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장에게 듣는다]신동렬 성균관대 총장 "인공지능은 비(非) 공대생에게도 좋은 기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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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동렬 성균관대 총장.
사진=이동근 기자 foto@etnews.com
<신동렬 성균관대 총장. 사진=이동근 기자 foto@etnews.com>

“인공지능(AI)은 인문·사회 등 비(非)공대생에게 좋은 기회가 될 것입니다. AI는 기술만의 영역이 아닙니다. AI 기술이 어느 정도 발전하면 응용분야가 훨씬 더 중요해질 전망입니다.”

서울시 종로구 600주년 기념관에서 만난 신동렬 성균관대 총장은 AI는 공대생보다 인문·사회대 학생에게 더 큰 가능성의 기회를 열어준다고 거듭 강조했다. 성대 역사상 첫 이공계열 출신 총장치고는 의외의 발언이었다.

신 총장은 “AI는 기술뿐 아니라 윤리, 규범, 법 등 인문·사회학생이 활용해서 적용할 수 있는 분야가 훨씬 많다”고 했다. 그러면서도 “조금 더 AI가 발전하면 AI 윤리 문제에 대한 논의가 시작될 것”이라며 “초기 데이터 세팅을 잘못하면 AI가 다른 결과 값을 낼 수 있어 사회에 큰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고 우려했다.

신 총장은 “잘못된 오류를 줄이기 위해서는 비공대생의 역할이 아주 중요하다”며 “AI가 침체된 인문·사회대학의 새로운 기회가 될 것”이라고 확신했다.

신 총장은 비공대생이 AI를 배우기 위해 기존 커리큘럼을 통째로 바꿀 필요는 없다고 선을 그었다. 성대는 기존 단과대에 AI를 흡수시키는 전략을 편다. 모든 학생의 AI 교육을 위해 2학기부터 단과대별 맞춤형 AI 과목을 개설한다. 학생은 전공에 특화된 AI 과목을 배울 수 있다.

신 총장은 “인문대생이 실제로 공대 강의를 듣기는 어렵기 때문에 인문계를 위한 AI 강의를 고민했다”며 “이미 인문사회계열 학생을 위한 '인공지능응용1' 과목을 개설했고, 2학기부터는 전체 단과대를 대상으로 맞춤형 AI 강의를 개설한다”고 말했다.

이런 움직임이 인문·사회대생이 AI를 이해하고 자기 영역에서 활용하는데 기여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학생 수요가 있다면 AI를 필수과목으로 지정하는 것도 검토 중”이라고 덧붙였다.

신 총장으로부터 AI의 중요성, 창업, 대학의 위기 극복 방안 등에 관한 의견을 들었다. 다음은 일문일답.

신동렬 성균관대 총장.
사진:이동근 기자 foto@etnews.com
<신동렬 성균관대 총장. 사진:이동근 기자 foto@etnews.com>

-AI 교육에 중점을 두는 배경은.

▲많은 이들이 AI를 두려워한다. 두려운 이유를 살펴보면 AI가 불러올 사회가 불확실하기 때문이다. 특히 직업을 구해야 하는 학생은 막연하게 AI를 어려워한다. AI 과목을 쉽게 접할 수 없는 비공대생은 더하다. 따라서 학교에서 AI가 어떤 것인지 정확하게 가르쳐줘야 한다고 생각한다.

AI는 일시적인 유행이 아니다. 이미 모든 산업과 생활에 다 스며들었다. 음성 비서, 외국어 번역 등 모두 AI로 움직이는 것들이다. AI를 통해 사람들의 생활이 개선되고 있다. AI는 지금보다 훨씬 더 나은 삶을 구현할 것이다.

상황이 이런 만큼 AI에 대해서 정확하게 학생들에게 가르쳐 주는 것이 대학의 역할이다. 인터넷이 생긴지 20년 만에 누구나 인터넷을 이용하는 것처럼 이제 곧 전공에 상관없이 AI를 이해하고 AI와 잘 소통하는 능력이 중요해질 것이다. 성대는 선제적으로 대응하고 있다.

스탠퍼드, MIT 등 세계적 대학은 인문·사회 전공자에게도 적극적으로 AI를 교육한다. 대학이 인위적으로 만드는 교육수요가 아니라, 사회변동의 흐름을 학교가 먼저 반영한 것이다.

성대는 2016년부터 전교생에게 소프트웨어(SW)교육을 의무적으로 이수하게 했다. 이제는 기본적인 SW뿐 아니라 자신의 전공분야를 SW와 함께 공부하고 응용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성대 학생이 SW, AI, 데이터 분석 능력을 갖춘 뒤 졸업한다면 자신이 취업한 분야 문제 해결에 전공능력과 SW스킬을 활용할 수 있다.

-대학생은 입학하면서부터 취업을 걱정한다. 학생이 갖고 있는 위기의 원인과 대안은 무엇인가.

▲우선 취업과 관련해서는 사고를 전환할 필요가 있다. 1학년 때부터 취업에 매달리는 것이야 말로 근시안적이다. 살면서 직장을 3~4번은 바꿔야 하는 시대가 왔다.

학생은 어떤 업종, 어떤 직무에서든지 일을 잘해나갈 수 있는 역량을 기르는 것이 중요하다. 대학생활 기간에 다양한 학문에 노출되고 다양한 경험을 해야 한다. 이를 위해 성대는 인턴십 제도를 활성화했다. 원한다면 다양한 인텁십에 참여할 수 있다. 미리 관심있는 직종을 체험할 수 있어 직종 선택에 큰 도움이 된다.

성대는 앞서 말했듯이 SW, AI 등 다양한 강의를 들을 수 있는 교육환경을 만들었다. 영어성적이나 스펙이 눈에 보기 좋은 '이목구비'라면, 역량은 체력을 결정하는 '골격' '근육'에 비유할 수 있다. 취업과 관련해서도 기초 체력을 기르는 일에 중점을 두고 있다.

대학 또한 학생 못지않게 변화해야 경쟁력을 갖는다. 최근 40조원의 이익을 내고도 1만여명을 감원한 GM이나 수 만명의 감원계획을 발표한 포드 사례를 예로 들겠다. 글로벌 기업은 산업구조의 변동을 예견하고 미리 변화하고 있다. 제조기업이 스스로 서비스기업으로 변신하는 것처럼, 대학도 20대 학생의 사회진출 준비기관이 아니라 사람들이 수시로 이용하는 지식 재충전 기관으로 탈바꿈해야 한다.

취임한 초기에는 교수들을 찾아다니면서 변화해야 한다고 설득했다. 미래에 대한 비전이 현재를 만든다며 5~10년 뒤 학생들이 사회에 나가서 제대로 일을 할 수 있도록 교수들도 변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교수는 가르치기만 했던 역할에서 벗어나 학생 중심으로 생각해야 한다. 일방적으로 지식을 전달하는 교육만으로는 부족하기 때문이다.

예전에는 전공 지식만 배워서 직업을 구하고 평생 잘 살 수 있었지만, 이제는 아니다. 여러 학문 분야가 융합돼야 한다. 학생들이 지식을 창출하고, 확산할 수 있도록 교수들이 도와줘야 한다. 학생 스스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능력을 키울 수 있도록 대학이 도와줘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변화하는 사회에 맞춘 융합 교육이 필요하다.

나아가 정부와 산업은 일자리 창출에 주력하고, 대학은 학생이 기본적인 경쟁력을 갖기 위한 현장 중심과 융합 교육을 추진해야 한다.

신동렬 성균관대 총장.
사진:이동근 기자 foto@etnews.com
<신동렬 성균관대 총장. 사진:이동근 기자 foto@etnews.com>

-성대의 산학협력 방향은.

▲성대는 지난 20년 동안 적극적으로 산학협력을 추진한 결과 삼성을 비롯한 국내 대기업과 협업으로 매년 50억원 정도 기술이전 수입을 거두고 있다. 산업체 연구비를 포함한 전체 연구비 수주액도 4000억원 규모로 성장했다.

성대는 교수 평가 항목 중 논문뿐 아니라 산학협력 비중도 높다. 대학의 연구가 기술이전이나 창업으로 이어지는 것을 유도하기 위해서다. 교수가 창업하는 데 걸림돌로 작용하는 많은 규제도 완화할 계획이다.

늘 '기업가적 대학(Entrepreneurial University)'을 강조한다. 기업가적 대학은 스탠퍼드나 MIT처럼 대학이 중심이 되어 기업과 함께 일자리를 창출하고, 사회에 기여하는 형태의 대학을 의미한다. 스탠퍼드의 디 스쿨(D-School)은 초기에는 기업과 연계한 대학원이었지만 지금은 그 자체에서 사회의 문제를 해결하고 기술개발과 창업까지 이어지는 형태로 발전했다.

대학은 거대한 사회 생태계를 구성하는 전문가들의 조직이자 기관이다. 생태계란 각 구성 요소가 서로 긴밀히 얽혀있고, 서로 영향을 주고받으면서 함께 발전해나가는 공동체 시스템을 의미한다. 대학은 사회가 가진 문제를 적극적으로 해결해주는 역할을 해야 한다. 대학의 학문이 사회와 멀어진다면 그 존재 가치는 의미가 없다. 대학의 공간은 단순한 실험실이 아니라 글로벌 사회, 정부, 지역사회, 기업의 적극적인 파트너로서 소통하고 협업하는 플랫폼으로 거듭나야 한다.

-성대는 산학협력에서 창업과 사회적 가치를 중시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구체적으로 설명해 달라.

▲성대는 기존 산학협력 모델에서 한 차원 더 진화해 대학이 개발한 기술을 직접 사업화해서 나아가서는 대학이 직접 창업할 수 있는 혁신적 형태를 만들고 있다. 우리 대학은 최근 스탠포드 연구소(SRI International)에서 일하던 분을 영입했다. 교수들이 가지고 있는 기술 중에 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고, 지속적 사업화가 가능한 연구 분야를 발굴하고 분석하는 작업을 시도한다.

올해 들어 5건의 교원창업 사례가 나왔다. 실제로 한 의과대학 교수는 유전체 분석을 통해서 혈액으로 암을 선별 검사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해 창업했다. 다른 의대 교수는 신경줄기세포를 이용하여 알츠하이머병 등 질병치료제를 개발, 창업했다. 이러한 교수들의 기술창업화를 체계적인 환경을 구축해 나가는 것이 기업가적 대학의 한 축이다.

이동기 화학과 교수는 올릭스라는 핵산치료제를 만드는 기업을 설립했다. 핵산치료제는 단백질이 정상적으로 작동하지 않아서 생기는 질병을 치료할 수 있도록 하는 역할을 한다. 이 교수가 고생 끝에 이 치료제 개발기술을 개발해 창업을 하면서 학교에 10억원 기부를 약속했다.

이처럼 단순히 돈을 벌겠다가 아니라 자신이 연구개발한 것이 상용화돼 사회에 좋은 영향을 주기 위해 창업에 참여하는 교수들이 많다. 이런 선순환적 창업 생태계를 구축해 나갈 계획이다. 학생, 교수 할 것 없이 대학에서 한 연구가 사장되지 않고 사회에 기여할 수 있는 분위기를 조성해나가겠다. 대학과 산업의 연결고리를 탄탄하게 만들어나가겠다.

신동렬 성균관대 총장.
사진:이동근 기자 foto@etnews.com
<신동렬 성균관대 총장. 사진:이동근 기자 foto@etnews.com>

-성대는 AI, SW 강의 등 다양한 교육정책을 선제적으로 펼치고 있다. 이 밖에 추진 중인 정책은 무엇이 있는가.

▲등록금은 동결됐고, 학생은 줄어드는 위기의 상황에서 대학이 혁신해야 한다. 제도적으로 수십년 동안 묶인 정책이 많아 다소 아쉽다.

학기제도 바뀌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미국처럼 방학이 5월부터 8월까지 3개월이면 해외 인턴이나 써머 스쿨을 방학동안 다녀와도 휴학할 필요가 없다.

또 학생들은 코딩, 캡스톤디자인, AI 등 SW 수업을 방학 중에 집중적으로 들을 수 있다. 개인적으로 약 3과목 정도를 탄탄하게 배울 수 있다고 판단된다. 현재 국내 대학 여름방학은 2개월밖에 되지 않아 뭔가를 제대로 배우기에는 다소 짧다. 교수들도 방학기간을 이용해 집중적으로 연구에 몰입할 수 있다.

물론 이를 위해서는 입학 날짜를 앞당겨야 하고, 수능 시험 날짜가 변경돼야 하기 때문에 쉽지는 않을 것으로 생각된다. 하지만 조금만 날짜를 변경하면 학생들이 얻는 혜택이 훨씬 많다.

4차 산업혁명은 새로운 시대를 맞이하는 것인데, 기존의 틀에 박힌 역량과 사고로는 혁신이 어렵다. 새로운 시대에 맞는 새로운 역량과 프로그램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서 성대는 다양한 혁신적인 정책을 추진할 계획이다.

[총장에게 듣는다]신동렬 성균관대 총장 "인공지능은 비(非) 공대생에게도 좋은 기회"

○신동렬 총장은…

산업계와 학계를 두루 경험한 전문가다. 성균관대 전자공학과를 졸업한 뒤 KAIST 대학원에서 전기·전자공학 석사 학위를 받았다. 대우중공업 기술연구소에서 주임연구원으로 근무했다. 1992년 미국 조지아공과대에서 공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삼성데이터시스템(SDS) 기술연구소에서 수석연구원을 지냈다.

1994년 성균관대 제어계측공학과 교수로 임용된 후 정보통신대학장, 지능시스템연구소 소장, 성균융합원장 등을 역임했다. 제21대 성균관대 총장으로 올해 1월 임기를 시작했다.

대담=이호준 정치정책부장

정리=전지연기자 now21@etnews.com

사진=이동근기자 foto@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