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망경] 과유불급(過猶不及)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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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재필 전자신문 미래산업부 기자.
<최재필 전자신문 미래산업부 기자.>

'태양광, 금년 보급목표(1.63GW) 7월 말로 조기 달성' '상반기 태양광·풍력 보급, 지난해 대비 52% 증가.' 산업통상자원부가 지난 한 달 사이에 발표한 2건의 태양광 관련 언론 보도자료 제목이다. '보급' '조기' '증가'라는 단어만 보더라도 어떤 내용인지 짐작할 수 있다. 정부가 올해 태양광 설비를 1.63GW 보급하겠다는 목표를 제시했는데 이미 달성했다는 의미다. 설비 보급 속도만 놓고 보면 그야말로 '5G'급이다.

그런데 최근 기자가 만난 에너지 공공기관·공기업·민간기업 고위 관계자 가운데 정부의 이 같은 발표를 긍정적으로 받아들인 사람은 단 한 명도 없었다. 정부가 태양광 보급 속도에 열을 올리는 배경에는 '재생에너지 3020' 정책이 있다. 3차 에너지기본계획에서는 2035년까지 재생에너지 비중을 7%에서 최대 35%로 늘리겠다고 공언했다. '불가능한 목표가 아니냐'는 목소리를 의식한 듯 정책 이행이 잘되고 있다는 지표로 보급 속도를 꼽은 것이다. 그런데 정부가 지나치게 보급에만 관심이 쏠리다 보니 태양광 산업에서 야기되는 문제점과 해결책을 찾는 건 뒷전이라는 인상을 떨칠 수가 없다.

영토가 좁은 우리나라는 지형상 태양광 발전에 불리한 조건이다. 발전 수익을 낼 수 있는 저렴한 토지는 대부분 경사도 높은 산지에 집중되다 보니 산림 훼손 사례도 빈번하다. 지난해 에너지저장장치(ESS) 세계 설치 용량 가운데 약 절반이 국내에 집중될 정도로 보급이 늘었지만 안전관리 부실로 전국에서 20건이 넘는 화재 사고에 직면하기도 했다.

정부는 내년쯤 태양광 모듈 최저효율제를 도입해 저렴한 가격을 앞세우는 중국과의 경쟁에서 고효율로 극복하겠다는 심산이다. 그러나 이미 중국산 태양광 모듈은 가격·효율면에서 국내에 뒤처지지 않는다는 건 공공연히 알려져 있다. 급격히 늘어나는 태양광 설비로 인한 폐모듈을 추후 어떻게 처리할 것인지도 고민이다. 절반가량 밀려있는 계통 연계도 문제다.

이 같은 문제점을 투명하게 공론화하고 해결책을 찾는 과정이 모두 생략된 채 '보급 목표 조기 달성'만을 강조했으니 정부 발표를 달갑게 받아들일 리가 만무하다. 양보다 질로 접근해야 한다. 한쪽에 치우친 정책은 부작용을 초래할 뿐이다. 태양광 설비 보급 관심이 도를 넘어서면 결국 부메랑으로 돌아올 수 있다. 나아가 '태양광은 탈원전 원흉'이라는 프레임에서 벗어나지 못할 수도 있다. '지나치면 미치지 않은 것만 못하다'는 '과유불급'의 교훈을 되새겨야 한다.

최재필기자 jpchoi@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