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 설계사 설자리 없어지나"…AI 설계사, 보험시장 '다크호스' 부상

"보험 설계사 설자리 없어지나"…AI 설계사, 보험시장 '다크호스' 부상

#최근 인공지능(AI) 설계사에게 보험 보장 분석을 받은 유선주씨(29·여)는 이미 가입한 보험이 사망 보장 위주로 설계돼 보험료 효율이 높지 않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여성에게 발병 확률이 높은 질병(갑상샘암, 자궁암 등) 진단을 받게 되면 실제 혜택이 거의 없기 때문이다. 유 씨는 AI 설계사 진단을 따라 사망 보장을 암 진단으로 조정했다. 이로 인해 일반암·여성암 진단 시 기존 1200만원에서 3000만원, 소액암·갑상샘암 진단 시 360만원에서 1000만원으로 각각 보장액이 올라갔다. 반면에 보험료는 3만2722원(30년, 80세까지)으로 종전(4만7170원)보다 1만5000원 줄었다.

AI 설계사가 보험계약자에게 맞춤형 보장을 설계하면서 최근 보험 시장 '다크호스'로 급부상했다. AI를 기반으로 한 보험 진단·추천 서비스가 고객 관점에서 만족·적합도에 탁월하다. 특히 보험 산업 구조의 고질적 문제로 지적돼 온 계약 유지율도 100%에 근접하고 있다.

8일 보험닥터 플랫폼을 서비스하는 마이리얼플랜은 지난해부터 현재까지 18개월차 고객 전체의 보험계약 유지율이 98%라고 밝혔다. 보험닥터는 AI를 활용해 마이리얼플랜이 2015년부터 4년 동안 수집한 보험 진단 결과로 이용자 보험을 분석한다.

오프라인 기반 국내 보험사의 13회차 계약 유지율이 80%대라는 점과 비교하면 대조적이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국내 생명보험사의 13회차 계약 유지율은 80.7%이며, 손해보험사는 81.9%였다. 25회차로 이어지면 생보사와 손보사의 계약 유지율은 각각 65.5%, 67.8%에 불과하다.

2년 이상 보험계약 유지율이 60%대에 그친다는 것은 10명 가운데 4명이 보험에 가입하고도 단기간에 계약을 해지하고 있음을 말해 준다.

이는 보험 산업의 구조 문제와 직결된다. 설계사가 수수료만 챙긴 뒤 다른 회사로 이직하는 사례가 빈번하기 때문이다. 새로운 설계사를 배정받아도 신규 가입을 유도하기 위해 상품 탈퇴를 권유하기도 한다. 이 때문에 보험 산업 민원은 항상 상위권이다. 실제로 전체 금융권 민원에서 보험 관련은 60% 수준이다.

마이리얼플랜 관계자는 “내가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는 상황에서 설계사 일방의 권유로 상품을 구매하는 사례가 많아지고 있다”면서 “그러나 AI 설계사는 머신러닝을 통한 고객 중심 추천 플랜이 가능해 성공 요인으로 점차 부각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AI 설계사는 해외에서도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한 해외 대형 보험사는 34명의 보험 접수 직원이 하던 특약이나 조항 검색·분석 업무를 IBM AI '왓슨 익스플로러'로 대체했다. 이 회사는 AI 설계사로 생산성을 30% 확보할 것으로 보고 있다.

국내에서도 마이리얼플랜에 이어 핀테크 업체인 페르소나시스템과 DB손해보험이 내년 초 AI 설계사 서비스를 담은 'AI인슈어런스 로보텔러'를 선보인다.

한 보험업계 관계자는 “AI 설계사가 아직은 생소하지만 관심이 많다”면서 “보험사 입장에서 생산성과 보험 민원을 해결할 수 있다면 도입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박윤호기자 yuno@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