콘은 범 LG계열 회사다. 주로 LG그룹 계열 시스템반도체 회사 실리콘웍스 칩 범핑 작업을 맡는다. 이 회사는 올해 처음 삼성전자 PMIC 물량을 수주했다.

LB세미콘 측은 “재작년부터 삼성전자 디스플레이 패널을 구동하는 DDIC(디스플레이 구동 칩) 범핑 작업은 했지만, 올해부터 IT기기 전력을 효율적으로 관리하는 PMIC까지 수주하며 물량이 늘었다”고 전했다.

LB실리콘 생산 능력(캐파) 중 삼성전자가 차지하는 비율은 지난해 1분기 4%였지만, 올해 25~30%에 육박할 전망도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삼성이 대기업 간 협력에도 적극적일 만큼 시스템반도체 역량 강화에 속도를 올리고 있다”고 밝혔다.

네패스, SFA반도체 등 패키징 업체들도 분주하다. 메모리반도체 패키징에 주력했던 SFA반도체 관계자는 “최근 삼성전자가 자동차 전장 사업 등 시스템반도체 영역을 확대하면서 시스템반도체 패키징 사업 비율도 높아지고 있다”고 전했다.

삼성 스마트폰의 새로운 경영전략도 호재다. 미·중 무역분쟁으로 아시아 시장에서 화웨이 영향력이 줄면서 삼성전자는 갤럭시A 시리즈 등 중저가 제품 생산 물량을 대폭 늘린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국내 파운드리 기업들이 쾌재를 부르고 있다. 삼성전자에서 요청한 물량 뿐 아니라 관련 부품 협력사 업체들의 주문까지 늘면서 파운드리 공급 부족 현상이 일어났다는 분석이다.

국내 파운드리 업체 DB하이텍은 올 1분기 영업이익이 전년 동기보다 76% 증가한 224억원을 기록했다. 이 같은 분위기는 당분간 이어질 전망이다.

DB하이텍 관계자는 “3~4월부터 공장이 100% 가동되고 있다”며 “보통 3분기에 최고점을 찍고 4분기 잠잠해지는 분위기지만 올해는 연말까지도 활발할 전망”이라고 전했다. 또 최근 일본의 불화수소 수출규제에 대해서는 “대비할 수 있는 물량이 갖춰져 있다”고 덧붙였다.

이 같은 움직임은 시스템반도체 시장 잠재성이 큰 만큼 국내 반도체 업계에도 긍정적인 현상이라는 분석이다. 다만 설계와 파운드리 분야에 집중된 시스템반도체 지원 외에도 후공정 등 다양한 관점에서 인프라 지원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있다.

한 패키징 업계 관계자는 “국내에는 패키징 업체가 몇 군데 없어서 패키징 물량이 많아져도 소화할 수 있는 물량이 제한돼 있다”며 “대부분 중화권 회사들이 가져가기 때문에 결국 남 좋은 일 하는 셈”이라고 지적했다. 또 “어려움이 잘 보이는 설계 분야 지원도 중요하지만, 후공정 기업 투자를 늘려서 생태계를 더 넓게 키우는 작업도 절실하다”고 덧붙였다.

강해령기자 ka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