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시스템반도체 설계 업계, 상반기도 '우울'

반도체 웨이퍼. <사진=SEMI 코리아>
반도체 웨이퍼. <사진=SEMI 코리아>
국내 시스템 반도체 기업 2019년 상반기 영업이익 분석. <전자신문 DB>
국내 시스템 반도체 기업 2019년 상반기 영업이익 분석. <전자신문 DB>

국내 시스템반도체 설계 기업들이 상반기 우울한 실적을 기록했다. 중국 업체들의 저가 공세, 미-중 무역분쟁 심화 등으로 규모가 작은 설계 업체들이 버티기 힘들었다는 지적이다.

25일 국내 매출 상위 20개(2018년 기준) 시스템반도체 설계 회사 영업이익 실적을 종합한 결과, 9개 기업이 적자를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영업이익이 작년보다 감소한 기업은 11개였다.

LG그룹 계열 시스템반도체 회사이자 업계 1위인 실리콘웍스 영업이익은 작년 상반기 136억8600만원에서 41.57% 감소한 79억9600만원을 기록했다.

보급형 메모리 설계 양산으로 지난해 실적 상승세를 기록했던 제주반도체는 올 상반기 14억600만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83.18% 급감했다. 이밖에 아나패스, 크로바하이텍, 아이에이, 픽셀플러스 등 적자 폭은 더욱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시스템반도체 설계 업체들은 반도체 칩 설계를 주로 담당하는 곳이다. IT 기기에 필요한 칩 구조를 설계하면 삼성전자, DB하이텍, 대만 TSMC 등 파운드리에서 칩을 만든다. 설계 업체들은 이 반도체를 스마트폰, TV 제조사들에 공급한다.

사물인터넷(IoT), 인공지능(AI) 시대 개화로 시스템반도체가 각광받고 있지만 국내 기업은 제한된 수요 등으로 고전하고 있다. 특히 올 상반기는 미-중 무역분쟁 장기화로 더욱 고전한 것이라는 분석이다.

업계 관계자는 “지난해 말부터 일어났던 미국과 중국 간 무역 분쟁이 길어지면서 실적에도 적잖은 영향을 줬다”고 전했다. 메모리 시장에서의 더딘 가격 회복세도 범용 메모리를 생산하는 제주반도체에도 악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아울러 중국 시스템반도체 업계 확장도 국내 기업의 설자리를 좁게 만들고 있다. 이미 중국에는 1800개 이상 반도체 설계 기업이 있고 이들은 한국의 기술과 비슷하거나 이미 한 수 넘어섰다는 평가다. 중국 구딕스는 네덜란드 시스템반도체 업체 NXP 오디오솔루션 사업부를 인수하는 등 덩치를 키우고 있다.

올해 국내 파운드리 및 시스템반도체 패키징 업체 실적 증가와 공장 '풀가동'은 국내 설계 업체들의 약진이라기보다 중화권 업체들의 수주 증대가 크게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실제 DB하이텍의 2015년 반기 내수 매출은 1715억원으로 전체 매출 60%가량 차지했지만 올 상반기는 734억원으로 내수 매출이 20%에 불과하다. 4년 만에 상황이 뒤집힌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국내 파운드리 호황은 삼성전자 시스템LSI사업부와 중화권 물량이 늘어났기 때문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하반기에도 설계 업체들의 고전은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한 시스템반도체 업체 대표는 “상반기와 크게 달라지지 않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또 “지난 4월 정부가 발표한 시스템반도체 지원 효과는 시간이 지나야 효과를 볼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쉽지 않은 상황에서도 실적 증가를 기록한 기업들도 있다. 차량용 반도체 전문 업체인 텔레칩스는 상반기 매출이 34.25% 증가한 35억7100만원을 기록했다. 중국 시장 물량이 증가한 동운아나텍은 지난 2분기 흑자전환으로 작년 동기 대비 83% 증가하면서 적자폭을 크게 줄였다.

강해령기자 ka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