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분석] 쌓여가는 사용후핵연료…'월성원전' 가동 중단 내년 4월이 마지노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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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성 원전 사용후핵연료 건식저장시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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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성 원전 사용후핵연료 건식저장시설.
월성 원전 사용후핵연료 건식저장시설.
📁관련 통계자료 다운로드1분기 원전별(경수로) 사용후핵연료 저장 현황

# 한국수력원자력은 중수로 월성 원전 사용후핵연료 저장시설 포화가 임박해지면서 원전 부지 내에 추가 임시저장시설 공사를 준비 중이다. 한수원은 이미 6300㎡ 규모 건설 예정 부지를 확보했으며 사용후핵연료 16만8000다발을 임시 저장할 수 있는 조밀건식저장모듈(맥스터) 7기를 포화 이전까지 준공한다는 계획이다. 목표 시기까지 임시저장시설 공사를 완료하지 못할 경우 우리나라 전력생산 2% 가량을 책임지는 월성 2~4호기 가동을 중단하는 초유의 사태에 직면한다. 이에 앞서 월성 1호기는 지난해 6월 폐로 방침이 결정됐다.

◇사용후핵연료 현황은

한수원은 월성 원전 부지 내에 맥스터 7기를 준공하는데 최소 19개월이 소요될 것으로 보고 있다. 월성 원전 사용후핵연료 기존 저장시설 포화가 예상되는 2021년 11월 이전에 공사를 마무리하려면 아무리 늦어도 내년 4월에는 착공해야 한다는 결론이다.

원자로에서 꺼낸 사용후핵연료는 높은 열과 방사선을 내뿜기 때문에 원자로 건물 내부 습식 저장시설에서 약 5년간 보관한 뒤 건식저장시설로 옮겨 임시 저장한다.

올해 2분기 기준으로 기존 저장시설 포화율은 습식이 83.13%·건식이 96%를 넘었다. 건식저장시설은 △원통형 콘크리트 내부에 강철원통이 1개씩 담겨 있는 캐니스터 △직육면체형 콘크리트 모듈 내부에 강철원통이 40개씩 들어있는 맥스터로 구분된다. 사용후핵연료 총 16만2000다발을 보관할 수 있는 300기 캐니스터는 2010년에 포화된 상태다.

맥스터 7기를 착공하기 위한 조건은 크게 세 가지로 구분된다. 원자력안전위원회 운영변경허가와 산업통상자원부 고준위방사성폐기물 관리정책이 수립돼야 한다. 이후 경주시에 공작물 축조신고를 마쳐야 본공사를 개시할 수 있다. 한수원이 목표 시점에 맞춰 맥스터 7기를 준공하려면 늦어도 내년 3월까지는 해당 절차가 마무리돼야 한다.

한수원 관계자는 “정부의 사용후핵연료 관리정책이 수립되기 이전에 원안위 운영변경허가와 지자체 신고를 마무리하면 맥스터 7기 공사를 시작하는데 법적으로 문제되진 않지만 현실적으로 관리정책 수립 이전에 착공하는 건 부담이 큰 상황”이라면서 “현 시점에서는 월성 원전 사용후핵연료 저장소 포화 이전까지 완공하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월성 원전 이외에 고리 원전(고리 2~4호기, 신고리 1~2호)·한빛 원전(한빛 1~6호기)·한울 원전(한울 1~6호기, 신한울 1~2호기) 등 사용후핵연료 저장시설 포화율도 70~80%를 웃돈다. 이들 원전은 2028년까지 기존 저장시설이 포화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에 경수로 원전 사용후핵폐기물 관리 대책 마련도 시급하다. 남은 시간이 10년이 채 안 된다.

◇사용후핵연료 처리 왜 늦었나

월성 원전 부지 내에 사용후핵연료 임시저장시설 확충을 '벼락치기 공부하듯' 추진할 수밖에 없는 배경이 관심이다.

정부는 1983년부터 사용후핵연료 관리시설 부지확보를 시도했지만 10차례나 실패했다. 2005년 주민투표 방식을 적용해 원전에서 사용된 장갑·작업복·일회용 신발·덧신 등 방사능 준위가 낮은 중저준위 방사성핵폐기물 처분시설을 경주에 짓기로 결정, 2015년 7월부터 가동 중인 게 전부다. 고준위 방사성핵폐기물 저장시설 확보는 지역주민 발발에 부딪혀 백지화됐다. 1990년 안면도, 1994년 굴업도, 2004년 부안 등이 대표사례다.

이에 따라 후보지 선정 이외에 수십조원에 달하는 재원 마련, 핵심 기술 개발도 늦어졌다. 우리나라 사용후핵연료 관리기술은 선행국 대비 60~70% 수준에 그쳐있다.

◇남은 과제는

한수원이 월성 원전 부지 내에 추가로 건설하는 맥스터 7기는 임시저장시설에 불과하다. 사용후핵연료를 재처리 또는 영구처분하기 전까지 30~80년간 보관할 수 있는 중간저장시설을 구축하는 것이 차기 과제다. 약 40년간 중간저장이 끝나면 사용후핵연료 독성 방사선 배출량은 처음의 1% 수준으로 줄어든다. 세계에 원전을 운영하는 31개국 중 중간저장시설을 보유한 국가는 22개국이다. 우리나라는 중간저장시설에 대한 정책을 갖지 못한 9개 국가에 포함돼 있다.

궁극적으로는 사용후핵연료를 영구 처분할 수 있는 시설을 마련해야 한다. 사람이 별도로 관리하지 않고도 생활권에서 영구 격리할 수 있는 상태를 일컫는다. 영구처분 방식으로는 심층처분·해양처분·우주처분·빙하처분 등이 있는데 국제원자력기구(IAEA)는 경제성·안정성 등 종합 관점에서 '심층처분' 방식이 가장 적절하다고 권고한다.

핀란드 정부는 2015년 11월 세계에서 처음으로 사용후핵폐기물 영구처분시설 건설을 승인했고 스웨덴도 2009년 부지선정을 완료한 바 있다. 지질학적으로 안전한 부지선정에만 약 20년이 걸린다는 점을 고려하면 우리 정부도 장기적이고 포괄적인 관리 정책을 수립해야 한다. 이 과정에서 주민 수용성 문제와 환경단체와 갈등을 극복하는 방안을 먼저 제시할 필요가 있다.

사용후핵연료 관리 정책은 현 정부가 적극 육성하는 원전 해체 산업과도 밀접한 연관이 있다. 원전에 있는 모든 시설과 장비들을 안전하게 해체해 자연 상태로 되돌리기 위해서는 사용후핵연료를 외부 저장시설로 옮겨 보관해야 한다. 결국 중간저장시설 대책이 없으면 '주택재개발 과정에서 화장실은 손도 못 대는 상황이 벌어질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 견해다.

앞서 산업통상자원부는 2035년까지 세계 원전해체시장 점유율 10%를 달성, 전체 5위 국가로 도약하겠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이에 따라 2020년부터 2027년까지 △사용후핵연료 관리 표준화 기술 개발 △사용후핵연료 관리 기술개발을 별도로 추진, '운반-저장-처분' 표준화시스템 및 안전규제체계를 정립한다는 계획이다. 저장용기 안전성을 사전에 확인하기 위한 '사용후핵연료 저장용기 설계승인 제도' 신설도 검토 중이다.

최재필기자 jpchoi@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