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일 경제전쟁]日, 韓 반도체 때리다 日기업만 멍든다…불화수소 日단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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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이 우리나라를 '화이트리스트'(백색국가)에서 제외한 가운데 전문가들은 이보다 앞서 수출을 규제한 고순도 불화수소, 포토레지스트(감광액), 폴리이미드 등 3개 품목은 단기 및 중장기 해법을 찾은 것으로 분석했다. 일각에서는 국내 산업계가 안정을 찾으면 역으로 일본 소재업계가 역풍을 맞게 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7일 복수의 반도체업계 고위 관계자는 “(반도체업계) 불화수소 대책이 거의 마무리됐다”면서 “일본 이슈로 공장이 멈춰 서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국내 반도체업계가 일본산 불화수소를 대체할 부족분을 채우는 보완 수준을 넘어 일본산 불화수소 수입을 전면 중단 또는 비중을 낮춰도 문제가 없을 정도의 수급 대책이 확보됐다는 것이 산업 현장의 분석이다.

우리나라를 압박하기 위해 일본 정부가 꺼내든 불화수소 규제 카드가 힘을 잃고 오히려 일본 소재 업계가 판로 위축으로 피해를 볼 것으로 예측된다.

국내 산업계의 대응은 △재고 확보 △수입처 다변화 △국산화로 요약된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은 일본의 수출 규제 시행을 전후로 기존에 공급받은 일본산 재고를 대거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를 통해 일단 급한 불을 껐다.

여기에 수입처 다변화를 이달 말부터 본격 시행할 계획이다. 대체 불화수소를 테스트한 결과 적용이 유력한 것으로 파악됐다. 사안에 정통한 소재업계 관계자는 “최종 평가가 남았지만 큰 문제가 없으면 양산에 투입될 것”이라고 전했다.

이와 함께 9~10월에는 반도체 세정에 쓰이는 일본 불화수소와 순도가 같은 제품이 국내에서 대량 생산된다. 국산화를 추진해 온 국내 소재 업체 솔브레인이 증설을 다음 달 마치기 때문이다. 이 공장이 가동되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에서 필요로 하는 불화수소(액상=에천트 기준) 수요를 모두 충족시킬 수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초고순도 불화수소를 만들 수 있는 기술력을 갖춰 규모는 물론 품질 면에서도 일본산 불화수소 대체가 가능한 것으로 평가된다.

솔브레인은 일본 스텔라 불화수소를 수입, 정제한 후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에 공급해 왔지만 중국에서 원료(무수불산)를 사다가 직접 불화수소를 만드는 사업도 동시에 진행하면서 기술력을 축적했다. 솔브레인뿐만 아니라 다른 업체도 불화수소(에천트) 국산화를 준비하고 있다. SK머티리얼즈는 가스 형태의 불화수소(에칭가스) 국산화를 올해 말께 샘플 공급하겠다고 밝혔다.

일본 정부가 불화수소와 함께 수출 규제 대상에 올린 극자외선(EUV)용 포토레지스트는 국산화가 어렵지만 다른 경로를 통해 국내 반도체업계에서 필요로 하는 물량은 지속 공급될 것으로 알려졌다. 나머지 규제 대상인 불화폴리이미드는 사용량이 적고 국내 소재로도 대체가 가능하다.

결론적으로 단기부터 장기 방안까지 대책이 마련됐기 때문에 이제는 일본이 긴장해야 할 상황이라는 게 업계 분석이다.

반도체 업계 고위 관계자는 “신공장이 가동되고 수입 다변화가 이뤄지는 연말이면 일본산 불화수소를 완전히 배제해도 되는 때가 온다”면서 “일본도 손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다시 수출 승인을 내 줄 가능성이 있지만 국내 반도체 업체들이 앞으로는 일본 제품 비중을 낮출 것”이라고 말했다.

일본 소재 대체를 위한 국산화 움직임과 수입처 다변화를 예상하면서 외신도 일본 소재업계의 부담이 가중될 것으로 분석했다.

EE타임스 재팬 다카하시 유노가미는 최근 칼럼에서 “일본 정부의 압박으로 한국 업체에 위협도 되겠지만 일본 기업에도 큰 피해가 예상된다”며 “일본의 경쟁력에도 타격을 입혀서 결국 일본 정부가 제 무덤을 파게 되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도요게이자이신문도 “한국 반도체에 대한 영향은 제한적”이라며 “거꾸로 거래가 정체되는 사이 한국 내에서 불화수소 생산체제가 갖춰지는 일은 우려스럽다”고 분석했다.

국내 산업계가 하나씩 해법을 찾으면서 일본에 역풍을 일으키는 상황이 전개되는 셈이다.

일본 정부는 3대 품목 수출 규제에 이어 7일 우리나라를 수출 '화이트리스트'에서 제외하는 내용의 수출무역관리령 개정안과 시행세칙 '포괄허가취급요령'을 함께 공개했다.

당초 포괄허가취급요령은 백색국가 제외 관련 하위 법령으로, 1100여개 전략물자 품목 가운데 어떤 품목을 개별허가로 돌릴지를 결정하기 때문에 추가 피해가 있을 것으로 예상됐다. 그러나 일본 경제산업성은 이날 홈페이지에 올린 포괄허가취급요령에선 한국에 대해 개별허가만 가능한 수출 품목을 따로 추가하지는 않았다.

일본 정부가 개별허가 품목을 추가로 지정하지 않으면서 일본의 경제 보복 조치로 직접 타격을 받는 기업은 기존 반도체 업체 등 외에 현재로선 더 늘어나지 않았다. 산업통상자원부 관계자는 “한국을 백색국가에서 배제한다는 큰 틀 안에서 제도를 운용하기 때문에 세부 내용을 면밀히 분석해 봐야 하고, 이후 일본이 어떤 추가 수출 규제 조치를 할지도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정부는 8일 일본 수출규제 대응 관계장관회의를 열고 일본 무역법 개정에 대한 대응으로 일본을 우리 '화이트 리스트'에서 제외하는 방안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윤건일 전자/부품 전문기자 benyun@etnews.com, 강해령기자 ka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