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중소기업 R&D의 빛과 그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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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중소기업 R&D의 빛과 그림자

중소벤처기업부가 오랫동안 준비해 온 중소기업 연구개발(R&D) 지원 체계 혁신안을 발표했다.

우선 인공지능(AI), 시스템반도체, 미래차 등 4차 산업혁명 관련 비즈니스 추진 과제에 투자하겠다는 전략성이 강화됐다. 평균 1년, 1억원으로 집행하던 지원 방식을 도전적 장기 투자가 가능한 단계별 투자로 확대했다. 정부 보조금으로 연명하는 이른바 '좀비기업' 관행을 없애기 위해 초기 과제는 중복해서 받을 수 없도록 했다. 4회 졸업제로 횟수 제한이 도입됐다.

산업통상자원부나 과학기술정보통신부 R&D와의 중복을 피하기 위해 단기 소액 위주로 지원하던 방식에서 벗어나 유연하게 확대할 수 있게 된 것은 반가운 일이다. 역량 있는 중소벤처기업과 기술 기반 스타트업을 집중 지원할 수 있는 계기가 마련됐다. 일본의 대 한국 수출 규제 관련 소재부품·장비 중소기업의 기술 국산화가 시급한 상황에서 올 하반기부터 기업을 선정해 내년부터 적용될 것으로 기대된다.

이 같은 R&D 지원 체계 혁신과 함께 염두에 둘 일이 있다. 기자는 얼마 전 중소기업 연구소가 4만개에 육박했다는 기사를 썼다. 중소기업 R&D를 위한 기업 부설연구소 숫자는 크게 증가, 현재 3만900여개를 넘겼다. 문재인 정부 임기 내 4만개 달성은 무난할 것으로 전망된다.

그러나 기업당 연구 인력과 규모는 오히려 줄어들면서 연구 규모는 영세해졌다. '풀뿌리 연구환경'은 갖췄지만 혁신 연구를 하기엔 인력과 지원이 부족하다.

중기부가 R&D 지원 체계를 시행, 개선하면서 이 같은 영세 중소기업 연구소의 현실을 잘 반영해야 한다. 혁신 연구를 수행할 고급 인력 확보 문제도 중요하다. 인력난을 겪고 있는 중소기업은 최근 병역대체복무제도 축소 방향에 큰 불안을 느끼고 있다. R&D와 연계된 중소기업 세제, 기술금융, 공공구매제도 등도 장기적으로 다시 살펴볼 필요가 있다.

이와 함께 중소기업 R&D 전문 평가관리기관의 역량도 반드시 제고돼야 한다. R&D 지원 분야에 전략성이 강화되고 장기 과제가 늘어나는 것은 R&D 평가관리 기관의 역할이 커지는 것을 의미한다. 박영선 중기부 장관도 중소기업기술정보진흥원의 석·박사 현황을 파악하고 특성화를 강조했다. 필요하다면 다른 연구 기관과의 업무협약(MOU) 체결도 언급했다. 중소기업 R&D 전문 기관의 역량 제고를 서둘러야 할 때다.

김명희기자 noprint@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