늘어나는 ICT 입찰담합 '두 달에 한 번 꼴'

글자 작게 글자 크게 인쇄하기
ⓒ게티이미지뱅크
<ⓒ게티이미지뱅크>

정보통신기술(ICT) 분야의 입찰 담합이 크게 늘고 있다. 최근 정부가 적발한 주요 입찰 담합 사건의 상당수가 통신·소프트웨어(SW) 등 ICT 업종인 것으로 나타났다. 종전의 건설 업종에서 두드러진 입찰 담합이 ICT 산업 전반으로 번지고 있는 것으로 지적됐다.

ICT는 우리나라 미래를 책임질 주력 업종이라는 점에서 우려가 크다. 입찰 담합이 관행으로 굳어지면 어렵게 확보한 경쟁력이 한순간에 무너질 수 있다. 정부가 엄정하게 법을 집행하는 한편 ICT 분야에서 입찰 담합이 발생하기 쉬운 문제를 발굴해서 해결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공정거래위원회의 입찰 담합 적발·제재가 ICT 업종에 집중되는 현상이 발생했다. 특정 업종을 겨냥해 조사를 추진한 것이 아님에도 ICT 기업이 계속 적발되면서 공정위 내에선 ICT 업종에 입찰 담합 관행이 번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됐다. 공정위 관계자는 “업종별로 집계하지는 않지만 건설업 다음으로 ICT 업종에서 입찰 담합이 가장 많이 발생하는 것으로 추정된다”면서 “최근 수년 사이 ICT 입찰 담합이 두드러지고 있다”고 말했다.

올해 공정위가 자료를 통해 공개한 주요 입찰 담합 적발 사건 6건 가운데 4건이 ICT 업종이었다. 2월 'ERP 시스템 구축용역'을 시작으로 4월 '온맵 서비스 고도화'와 '공공분야 전용회선사업', 8월 '국립병원 전자의무기록 시스템 운영 사업'에서 입찰 담합이 적발됐다. 2건은 과징금 부과로 사건이 종결됐지만 나머지 2건은 과징금 부과와 함께 검찰 고발까지 이뤄졌다. 그만큼 법 위반 정도를 무겁게 본 것이다.

지난해 공정위가 발표한 ICT 업종의 주요 입찰 담합 적발도 5건 이상이었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두 달에 한 번 꼴'로 ICT 입찰 담합 적발이 이뤄지고 있는 셈이다. 적발이나 마무리되지 않은 사건을 포함하면 이보다 훨씬 많은 사례가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

최근 수년 동안 작성된 공정위 의결서를 분석한 결과 단독 응찰에 의한 유찰을 방지하기 위한 담합 사례가 많았다. ICT 업종 특성상 사업 분야가 다양해 일부 영역에선 극소수 기업만 사업 수행 역량을 갖추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발주처가 담합을 직간접 유도하는 사례도 있다. 발주처가 사업 기간 지연을 우려해 단독 응찰을 피하도록 담합을 조장하는 경우가 대표적이다. ICT 1기 사업을 수주하면서 기업 내에 만들어진 조직이 2기 사업을 수주하지 못하면 축소·해체될 우려가 있어 담합한 사례도 있었다.

저가 낙찰을 피하기 위한 짬짜미, 거래 관계를 유지하기 위한 들러리 참여 등 타 업종에서 주로 발견되는 형태의 담합이 ICT 분야에서도 예외는 아니었다. 한편 ICT가 기간산업이 되면서 입찰 자체가 많아졌고, 자연스럽게 담합 적발 사례도 늘었다는 분석도 있다.

입찰 담합이 계속되면 결국 우리나라 ICT 경쟁력을 갉아먹을 것이라는 지적도 제기됐다. 정부가 엄정하게 법을 집행하는 한편 입찰 담합이 발생하기 쉬운 구조적 문제도 해결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공정위도 입찰 담합 사건 처리 과정에서 발견된 발주처의 제도적 문제에 대해 관계 부처와 함께 개선을 협의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공정위 관계자는 “입찰 담합은 경쟁을 통한 제품의 품질 향상을 막고 결국 국가 경제를 저해한다”면서 “의도하지 않았지만 입찰 구조상 담합을 조장하는 경우도 있는 만큼 관련 대책도 고민하겠다”고 말했다.

유선일 경제정책 기자 ysi@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