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전문연구요원은 놀지 않는다

[기자수첩]전문연구요원은 놀지 않는다

전문연구요원(전문연) 정원 감축을 놓고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전문연은 병역 대상자가 연구기관이나 산업체에서 과학기술 연구에 종사하며 군복무를 대체하는 병역 특례의 일종이다. 현재 박사급 1000명, 석사급 1500명을 합쳐 매년 약 2500명을 선발한다.

최근 주무 부처인 국방부가 정원을 단계별로 감축해 절반 이하로 줄인다는 계획을 내놓자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산업통상자원부, 중소벤처기업부 등 관계 부처들이 반대 입장으로 맞섰다. 전문연 수요 주체인 대학, 정부출연연구기관(출연연), 기업의 반발은 더 거세다.

전문연 가운데 박사급 인력은 주로 과학기술원, 대학에서 연구원으로 근무한다. 석사급 인력은 대부분 중소기업 등 산업체 연구원으로 유입된다.

학계는 전문연 정원이 감소하면 우수 인재가 국내에서 석·박사 과정을 밟을 동인이 줄어든다고 우려한다. 중소기업은 정원 축소 시 고급 연구 인력 확보가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걱정한다. 중소기업이 채용한 20대 연구 인력 상당수가 전문연이다. 일각에선 그 비중이 70%가 넘는다고 주장한다.

국방부가 이 같은 반대에도 정원 감축 의사를 굽히지 않으면서 내놓은 논리는 '형평성'이다. 대다수 또래가 군복무를 하면서 청춘을 희생하는데 연구자라는 이유만으로 군복무를 피하는 것은 형평성에 맞지 않다는 것이다. 논리의 기저에는 군복무는 힘들고 고생하는 것, 전문연은 편하게 군복무를 회피하는 것이라는 인식이 깔려 있다.

전문연과 군 장병의 역할은 엄연히 다르다. 전문연은 산업 경쟁력을 높이는 연구 활동이 주업이다. 일본의 대 한국 수출 규제에서 보듯 기술 또한 안보와 밀접한 관련이 있는 지금 상황에서 국방부의 인식은 적절하지 않다. 중소기업연구원 보고서에 따르면 전문연으로 인해 2016년 기준 1조3247억원 생산, 4623억원 부가 가치 창출, 4393명 고용 유발 효과가 나타났다. 전문연이 산업적 가치를 거두고 있다는 것이 여러 통계로 입증됐다.

일부에서 전문연의 근무 태도와 연구 효율성 관련 논란이 따르는 것은 사실이다. 이는 제도를 가다듬어 고칠 일이지 정원 축소의 논리가 될 수 없다. 병역 자원과 젊은 연구 인력 감소에 대한 위기감의 무게는 다르지 않다.

최호 정책기자 snoop@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