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BA 칼럼] 안무의 저작권

한상훈 피디앤로법률사무소 변호사
한상훈 피디앤로법률사무소 변호사

한상훈 피디앤로법률사무소 변호사

최근 국제올림픽위원회(IOC)는 스위스 로잔에서 열린 총회에서 만장일치로 브레이크댄스를 2024년 프랑스 파리올림픽 정식종목으로 잠정 승인했다. 이를 이어 2019년 6월 세계댄스스포츠연맹(WDSF)이 주최하는 첫 비보이 세계선수권대회가 중국 난징에서 개최되었다. 젊은이들의 대중문화 한켠에 자리 잡아 오던 브레이크 댄스와 비보이 댄스가 그 예술성과 기술성을 올림픽과 세계선수권대회와 같은 글로벌 스포츠 이벤트에서 선보이게 된 것이다.

음악에 맞춰 움직이고자 하는 인간의 태고적 본능은 즉흥적인 몸짓에서 출발하여 표현과 구성이 가미된 춤 또는 무용이라는 장르로 발전해왔고, 그 예술적인 측면은 저작권으로 수용되고 기술적 경쟁적 측면은 스포츠 종목으로 이어졌으며 음악 산업과 결합하여 음악 비즈니스의 중요한 일부를 구성하게 되었다.

특히 오늘날 케이팝(K-POP) 확산의 주 무대인 유튜브(U-Tube) 공간에서 가장 핫한 콘텐츠는 바로 케이팝 커버댄스 영상이기도 하다. 여기서 주목하는 대상은 춤을 그리는 안무이다. 안무[choreography] 는 춤[舞]을 디자인[案]하는 것을 의미한다. 저작권법 제4조 제1항 제3호에서는 ‘무용저작물’을 저작물의 한 예로 들고 있다. 그리고 안무에 대한 입법해석론이나 관련 판례에 따르면, ‘동작의 형(形)’ 또는 ‘일련의 신체적 동작과 몸짓을 창조적으로 조합 및 배열한 것’으로 풀이되고 있다.

즉, 무용저작물에서 무용은 창의성이 발현된 실연의 형태이고 그 창의성은 안무가의 아이디어에서 시작된다고 볼 수 있다. 안무가는 춤의 각 동작을 창안하거나 여러 동작을 조합하는 방식으로 춤을 구성하는데, 이러한 안무의 결과물이 표현되는 장(場)으로서 무용 예술 공연장이 대표적일 것이다. 공연예술로서의 춤을 위한 안무 이외에도, TV 의 음악쇼나 뮤직비디오 등에서 댄서들의 춤 동작이 담긴 영상물을 통해 안무가가 구성한 춤이 표현되는 것이 일반적이다.

걸그룹, 보이그룹의 한류 음악 콘텐츠가 오프라인과 유튜브로 대표되는 온라인 영상물 시장을 장악하였듯이, 이에 발맞추어 구현되는 안무저작물 비즈니스의 다양한 모습을 곳곳에서 확인할 수 있다. 그 예로 스타들의 인기 댄스를 교습하는 학원 프랜차이즈, 커버댄스 영상 채널, 게임 캐릭터의 춤 동작 등을 들 수 있는데, 2012년 걸그룹 ‘시크릿’의 ‘샤이보이’의 안무가가 댄스 교습 학원과 강사들을 상대로 저작권 침해 금지 및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벌여서 일부 승소하였다 (서울고등법원 2012. 10. 24. 선고 2011나104668 판결).

이 판결에서 법원은, 이 사건 안무는 전문 안무가인 원고가 ‘샤이보이’노래에 맞게 소녀들에게 적합한 일련의 신체적 동작과 몸짓을 창조적으로 조합·배열한 것으로서 원고의 사상 또는 감정을 표현한 창작물에 해당한다는 점을 명확히 하였고 피고 강사들의 강습 행위도 이 사건 안무와 실질적으로 유사하다고 판단하였다. 이외에도 법원은 이 사건 안무의 저작권자가 원고임을 표시하지 아니하여 원고의 저작권자로서의 성명표시권을 침해하였고, 수강생들에게 이 사건 안무를 그대로 재현한 행위는 원고의 공연권을 침해한 것이며, 강습행위를 촬영 녹화하여 온라인 공간에 게시한 행위는 이 사건 안무에 관한 원고의 복제권과 전송권 침해라고 보았다. 그리고 교육목적을 위한 이용이라는 피고의 공정이용[fair-use] 항변에 대하여 이 사건 강습행위는 영리적인 목적을 위한 이용이므로 저작권법 제28조의 공정이용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하였다.

덧붙여, 안무 저작권과 관련한 일본의 사례를 보면, 아마추어 사교댄스를 소재로 한 영화 ‘쉘위댄스(Shall we dance?)’에서 이용된 댄스 안무를 창안하였다고 주장하는 원고가 2012년, 피고의 영화 비디오 판매, 대여, TV 방영 등의 행위로 인하여 자신의 안무 저작권이 침해되었다고 주장하며 재판소에 손해배상 청구를 한 사건이 있었다. 이 사건을 담당한 동경지방재판소는 사교댄스의 안무를 구성하는 개별 스탭이나 신체의 움직임 자체는 저작물성이 인정되지 않고 많은 수의 페어(fair)가 동시에 같은 춤을 추는 포메이션 댄스 자체는 저작권이 성립되지 않는 아이디어 영역에 불과하고 독창성이 발생하는 것으로 보지 않았다.

일찍이 안무저작권을 저작권청(US Copyright Office)에 등록하고 보호하는 것이 일반화된 미국의 경우, 1976년 개정된 연방저작권법에서 저작물은 매체에 고정될 것을 요구함에 따라 저작권 침해를 주장하는 원고는 안무 저작물에 대한 저작권 입증과 보호를 위하여 무용 동작에 대한 기록을 제출해야 한다. 즉 안무 자체가 저작권을 인정받기 위해서는 무보(舞譜)와 같은 종이매체 또는 모션캡쳐(motion capture) 기술을 통한 디지털 기록 등 안무 아이디어 표현의 고정이 필요하다는 의미이다.

최근 포트나이트(Fortnite) 등의 게임저작물의 등장 캐릭터 소개 페이지에서 각 캐릭터의 춤동작이 래퍼 뮤지션 ‘2milly’의 반복적인 동작과 유사하고 게임제작사[epic games]가 이를 무단으로 이용한 점에 대한 안무 저작권 침해 소송이 진행되고 있다. 래퍼 뮤지션의 반복적인 동작이 안무저작물로 인정받기 위해서는 안무 저작자의 아이디어가 일정 매체로 고정되었음을 미국 법원이 인정해야할 것이다.

한국콘텐츠진흥원이 발표한 2018 한국음악백서에 따르면 한국음악산업의 경제적 규모는 1조 2257억원이고 세계음악시장 순위도 호주, 이탈리아에 이어 9위권에 있으며 향후 5년간 예측 성장률도 4.8%로 발표되었다. 음악 산업의 확장세에 따라 음악 창작자가 그 기여에 따른 보상을 받을 여지가 점차 확대되고 있는 만큼, 작곡자, 작사자, 가수, 연주자 등이 활동하는 뮤직비즈니스계에서 안무가는 저작권자로서 댄서는 실연자[저작인접권자]로서 정당한 대우와 보상을 받아야할 것이다.

음악기획사나 뮤직퍼블리셔는 발매 예정인 음악콘텐츠에 새롭게 창작된 안무가 포함되어있다면, 해당 음원의 작가인 작곡자, 작사자, 편곡자 이외에도 안무자의 안무, 실연자인 댄서의 저작인접권도 음악저작권 관리와 보호의 대상으로 하는 내부 업무 프로세스를 도입해 나가야할 것이다. 문화체육관광부에서 지정한 음악저작권 신탁기관인 한국음악저작권협회는 기존 작가의 저작권 등록 범위에 권리자로서의 안무 창작자의 저작물을 등록하는 것을 적극적으로 고려해 볼 필요가 있다. 다만, 안무가의 저작권 등록을 위해선 실무적으로 해당 안무가 고정될 필요가 있을 것이다.

예를 들자면 작곡가의 악보와 같이 안무가가 무보를 제작한다거나, 특정 동작의 흐름을 모션캡쳐하여 디지털화(digitizing)하는 것을 생각해 볼 수 있겠다. 마찬가지로 저작인접권 신탁 기관인 한국음악실연자연합회도 실연자인 댄서의 실연권 보상에 더욱 관심을 기울여야할 것이다.

2012년 판례로 안무의 저작권이 공식화된 후, 안무가들이 모여 단체를 결성하는 등 권리자로서의 입지를 구축하고 권리 수호 주장을 공개화하고 있는 모습을 볼 수 있다. 그리고 댄스학원 프랜차이즈 이외에도 기존 음악콘텐츠의 안무를 활용할 필요가 있는 온라인 비즈니스, 스타트업, 1인 크리에이터 기반의 미디어 채널 등도 날이 갈수록 생성·발전하고 있어 안무에 대한 시장 수요도 눈에 띄게 증가하고 있는 추세이다. 특정 안무를 자신의 비즈니스에 활용하려는 사용자는 사전에 해당 안무가 음악저작권 신탁기관에 등록되어있는지, 또는 관련 뮤직퍼블리셔가 안무 저작권을 관리하는지 여부를 살펴본 연후에 이용허락 절차를 거치고 사용료[royalty]를 지불하는 프로세스를 정착시켜 나가야할 것이다.

이렇듯 저작권 신탁 단체, 권리자, 이용자 모두 안무의 저작권에 대한 인식을 제고하고 이를 실무에 도입하는 방안을 적극적으로 고려해보아야 할 시점이다. 다만, 그 전제로 해당 안무 저작물이 그 자체로 인간의 사상과 감정을 표현한 창작물이어야 함은 물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