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일 경제전쟁]내년 日대응 예산 '1조+α' 편성…범정부 '소재·부품·장비경쟁력委' 구성

우리 정부가 '최소 1조원 플러스 알파' 규모 예산을 내년도 본예산 편성안에 반영한다. 일본 경제보복 대응용이다. 또 산업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 범정부 '소재·부품·장비 경쟁력위원회'를 구성한다. 일본의 화이트리스트(백색국가) 배제 조치가 장기화될 경우 우리 산업경제가 직접적인 타격을 입을 수 있는데다 글로벌 경제와 안보까지 위협할 악재가 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한일 경제전쟁]내년 日대응 예산 '1조+α' 편성…범정부 '소재·부품·장비경쟁력委' 구성

당정청은 이날 오후 국회에서 고위 당정청 협의회를 열고 이 같은 내용을 골자로 한 종합 대책을 마련했다. 일본은 지난 2일 아베 신조 총리 주재로 각의를 열고 우리나라를 수출관리 우대조치 대상국인 화이트리스트에서 제외하는 '수출무역관리령 개정안'을 의결했다.

당정청은 산업 핵심 요소인 소재·부품·장비 산업 경쟁력 강화를 1순위 우선과제로 꼽았다. 이를 위해 관련 예산, 법령, 세제, 금융 등 가용정책 수단을 총동원하기로 했다. 내년도 본예산 편성에 일본 대응 관련 예산으로 1조원 이상을 반영키로 했고, 범정부적 소재·부품·장비 경쟁력 위원회도 구성하기로 했다. 위원장은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직접 맡는다.

이낙연 국무총리는 이날 “일본의 잇따른 조치에 따라 양국은 물론 국제사회에서 세계 경제와 동북아 안보에 대한 우려가 나오고 있다”며 “정부는 일본의 경제 공격에 대해 상세한 산업 대책을 착실히 이행해 전화위복이 되도록 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소재부품 산업 저변 확대 △대·중소기업 협업적 분업체계 구축 △제조업 활성화 △청·장년 일자리 확대 등 4대 경제목표를 제시했다. 이를 통해 일본의 부당한 조치에도 흔들리지 않도록 근본적인 산업구조와 경제체질을 바꾸는 계기로 삼겠다는 계획이다.

이와 별도로 당정청은 이해찬 민주당 대표 제안에 따라 정세균 전 국회의장을 좌장으로 최재성 민주당 일본특위 위원장, 김상조 청와대 정책실장, 노형욱 국무조정실장, 성윤모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참여하는 일일 점검 대책반 가동도 검토키로 했다.

청와대와 정부는 국내 기업 피해를 최소화하는 중단기 대책을 세우는 동시에 밖으로는 일본이 조치를 철회할 수 있는 강도 높은 맞대응에 고심하고 있다. 우선 5일 소재부품장비 산업 경쟁력 강화 대책을 발표한다. 대책에는 100여개 전략 핵심품목을 중심으로 연구개발 등 매년 1조원 이상 대규모 투자 방안 등이 포함된다. 자립화가 시급한 핵심 연구개발(R&D) 과제에 대해서는 예비타당성 조사 면제도 검토한다. EUV와 OLED 등 차세대 시장에서 우리 기업이 선진기술을 확보할 수 있는 지원책도 담긴다.

경제 활력 및 시장 안정성을 제고하기 위한 추가 경제정책도 발표될 전망이다. 김상조 청와대 정책실장은 당정청 회의에서 “일본의 공격으로 시장 불확실성이 증가하고 이에 따라 기업 불안감도 높아지고 있는데, 어쩌면 아베 총리가 노린 측면이 여기에 있지 않을까 싶다”며 “정부는 경제 전체 활력을 불어넣기 위한 보다 광범위한 대책을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청와대는 업계 피해를 점검한 후 추가 지원책도 모색한다. 이를 위해 성윤모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3일 기업 현장 점검을 위해 '소재부품수급대응지원센터'를 방문한 데 이어 4일에도 업종별 단체 대표들과 '일본 수출규제에 따른 업종별 영향 점검회의'를 가졌다.

성 장관은 “그간 소재·부품·장비 산업 경쟁력 강화를 위해 노력했지만, 시장 진입 장벽 등으로 충분한 효과를 거두지 못했던 측면도 있었다”면서 “협력모델 성공을 위해서는 수요기업 역할이 중요한 만큼, 보다 적극 나서달라”고 주문했다.

문 대통령은 화이트리스트 제외가 본격 시행되기 전까지 기간이 남아 있는 만큼, 단기적으로 대화를 통한 해결을 최우선으로 삼을 전망이다. 물밑 협상을 통한 돌파구 마련에 총력을 기울일 것으로 보인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외교적 해결을 위한 다방면의 노력을 지속할 것”이라며 “이와 함께 국제무대에서 우리 입장을 밝히는 노력도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성현희 청와대/정책 전문기자 sunghh@etnews.com, 이경민 산업정책(세종)전문 기자 kmlee@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