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위, 망 이용대가 불공정 조사 착수···역차별 새 국면

통신 3사 '국내외 CP 간 불공정 거래관계' 본조사 착수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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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정거래위원회가 시민단체가 신고한 통신 3사의 국내외 사업자 간 망 이용대가 차별에 대해 조사에 착수한 것으로 확인됐다.

정부가 글로벌 콘텐츠제공사업자(CP)와 국내CP 간 망 이용대가 실태 및 통신사의 위법 가능성에 대해 조사하는 건 처음이다.

공정위 조사 결과에 따라 글로벌CP의 망 이용대가 지불 의무가 규정될 가능성이 충분한 만큼 통신사는 물론 국내외 CP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이뿐만 아니라 통신사, 국내CP, 글로벌CP가 이해관계 관철을 위해 전례 없이 치열한 공방전을 펼칠 것으로 예상된다.

공정위는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이 지난 4월 '망 접속료(망 이용대가) 불공정행위(차별적 취급)'로 KT, LG유플러스, SK브로드밴드를 신고한 사건에 대한 본조사를 시작했다.

본조사는 공정위가 자체 인지 또는 신고를 통해 접수한 사건에 대해 상당한 법률 위반 가능성이 있다고 간주하고 조사하는 절차다. 공정위는 경실련 신고에 대해 사건심사 착수보고를 거쳐 정식 사건번호를 부여하고 조사권을 발동했다.

공정위는 통신 3사에 네이버, 카카오, 구글, 페이스북 등 주요 국내외 CP와 체결한 망 이용계약서를 제출하라고 요청했다. 망 이용약관뿐만 아니라 규모, 계약 행태, 계약 과정은 물론 네트워크 이용 구조에 대한 설명도 요청하고 있다.

통신사는 법률이 규정한 자료 제공 의무에 따라 민감한 영업비밀 등에 대한 법률 검토를 거쳐 자료를 제출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통신사는 공정위 자료 분석과 추가 자료 요청에 협조하겠다는 방침이다.

공정위 본조사는 망 이용대가 역차별과 관련, 정부 차원의 조사가 본격화됐다는 의미다. 이보다 앞서 방송통신위원회가 페이스북 이용자의 이익 침해를 조사하며 망 이용대가 협상이 원인이 됐다고 판단했지만 거래 관계 불공정 등은 이슈로 제기하지 않았다.

공정위 조사를 계기로 망 이용대가 역차별 해소 문제가 특수법(전기통신사업법)을 넘어 일반법(공정거래법)으로의 확산이 전망된다.

공정위 조사 근거가 되는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공정거래법)은 부당하게 거래를 거절하거나 거래 상대방을 차별 취급하는 행위를 불공정 행위로 규정한다.

경실련은 통신사가 네이버, 카카오에는 연간 수백억원원 망 이용대가를 받고 구글에는 캐시서버를 연결해서 망 이용대가를 받지 않는다며 신고했다. 이는 공정거래법이 금지한 '가격차별'과 '거래조건 차별'에 해당할 가능성이 상당하다는 게 경실련과 법조계 판단이다.

공정위가 통신사의 망 이용대가 차별을 위법으로 판단하면 통신사는 글로벌CP로부터 망 이용대가를 받을 근거를 확보하게 된다. '공짜' 망 이용대가는 법률 위반 행위인 만큼 통신사는 글로벌CP로부터 망 이용대가를 받아야 하는 상황이 된다. 글로벌CP도 공정위 판단과 국내 법률을 외면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공정위는 신중한 입장이다. 조사 대상이 통신사이지만 사실상 글로벌CP를 상대해야 하는 조사여서 치밀한 법리 검토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취하고 있다.

공정위는 본조사 이후 피심인 의견 진술, 위원회 심결을 진행한다. 무혐의 종결, 시정명령, 고발 등 조취를 취할 수 있다. 법조계와 통신사는 조사가 최소 6개월이 걸리는 등 장기화될 것으로 내다봤다.

통신사 관계자는 “공정위의 자료 요청에 협조하고 있다”면서 “조사 과정을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공정위 관계자는 “사건과 관련해 구체적으로 언급할 수 없다”며 말을 아꼈다.

박지성기자 jisung@etnews.com

유선일기자 ysi@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