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경험'에 주목하는 은행권...고객 여정 분석·디지털 사이니지 도입

'디지털 경험 제공'이 은행권 생존 화두로 부상했다. 특히 올해 들어 점포 내 페이퍼리스 환경을 구축할 뿐 아니라 고객 동선을 분석하는 등 각 은행의 전략이 가시화됐다.

기업은행이 지난 3월 도입한 디지털 뱅킹존. 김도진 행장이 디지털 키오스크에 탑재된 음성 인식 기능을 체험하고 있다.
기업은행이 지난 3월 도입한 디지털 뱅킹존. 김도진 행장이 디지털 키오스크에 탑재된 음성 인식 기능을 체험하고 있다.

11일 업계에 따르면 KEB하나은행이 고객 여정에 따라 디지털 경험을 제공하는 사업에 착수했다. 그 첫 단계로 외부 컨설팅 제안요청서(RFP)를 발송했다.

'고객 여정'은 고객이 금융 상품 필요성을 인지하고 실제로 가입하기까지 모든 과정을 의미한다. 점포 내에서 고객 동선뿐 아니라 고객이 스마트폰으로 금융상품을 검색하는 행위까지 포함된다.

이 과정에서 발생하는 '미충족되지 않은 욕구(Unmet needs)'를 발굴하고 이에 필요한 디지털 전략을 수립하는 게 목표다. 모바일 뱅킹과 대면 점포 등 은행 전 채널에서 고객이 디지털을 체감할 수 있게 한다. 이달 14일까지 우선협상자를 선정하고 이후 18주 동안 컨설팅 받을 예정이다.

신한은행도 최근 영업점 내 디지털 사이니지 도입 사업을 추진했다. 디지털 사이니지는 비디오월(Video-wall)과 디지털포스터로 구성된 디지털 디스플레이 형태 홍보 플랫폼이다. 상품정보, 환율정보, 순번표시 등 정보를 큰 화면으로 제공한다.

일부 영업점에서 시범 운영한 후 점차 전국 영업점으로 확산시킬 예정이다. 사이니지에 들어갈 콘텐츠와 솔루션도 외부 업체와 협업해 개발한다.

우리은행도 지난달부터 디지털 사이니지를 주요 지점에 도입하기 시작했다. 앞서 1월부터 본점 영업부에서 시범 운영한 바 있다. BNK부산은행도 올해 디지털 사이니지 설치 대열에 가세했다.

KB국민은행은 '현금·서류 없는 점포'를 내걸었다. 1월 김포한강도시에서 처음 문을 연 KB디지털금융점에서는 고객이 대기 시간 없이 STM, 자동입출금기(ATM), 공과금 자동수납기 등을 통해 업무를 처리할 수 있다.

IBK기업은행은 3월 직원 없는 점포 '디지털 뱅킹존'을 도입했다.

디지털 뱅킹존에서는 바이오 정보(손바닥 정맥)를 통해 실명확인 후 금융 거래를 할 수 있다. 입출금통장, 체크카드, 적금 등 상품 가입은 물론 보안카드 발급, 비밀번호 변경 등 50여개 업무가 가능하다. 은행권 최초 키오스크에 음성인식 기능을 탑재, 사용 편의성을 높였다. 고객센터 직원과 화상상담도 지원한다.

NH농협은행은 내년 초까지 고객 스스로 예·적금 가입과 카드 발급 등 업무를 보게 하는 'NH-STM' 개발을 마칠 계획이다.

은행권 관계자는 “그간 고객이 점포를 찾아야만 했다면 이제는 은행권이 손님 중심 토털 서비스를 제공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며 “'디지털 경험'을 제공해야 금융 상품 수요가 있는 고객을 유치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함지현기자 goham@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