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미래 무기체계에서 인공지능(AI) 필연성

[기고]미래 무기체계에서 인공지능(AI) 필연성

영화 속에서 보던 미래 모습이 현실로 다가왔다. 자율주행 자동차가 운행되고, 무인 드론이 택배물을 배달한다. 알파고는 바둑에서 인간을 꺾은 뒤 더 이상 인간과의 대결이 무의미해져서 은퇴했다. 이를 가능하게 한 4차 산업혁명의 핵심 기술은 사물인터넷(IoT), 빅데이터, 클라우드 컴퓨팅, 모바일, 인공지능(AI)이다.

이 가운데 AI가 인류 생활 변화와 경제에 가장 크게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측된다. 세계 경영 컨설팅 회사 매킨지는 AI가 과거 1차 산업혁명을 이끈 증기기관차와 비슷한 정도로 글로벌 경제에 충격을 미칠 것이라고 분석했다. 향후 10여년 동안 글로벌 국내총생산(GDP)이 연간 1.2% 성장하며, 2030년까지 글로벌 경제 활동 규모가 13조달러 추가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또 2030년까지 세계 기업 가운데 70%가 AI 기술을 최소 한 가지 사용하고, 상당수 대기업은 AI를 전면 도입할 것으로 내다봤다.

국방 분야에서도 AI 도입이 빠르게 확대되고 있다. 현대와 미래 전장은 센서, 지휘통제, 정밀타격 시스템이 하나의 네트워크로 연결돼 실시간 정보 공유 및 활용이 가능한 네트워크 중심전(NCW) 환경으로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 이를 바탕으로 C4ISR(지휘, 통제, 통신, 컴퓨터, 정보, 감시·정찰) & 정밀타격 개념이 발전해 신속한 판단 및 정밀타격에 대한 의사결정이 가능하다. NCW 환경에서 미래 무기 체계를 첨단화하기 위해 미국, 이스라엘, 러시아, 중국은 AI를 국방 분야에 적용하고 대규모 투자를 하고 있다.

국내에서도 산·학·연이 협력해서 깊이 있는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국방 레이더 분야에 AI 기술을 적용한 연구를 간략히 살펴보자.

레이더는 전자파를 송신하고 그 반사파를 이용해 표적에 대한 방위·거리·고도 정보를 획득한다. 표적이 한두 개 또는 수십 개인 경우에는 일정한 물리·공학 법칙을 활용해 표적 정보를 확률로 탐지한다.

만약 레이더가 포착하고 정보를 획득해서 즉각 대응해야 하는 표적이 수백, 수천 개인 경우에는 어떻게 해야 할까. 예를 들어 소형 드론과 대공미사일 같은 수백, 수천 개의 표적 대상물이 동시에 우리나라를 위협할 경우 현재 레이더에 사용되고 있는 기술로는 수많은 동시 다발성 표적 정보를 정확하게 탐지 및 식별하고 분류하기가 어렵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AI 적용이 필요하다. 표적 데이터로부터 스스로 학습하는 과정을 통해 목표에 대한 탐지율 및 식별 능력을 향상시키는 AI 알고리즘을 개발, 레이더에 적용해야 한다. 특히 한반도는 지형 대부분이 산악이고 3면이 바다로 둘러싸인 특수한 환경이다. 주위에서 여러 잡음 신호가 발생하기 때문에 표적을 정확하게 탐지하고 식별하기 위해서는 AI 역할이 더욱 중요하다.

AI가 미래 전장 환경에서 군사 혁신을 선도하는 최적의 대안이지만 윤리 문제와 부작용, 안전을 걱정하는 목소리도 있다. AI가 무기 분야에 사용되는 점을 우려해 해외 과학계가 보이콧을 선언하는 해프닝이 발생하기도 했지만 이러한 걱정이 현실화 되지 않도록 세계 안보·군사 전문가들이 지혜를 모으고 있다.

투명성, 예측 가능성, 조작 예방 조치, 책임 주체 명확화 등이 반영된 AI 윤리 준칙을 제정하고 AI 수명 주기(소요 창출, 생성, 학습, 폐기) 단계별 지침을 마련하기 위해 논의하고 있다. 윤리 준칙 아래 AI가 운용되면 비관이나 우려와 달리 안전하고 효과 높은 해법을 찾을 것으로 예상된다.

미래 전장에서는 초연결 네트워크를 이용해 수많은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처리한다. 수집된 데이터에 AI를 적용하면 전장 상황 인지 및 상황 판단 능력이 눈부시게 향상되기 때문에 불필요한 인명 살상과 인도주의에 어긋난 피해를 줄일 수 있다. 점점 증대되고 있는 AI 역할을 고려할 때 국가 차원에서 지속된 AI 연구와 투자가 필요하다.

강동석 LIG넥스원 연구개발본부장/한국전자파학회 부회장 dongseok.kang@lignex1.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