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분석]침대에 누워 장보는 시대...위기의 대형마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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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분석]침대에 누워 장보는 시대...위기의 대형마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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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형마트 시대가 급격히 저물고 있다. 수십년 간 국내 유통업을 주도해온 대형마트는 올해 2분기 나란히 적자를 기록하며 침체기에 접어들었다. 경기 둔화와 소비 양극화 같은 거시적 여건뿐 아니라 소비 패턴 변화, 온라인 침투 등 구조적 수요 감소가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다.

13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이마트는 올해 2분기 71억원 영업손실(별도기준)을 내며 적자 전환했다. 할인점만 놓고 봐도 영업손실이 43억원에 이른다. 이마트가 분기 기준 적자를 낸 것은 창사 이래 처음이다. 매출마저 전년 동기대비 2.3% 감소한 3조4531억원에 그쳤다.

다른 곳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롯데마트의 2분기 영업손실은 339억원으로 작년보다 적자폭이 늘었다. 그마저도 해외 점포를 제외하면 국내서만 무려 500억원의 적자를 냈다. 매출도 1.5% 역신장했다. 비상장사인 홈플러스도 크게 다르지 않은 성적을 냈을 것으로 추산된다.

이마트 의왕점
<이마트 의왕점>

실적 부진의 가장 큰 원인은 소비 패러다임의 변화다. 출근길 지하철에서 생필품을 사고, 퇴근 후엔 침대에 누워 내일 아침 먹거리를 주문하는 게 일상화됐다. 온라인으로 고객이 몰리면서 자연스럽게 대형마트를 찾는 발길은 끊겼다.

온라인 맞불 차원에서 상반기 내내 진행한 최저가 경쟁은 마진율 감소와 객단가(인당 평균 구매액) 하락으로 이어지며 오히려 수익성에 악영향을 미쳤다. 객수 회복이라는 초기 목표도 달성하지 못했다. 방문객수가 줄면서 기존점 성장마저 꺾였다.

올해 2분기 이마트 기존점 매출은 4.6% 역신장했다. 올해 초부터 국민가격·블랙이오 등 저가 공세를 펼쳤음에도 지난해 2.8% 감소했던 것보다 하락폭이 커졌다. 롯데마트 역시 기존점 매출이 전년 동기대비 3.6% 줄었다.

완연한 하락세에 시장 눈높이도 낮아졌다. 14개 증권사는 사상 첫 적자를 거둔 이마트 목표주가를 하향 조정했다. 무디스와 스탠다드앤드푸어스 등 글로벌 신용평가사도 불확실성에 무게를 두고 이마트 신용등급을 한 단계씩 낮췄다.

박은경 삼성증권 연구원은 “7월에도 이마트 기존점 매출이 12% 역신장하고 3분기 들어 식품시장을 둘러싼 경쟁이 본격화된 만큼, 현 시점에서 실적 턴어라운드를 논하긴 시기상조”라고 밝혔다.

생존 위기에 내몰린 대형마트 업계는 발 빠르게 자구책을 내놓고 있다. 핵심은 온라인으로 돌아선 고객을 다시 불러올 수 있는 집객 전략이다.

이마트 상시 초저가 에브리데이 국민가격
<이마트 상시 초저가 에브리데이 국민가격>

이마트는 대량매입과 원가구조 혁신 통해 상시적 초저가 상품인 '에브리데이 국민가격'을 돌파구로 삼았다. 1차로 30여종을 출시하고 연내 200여종, 향후 500여종까지 확대할 계획이다. 단순 출혈 경쟁에 기댄 단발적 행사가 아니라 수익성을 확보하면서 지속가능한 가격 경쟁력을 가져가는 '초저가 구조'를 확립했다는 점에서 이전과는 차별성을 갖는다.

회사 관계자는 “대형마트가 온라인에게 우위를 점할 수 있는 핵심 경쟁력은 '저렴한 가격'이 아니라 '저렴하게 팔 수 있는 구조'”라면서 “소비자에게는 매장을 찾을 유인을 제공하고 수익성도 담보하겠다는 전략”이라고 설명했다.

롯데마트도 자체 브랜드(PB) 교통정리에 나섰다. 초이스엘·온리프라이스 등 경쟁력을 갖춘 PB브랜드 10개만 남기고 나머지 28개는 정리해 고객 직관성을 강화하고 운영 효율을 꾀했다. 상품 경쟁력을 갖춘 시그니처 상품은 올해 총 200개까지 늘리고, 2020년에는 가공·홈·신선 카테고리를 중심으로 총 300개의 상품을 운영할 계획이다.

고객 집객을 위한 '자율형 점포'도 확대한다. 본사 중심의 수직하달적 구조를 벗어나 현장 판단에 따라 탄력적인 운영을 담보하겠다는 것. 일선 매장에 비규격 상품에 대한 가격 조정권을 부여하고, 상품 진열도 상권 특성에 맞춰 유연하게 운용한다. 시범 운영한 자율형 점포 20곳의 경우 2분기 매출이 3.5% 신장하며 일반 점포 대비 월등한 성과를 거뒀다.

전태유 세종대학교 유통산업학과 교수는 “온라인 성장으로 소비 채널이 다양화되면서 선택폭이 넓어졌고 오프라인보다는 온라인을 통한 계획된 소비가 늘어났다”면서 “소비자를 마트로 불러 올 수 있는 킬러 상품 확보와 체류시간을 극대화할 수 있는 체험형 콘텐츠 확충 등의 다양한 시도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박준호기자 junho@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