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차 충전기 '1만대' 계량기 無...충전요금 오차 빈번

#서울에 사는 박 모씨는 최근 배터리 용량이 64㎾h인 전기차로 자신이 사는 아파트단지 내 공용충전기를 이용한다. 당시 전기차에 남은 충전량은 6㎾h. 그런데 충전량 66㎾h에, 충전요금 약 9300원이 통장에서 빠져나갔다. 결국 남은 충전량 6㎾h에, 충전량 66㎾h를 더하면 이 차에 72㎾h의 전기가 들어간 셈이다. 배터리 용량이 64㎾h인데 72㎾h의 전기를 담는다는 건 불가능한 일이다. 이 씨는 이 충전기엔 계량기가 없다는 사실을 뒤늦게 확인했다.

30일 업계에 따르면 정부가 2017년부터 민간 충전사업자를 통해 전국에 설치한 약 3만기 공용충전기(완속) 중에 1만기 충전기에 계량기를 내장하지 않았다. 이들 충전기는 충전사업자인 3곳을 통해 전국에 깔린 제품이다.

계량기가 탑재된 전기차 완속 충전기(오른쪽)와 계량기가 없는 충전기 내부.
계량기가 탑재된 전기차 완속 충전기(오른쪽)와 계량기가 없는 충전기 내부.

현행법상 전기차 충전기 계량형식승인 제도가 없기 때문에 계량기를 장착하지 않은 건 불법이 아니다. 하지만 최근 전기차 민간 보급 확대로 충전요금 과금 오류가 네이버 동호회 등 각종 전기차 사용자 커뮤니티에서 적지 않게 언급되고 있다.

이 같은 오류는 실제 자동차에 표시되는 충전량과 과금데이터에 나오는 수치가 다른 경우다. 보통 충전 오차범위는 -10%에서 10% 수준까지 나타났다. 충전량 오류는 충전 중에 배터리시스템 등 보호를 위해 냉각장치가 자동 작동하거나, 충전기와 차량 내 OBC(On Board Charger)까지 전력이 전송·변환되는 과정에서 일부 손실이 나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이는 1~2%에 불과하다.

계량기가 없는 경우, 보통 충전기 제작사는 별도의 자체 계량 알고리즘을 적용하는데 이는 전류·전압 값만 읽어 측정한다. 보통 계량기의 오차범위가 0.1% 수준이지만, 계량 알고리즘은 공식적으로 편차가 검증된 바 없다.

이 같은 민원 발생이 늘자, 산업통상자원부 국가기술표준원이 이달 초 '전기차 충전기 법정계량기' 기준 고시를 발표했다. 법규에 따라 내년 1월부터 신규 충전기는 법정계량기를 써야 한다.

하지만 문제는 2020년 이전에 전국에 설치된 충전기는 그대로 사용한다는 것이다. 정부가 충전요금을 50% 이상 할인해 주고 있어, 충전요금을 일일이 체크하는 일이 드물지만, 내년부터 점차적으로 충전요금이 오르기 때문에 향후에는 과금(계량) 오차가 소비자에게 큰 부담이 될 수 있다.

충전기 업계 한 관계자는 “도입되는 콘센트형 충전기를 포함해 이미 설치된 충전기에 대한 계량 성능 조사와 기술 보완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박태준 자동차 전문기자 gaius@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