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도 관심없는 소재에 꾸준히 투자한 日, 그렇지 못한 韓"

글자 작게 글자 크게 인쇄하기
21일 인천 연수구 쉐라톤 호텔에서 열린 2019 차세대 리소그래피 학술대회에서는 포토레지스트 국산화의 어제, 오늘, 그리고 내일이라는 주제로 패널 토론이 열렸다. (사진=전자신문DB)
<21일 인천 연수구 쉐라톤 호텔에서 열린 2019 차세대 리소그래피 학술대회에서는 포토레지스트 국산화의 어제, 오늘, 그리고 내일이라는 주제로 패널 토론이 열렸다. (사진=전자신문DB)>

“과거 일본은 가능성이 보이지 않는다고 생각한 소재에도 꾸준히 투자했고, 한국은 장기적 안목이 부족했기에 부작용이 생겼습니다.”(김상욱 KAIST 신소재공학과 석좌교수)

반도체 산·학·연 관계자들은 일본의 핵심 소재 수출 규제가 한국에 악영향을 줄 수밖에 없었던 근본적인 이유에 대해 이렇게 분석했다. 일본은 소재 활용도가 당장에는 불확실하더라도 꾸준한 투자와 지원으로 차별화한 소재를 개발할 수 있었다는 주장이다.

21일 인천 연수구 쉐라톤 호텔에서 열린 '2019 차세대 리소그래피 학술대회'에서는 '포토레지스트 국산화의 어제, 오늘, 그리고 내일'이라는 주제로 패널 토론이 열렸다.

이 자리에 참석한 산·학·연 관계자는 최근 일본 정부 수출 규제로 화두가 된 '극자외선(EUV) 포토레지스트 국산화'에 대해 토론하면서 첨단 소재 개발을 위해 한국이 나아가야 할 방향을 제시했다.

패널로 나선 김상욱 KAIST 신소재공학과 석좌교수는 과거 EUV 광원과 재료가 업계 조명 받지 못했던 시절 일본의 연구 사례를 들어 '꾸준함'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김상욱 교수는 “EUV 소재 개발이 점점 어려워지고 상용화가 연기되자 광원 개발을 거의 포기하다시피 한 상황이 됐다”면서 “연구개발이 부진했지만 일본 학자들은 핵심 광원 개발에 공을 들였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사용될 가능성은 낮지만 미래 가능성을 보고 끊임없이 지원하는 본질적인 자세가 있었기에 JSR, TOK, 스미토모, 신에츠화학 등이 세계 EUV 포토레지스트 시장의 90% 이상 점유율을 확보했다고 전했다.

그는 “우리나라 반도체는 외국 기술을 배워서 공장을 세우고 공정 개발을 잘하면서 성공을 했지만 무(無)에서부터 새로운 기술을 만드는 과정에는 익숙하지 않았던 것이 이번 사태의 배경”이라고 설명하면서 장기적 안목의 연구개발 지원을 강조했다.

그는 차세대 반도체 공정으로 주목받는 DSA(Directed Self-Assembly) 공정을 연구하고 있다. 두 고분자를 하나의 분자로 합성한 재료를 웨이퍼에 도포하면 미세한 패턴을 얻을 수 있는 공법이다. 공정과 비용을 절감하는 것이 특징이다.

김 교수는 “EUV가 주목을 받으면서 한 때 관심을 끌었던 DSA 분야는 다시 찬밥 신세가 됐지만, 2027년경 EUV로 새긴 회로를 보완할 수 있는 유력한 후보로 DSA가 언급되고 있다”며 “당장 가능성이 보이지 않더라도 끊임없이 투자하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토론에 참석한 전성호 LG화학 연구위원은 “차세대 공정으로 주목받는 e-빔, 회로를 찍어내는 임프린팅 기술도 일본과 벨기에, 네덜란드 등 여러 국가에서 이미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고 말했다.

정성웅 SK하이닉스 연구위원은 “따라가는 것을 목표로 하기보다는 차별화한 기술 개발에 공을 들여야 한다”고 덧붙였다.

기업 간 협력을 강조한 패널도 있었다. 전성호 LG화학 연구위원은 “반도체 산업 속성은 '클럽 비즈니스'”라고 정의했다. 그는 “안전성을 확보하기 위해서 기존에 협력했던 기업하고만 일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제는 국내 재료 업체들과 파트너십을 쌓아서 돌파구를 만드는 것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전했다.

학계와 연구계가 탄탄해져야 한다는 주장도 있었다. 안기현 한국반도체산업협회 상무는 “기술 흐름은 학계에서 연구계로, 연구계에서 산업계로 이어져야했는데 그간 우리는 산업계의 힘이 너무 강했다”면서 “기초 연구의 힘이 강해질 수 있도록 인력 양성, 테스트베드 구축에 힘써야 한다”고 강조했다.

강해령기자 ka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