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영선 중소벤처부 장관 "대기업, 중소 팹리스와 상생 고민해야"

박영선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이 22일 서울 소공동 포스트타워에서 열린 제 1회 중소벤처기업 미래포럼에서 인사말을 전하고 있다.
박영선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이 22일 서울 소공동 포스트타워에서 열린 제 1회 중소벤처기업 미래포럼에서 인사말을 전하고 있다.

정부가 대기업과 중소 팹리스 업체 간 연계를 위해 힘을 기울인다. 시스템반도체 생태계 확대를 위해 대기업이 중소 팹리스 업체와 전략적 협력을 확대하는 차원이다.

박영선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은 22일 서울 소공동 포스트타워에서 열린 '제1회 중소벤처기업 미래포럼'에 참석해 국내 팹리스 기업들이 처한 어려움과 전문가 제언을 청취했다.

행사는 중기부가 4차 산업혁명 대응을 위해 지난 7월 '미래산업전략팀'을 신설한 후 처음 열렸다. 포럼에서 벤처캐피탈, 시스템반도체 전공학생, 중소·벤처기업 관계자, 전문가 의견을 수렴해 국내 시스템반도체 육성 정책에 반영한다는 계획이다.

행사에 참석한 전문가와 업계 관계자들은 다양한 의견을 제기했다. 특히 팹리스 업체 관계자들은 국내 업계 부진의 가장 큰 원인으로 시장 수요 부족과 열악한 생태계를 지적했다.

김산 캔버스바이오 이사는 “중국과 대만 업체들이 한국 팹리스 업체들보다 훨씬 앞서나간 이유는 긴밀한 생태계 조성과 자국 시장에서 경쟁력을 키울 수 있었기 때문”이라며 생태계 재편에 대한 중요성을 강조했다. 또 “중소 팹리스들은 자신의 고객사이기도 한 대기업과 경쟁하다가 시장에서 밀려나고 매출 감소와 인력 누수로 고전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박 장관은 “대기업 중심으로 흘러왔던 반도체 생태계를 새로 구성해야 한다는 중소 팹리스업체 관계자들의 의견에 적극 공감한다”며 “대기업 수요와 국내 팹리스를 연결하는 것이 중소벤처기업부 역할이고 이를 위해 지난 5월부터 대기업 관계자들과 실무진들과 함께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대기업이 중소 팹리스와 전략적 협력이 필요하다고도 강조했다. 박 장관은 “과거 대기업과 지금 대기업은 사고의 변화가 있어왔다”면서 “비메모리 분야에서도 대기업들이 중소 업체들과 어떻게 손잡고 가야할지를 고민해야 한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대기업들이 전략적인 선택을 해주길 바라고, 그렇게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 장관은 중소 팹리스 육성을 위해 R&D와 벤처투자 규모를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중소벤처기업부는 시스템반도체 등 3대 분야 R&D를 1000억원 이상 지원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또 인공지능(AI)과 3대 분야 전용 펀드를 확대하는 방안도 모색하고 있다.

박 장관은 “늘어난 R&D 예산을 효율적으로 배분하는 것에 미래가 달려있다”고 말했다. 그는 “선진국과 비교했을 때 늦은 감이 있지만 지금이라도 신생 벤처기업이 탄생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팹리스는 반도체를 설계하는 기업이다. '팹이 없다(Fab+less)'는 뜻으로 반도체를 만드는 공장 없이 IT 기기에 필요한 칩을 설계한다는 의미다. 모바일 기기의 뇌 역할을 하는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를 만드는 미국 퀄컴, 그래픽처리장치(GPU) 강자 엔비디아 등이 그 예다.

국내에도 디스플레이구동칩(DDIC), 터치 집적회로(IC), 전력반도체(PMIC) 등을 만드는 중소 팹리스들이 200여개 가까이 있지만 제한적인 수요를 벗어나지 못해 어려움을 겪고 있다.

강해령기자 ka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