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라인]불법 보조금을 근절하려면

[데스크라인]불법 보조금을 근절하려면

후배가 5세대(5G) 스마트폰을 공짜(0원)에 구매했다며 자랑했다. 5G 스마트폰 출고가만큼 보조금을 받은 것이다. 통신사가 공시한 금액을 초과하는 것으로, 불법 보조금이다. 후배뿐만 아니라 주변에서 공짜폰, 버스폰, 마이너스폰 등 5G 스마트폰 구매 무용담이 차고 넘친다. 5G 스마트폰을 출고가의 30%에도 못 미치는 저렴한(?) 가격에 구매했음에도 공짜폰 무용담에 상대적 박탈감을 느낀다는 사람도 한둘이 아니다.

당초 예상한 것처럼 단말기 불법 보조금이 5G 상용화 이후에도 재현됐다. 이통사 간 불법 보조금 살포 경쟁은 이전보다 치열했다. 급기야 LG유플러스가 방송통신위원회에 불법 보조금 살포 혐의로 SK텔레콤, KT를 신고하는 이례적 상황도 연출됐다. 3사의 불법 보조금이 오십보백보라는 건 주지의 사실이다. 곳곳에서 실소가 터졌다.

불법 보조금으로 인한 공정경쟁 저해와 이용자 차별 등 부작용은 재론할 필요가 없을 정도로 익숙하다. 정부도 불법 보조금 부작용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수시로 규제와 제재를 동원했다. 그럼에도 불법 보조금은 20년 동안 지속해서 반복 자행되고 있다. 단말기 불법 보조금과 관련해 정부와 통신사가 쫓고 쫓기는 숨바꼭질을 한 것이다. 정부의 보조금 규제가 사실상 효과가 없었다는 방증이다.

전면 금지, 상한제 실시, 상한제 폐지 등 보조금 제도 개선은 물론 과징금 부과, 영업 정지 등 온갖 제재를 동원했지만 불법 보조금 근절에는 실패했다. 정부가 제재 수위를 높인다고 단말기 불법 보조금을 근절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하는 것도 무리다. 정부 단속이 강화되면 통신사는 더 은밀하게, 치밀한 방법으로 불법 보조금을 살포하곤 했다. 통신사는 수시로 클린 마케팅과 정도경영을 다짐했지만 공수표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다.

이동통신 시장은 사실상 동일한 요금제, 한정된 단말, 가입자 포화라는 고착화된 구조가 지속되고 있다. 통신 3사가 가입자를 유치 또는 유지하기 위해 보조금을 남발하는 걸 제외하곤 이렇다 할 묘수가 없다. 정부의 단말기 불법 보조금 제재에도 구태가 재연될 수밖에 없는 근본 이유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기존 구조에선 '그 밥에 그 나물'이고, '백약이 무효'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정부의 보조금 규제와 제재는 근본 문제를 방치하고 현상에만 집착한 결과라는 평가도 적지 않다. 20년 동안 반복되는 불법 보조금을 근절하려면 구조를 근본부터 바꾸는 걸 고민해야 한다. 같은 뿌리에서 다른 열매를 기대하는 건 어불성설이다.

낡은 것을 없애고 새로운 것을 펼쳐 내야 한다. 이통 요금 인가제 개선 또는 폐지, 보조금 분리공시제, 단말기 완전자급제 등 종전과는 다른 새로운 통신 시장 구조로의 전환을 고민할 시점이다. 출고가, 할부원금, 통신비, 보조금, 요금할인 등 복잡한 구조의 단순화도 마찬가지다.

20년 동안 단말기 불법 보조금이 뿌리 뽑히지 않는 기존 구조에서 해법을 모색해 봐야 결과는 불을 보듯 분명하다. 때마침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방통위 수장의 동시 교체가 예정돼 있다. 신임 과기정통부 장관과 방통위 위원장이 이통 사전·사후 규제에 대한 제구포신(除舊布新)의 각오와 함께 전향적으로 고민하길 바란다. 그동안 불법 보조금 근절 해법이 없은 게 아니라 실천하지 못했을 뿐이었으면 좋겠다.

김원배 통신방송부 데스크 adolfkim@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