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일본을 넘으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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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산업부 류태웅 기자.
<미래산업부 류태웅 기자.>

“그들이 만나 주지(?) 않는다.”

최근 극도로 경색된 한·일 관계를 풀기 위해 양국 정책 실무자들이 적극 나서야 하는 것 아니냐는 질문에 한 정부 고위 관계자가 답한 말이다. 우리 정부가 이미 공개된 실무자급 협의 외에 다양한 접촉을 시도했지만 경제 전쟁을 일으킨 일본 측에서 만남 자체를 거부하고 있다는 얘기다.

일본의 적반하장이 어제오늘 얘기는 아니지만 최근 우리나라에 대한 수출 규제 조치는 그 정점이라 할 수 있다. 침략과 수탈을 일삼은 제국주의 시절의 오만과 패권주의 색채가 짙다. 수십년 동안 고착화된 글로벌 공급망을 정치적 목적에 따라 뒤흔드는 발상 자체가 오만하다.

앞으로의 한·일 관계도 시계 제로 상태다. 일본의 과거, 현재, 미래를 놓고 볼 때 일본은 한동안 우경화를 지속할 것으로 보인다. 그 과정에서 경제력을 앞세워 후발 주자인 우리나라를 짓누를 공산이 크다. 냉랭한 한·일 관계가 아베 신조 정권 내내 지속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그러나 이는 우리나라가 모든 산업 영역에서 자립화를 위해 거쳐야 하는 숙명이다. 또 다른 정부 관계자가 “광복 이후 현재까지 일본에 종속돼 온 경제 구조와 단절할 절호의 기회”라고 말하는 배경이다.

답은 과거에 있다. 지난달 7일 문재인 대통령은 “임진왜란 때 일본이 가장 탐낸 것은 우리의 도예가와 도공들이었다”고 말했다. 당시 일본은 사농공상이라는 계급 체계에 막힌 조선시대 기술자를 대거 흡수, 자강(自强)하면서 국가 발전 동력으로 삼았다.

경제력이 국력인 오늘날 가장 중요한 것도 바로 기술력이다. 소재·부품의 국산화는 그래서 반드시 필요하다. 그 과정에서 막혀 있던 각종 사회·정치·경제 제약과 규제를 풀어야 승산이 있다. 기업 입장에서 꼭 필요하고 시급한 지원책을 찾는 것도 급선무다.

물론 과정은 녹록하지 않겠지만 온고지신의 자세가 필요하다. 기술 독립이라는 애국심을 발휘해 지난 경험에서 교훈을 찾으며 새로운 미래를 탐색해 나간다면 '탈 일본'은 어느새 가까이 와 있을 것이다.

류태웅기자 bigheroryu@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