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BA 칼럼] 빅데이터 보호방안에 대하여

권성무 SBA 서울지식재산센터 변리사
권성무 SBA 서울지식재산센터 변리사

권성무 SBA 서울지식재산센터 변리사

2016년 세계경제포럼(WEF, World Economic Forum)의 클라우스 슈바프(Klaus Schwab) 회장이 “4차 산업혁명”을 강조한 이래, 4차 산업혁명을 이끌 수 있는 다양한 기술들에 대하여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대통령 직속기구인 “4차 산업 혁명위원회”가 설립되는 등 국가적으로 4차 산업 혁명에 대하여 초점을 맞추고 있다.

4차 산업 혁명이란 인공 지능, 사물 인터넷, 빅데이터, 모바일 등 첨단 통신기술이 경제·사회 전반에 융합되어 혁신적인 변화가 나타나는 것으로, 초연결, 초융합 및 초지능화라는 특성을 가지고 있다. 4차 산업 혁명 시기의 산업 생태계는 초연결 네트워크를 통해 빅데이터를 생성하고, 인공 지능이 생성된 빅데이터를 분석하여 초지능적인 제품 생산 및 서비스를 제공할 것이라 예상된다. 즉, 빅데이터를 양분삼아 인공지능이 적절한 판단을 하게 됨으로써 다양한 산업에서 발전을 주도할 수 있는 것이다. 이처럼, 빅데이터는 4차 산업 혁명을 이끌기 위한 시발점이라 볼 수 있다.

여기서, 빅데이터는 디지털 환경에서 생성되는 데이터로서, 그 규모가 방대하고, 생성되는 주기도 짧고, 수치 데이터 뿐만 아니라 문자와 영상 데이터까지 포함하는 대규모 데이터를 의미한다. 즉, 빅데이터는 데이터의 생성, 수집, 저장, 분석 및 표현의 처리 과정을 거치게 되며, 단순 데이터의 확보가 아닌 검색, 수집 및 변환을 통해 정제된 데이터를 확보하는 과정이다.

이러한 빅데이터는 그 자체로 의미가 있을 수도 있지만, 일반적으로 빅데이터를 활용할 수 있는 컨텐츠가 요구된다. 다시 설명하면, 컨텐츠를 의미 있게 만드는 것이 빅데이터이며, 빅데이터의 보호 없이는 컨텐츠를 보호한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할 수 있다. 따라서, 컨텐츠를 보호하기 위해 빅데이터를 보호할 수 있는 방법이 검토되어야 한다.

현행법상, 지식재산을 보호할 수 있는 규정을 살펴보면, 크게 특허법, 상표법, 디자인보호법, 저작권법 및 부정경쟁방지 및 영업비밀에 관합 법률(이하 ‘부정경쟁방지법’이라 한다)로 구분할 수 있다. 이 중, 상표는 상품표지 등을 보호하는 것이므로 빅데이터의 보호와는 맞지 않고, 디자인보호법도 물품의 외형을 보호하는 법률이므로 빅데이터의 보호와는 관련이 크지 않다고 보인다. 따라서, 특허법, 저작권법 및 부정경쟁방지법의 적용여부에 대해 검토해보기로 한다.

특허 제도는 일정한 요건을 만족하는 발명을 공중에게 공개하는 대가로 일정한 기간 동안 독점, 배타적인 권리를 부여받는 국가와의 공적 계약이다. 여기서, 특허로서 보호받는 대상은 “발명”이며, 우리 특허법 제2조 제1호에 따르면, 발명이란 자연법칙을 이용한 기술적 사상으로서 고도한 것을 의미한다.

여기서, 빅데이터가 특허로서 보호받기 위해서는 빅데이터 그 자체인 경우와 빅데이터를 분석하는 방법 측면에서 접근해볼 필요가 있다.

먼저, 빅데이터 그 자체인 경우, 특허·실용신안 심사기준에서 발명에 해당하지 않는 유형으로 규정한 “단순한 정보를 제시한 경우”로 볼 수 있어 발명에 해당하지 않는 유형으로 판단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 따라서, 특허의 대상 적격 자체가 흠결되어 다른 요건을 판단할 필요도 없이 특허로서 보호받기는 어려울 것이다.

다음으로, 빅데이터 분석방법 등의 경우에는 소프트웨어에 대한 발명일 경우가 매우 높으며, 컴퓨터 프로그램에 의한 정보처리가 하드웨어를 이용해 구체적으로 실현되는 경우에 한하여 발명으로서 보호될 수 있다.

설사, 발명으로 인정된다 하더라도, 다른 특허요건을 극복해야 하며, 특히 “진보성”을 인정받아야 한다. 특허는 본질적으로 기존의 기술을 진보시키는 행위에 인센티브를 부여하여 산업의 발달을 도모하는 제도이기 때문에, 비록 발명이 공지의 선행기술에 비하여 새로운 것이라 할지라도 그것이 보호할 가치가 있는 기술적 진보를 포함하지 않는다면 특허를 부여할 이유가 없다.

빅데이터 분석방법 등과 같은 소프트웨어의 경우, 다른 적용분야에서 활용되는 소프트웨어와 기능이나 작용이 공통되는 경우가 많다. 가령, “의료정보 검색시스템”이라는 프로그램 수단을 “상품정보 검색시스템”으로 적용이 가능하며, 이처럼 어느 특정 분야에 관한 컴퓨터 프로그램 수단을 다른 분야에 쉽게 적용할 수 있는 것은 진보성이 부정될 가능성이 높다.

결과적으로 빅데이터 분석방법 등도 태생적인 한계로 인해 특허로서 보호받기는 매우 어려울 것이며, 보호된다 하더라도 매우 제한적인 범위 내에서 보호가 될 것이다.

저작권법은 데이터베이스를 2003년부터 보호하고 있었으며 빅데이터를 데이터베이스의 일형태로 볼 경우 저작권법상의 보호가 가능할 것이다. 다만, 데이터베이스도 전체적으로 보호가 되는 것은 아니므로 저작권법상 규정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저작권법에서 보호되는 데이터베이스는 “소재를 체계적으로 배열 또는 구성한 편집물로서 개별적으로 그 소재에 접근하거나 그 소재를 검색할 수 있도록 한 것”을 말한다. 창작성을 고려하지 않으며, 컴퓨터에 의하여 자료를 저장 및 추출할 수 있는 형태의 것이나, 전자적 형태의 것에 한정되지 아니한다. 다만, 데이터베이스의 제작, 갱신 등 또는 운영에 이용되는 컴퓨터프로그램과 무선 또는 유선통신을 기술적으로 가능하게 하게 위하여 제작되거나 갱신, 검증 또는 보충 등이 되는 데이터베이스는 저작권법의 보호대상에서 제외된다.

저작권법은 데이터베이스와 함께 데이터베이스의 제작자에 대하여, “제작 또는 그 소재의 갱신, 검증 또는 보충에 인적 또는 물적으로 상당한 투자를 한 자”로 규정하고 있다.

여기서, 빅데이터로서 보호받기 위하여 가장 큰 문제가 되는 것은 빅데이터 제작자가 “상당한 투자”를 하였는지 여부이며, 빅베이스 제작자는 빅데이터의 수집과 관리, 검증을 위한 상당한 투자를 하였음을 입증하여야 한다.

물론, 단순히 데이터의 양이 많다는 점만으로는 상당한 투자를 하였다고는 보기 어려울 것이나 빅데이터 제작자의 규모, 데이터의 양을 수집하는 기간 및 데이터의 양을 수집하는 동안 소요되는 비용 등을 전반적으로 고려하면, 수집된 데이터의 양이 많다는 것은 “상당한 투자”를 하였다고 인정될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된다.

다만, 아쉬운 점은 데이터베이스와 관련된 규정에 대하여 해석상 불분명한 표현이 사용되고 있고, 이러한 표현에 대하여 아직까지 법원의 명확한 해석이 없어 이 규정을 적용함에 명확성이 떨어진다는 것이다.
 
부정경쟁방지법은 영업의 자유를 허용하면서도 타인의 성과물을 무단으로 이용하는 등의 불공정한 경쟁 행위를 적절히 규제함으로써 헌법상 보장된 영업의 자유를 실질적으로 보장하고 자유와 창의에 기반을 확립하기 위한 법률로서, 기성립된 빅데이터에 대하여 타인이 무단으로 활용할 경우 적용될 여지가 있고, 특히, 부정경쟁방지법 제2조 제1호 카목과 제2조 제2호에 따른 영업비밀 요건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부정경쟁방지법 제2조 제1호 카목은 부정경쟁행위에 관한 정의 규정 이외에 보충적, 일반적인 규정으로서, “그 밖에 타인의 상당한 투자나 노력으로 만들어진 성과 등을 공정한 상거래 관행이나 경쟁질서에 반하는 방법으로 자신의 영업을 위하여 무단으로 사용함으로써 타인의 경제적 이익을 침해하는 행위”를 부정경쟁행위로 규정하고 있다.

여기서, “타인의 상당한 투자나 노력으로 만들어진 성과”에 대한 구체적인 기준이 없지만, 경제적인 투자와 시간적인 투자가 함께 고려되어야 하며, 이러한 투자 이외에 정신적, 육체적인 노력 등도 함께 고려되어야 한다. 한편, 성과는 기술적 성과는 물론이거니와, 고객에 대한 이미지,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의 창출과 같은 창작적인 것은 물론, 방대한 고객 데이터나 SNS 등을 이용한 고객 네트워크와 같은 무형의 성과도 포함한다.

따라서, 빅데이터도 무형의 성과 중 하나로서 본 규정에 따라 보호받을 수 있다. 물론, 최근 판례는 본 규정의 적용을 엄격히 제한하고 있지만, 타 법률에 의해 보호가 쉽지 않은 빅데이터의 경우에는 본 규정이 적용이 어렵지 않으리라 보인다.

영업비밀을 ”공공연히 알려지 있지 아니하고 독립된 경제적 가치를 가지는 것으로서, 합리적인 노력에 의하여 비밀로 유지된 생산방법, 판매방법, 그 밖에 영업활동에 유용한 기술상 또는 경영상의 정보”로서, 부정경쟁방지법상 영업비밀로 성립하기 위해서는 1) 비밀성, 2) 경영상·기술상의 정보로서의 경제적 유용성 및 3) 비밀관리성을 요한다.

검토하면, 빅데이터는 사용자의 서버에 저장되는 것이 일반적이고, 특정인의 개인적 사항이 저장되기 때문에 해당 데이터를 외부에 공개하는 것은 사실상 쉽지 않다. 더욱이, 개인정보보호법에 의해 이를 외부로 공개하는 것은 불법적인 행위이므로 비밀성이 인정되기는 어렵지 않을 것이다. 또한, 빅데이터에는 개인의 취향, 구매이력 및 구매특징이 동시에 저장되므로 경영상의 정보에 해당할 여지가 크며, 이러한 빅데이터를 활용하는 컨텐츠를 통해 빅데이터 보유자는 영업상의 이익을 창출하고 경쟁업자와의 관계에서 우위에 설 수 있으므로 경제적 유용성도 있다고 판단된다. 마지막으로, 개인정보보호법과의 관계에서 빅데이터 보유자는 합리적인 수준으로 빅데이터의 보안에 대한 노력이 가해질 가능성이 높다고 보여지므로, 결과적으로 빅데이터에 대한 내용은 영업비밀로서 인정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

한편, 최근 아모레퍼시픽 등 화장품 회사 19업체는 서울행정법원에 식약처가 보유한 정보를 공개하지 말라는 소송을 제기한 바 있는데, 서울행정법원은 식약처가 보유한 화장품 원료 정보는 빅데이터로 다양한 활용 가능성이 있어 단순한 합이 아닌 새로운 가치를 지닌 별개의 정보로 영업상의 비밀에 해당하여 공개할 수 없다는 판단을 내린바 있다.

지금까지 살펴본 것과 같이, 현재로서는 빅데이터를 완벽하게 보호할 수 있는 규정은 없다고 보이며, 필요에 따라 특허법, 저작권법 및 부정경쟁방지법을 통해 개별적으로 보호받는 것이 최선으로 보인다. 아쉬운 점은 빅데이터의 중요성은 인지하면서도 개인정보 보호라는 중요한 가치와의 충돌 때문에 빅데이터의 보호 측면에서 많은 논의가 이루어지고 있지 않다는 점이다. 이에 비해, 일본은 최근 지식재산권으로 빅데이터의 보호를 인정한 바 있다. 즉, 일본은 빅데이터 분야에서 또다시 우리나라보다 한 발 앞서 나가고 있으며, 우리도 더 늦기 전에 빅데이터에 대한 보호가 진행되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