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분석] 실리콘밸리, 중관춘은 어떻게 글로벌 스타트업 단지가 됐나

실리콘밸리는 세계 혁신과 정보통신기술(ICT) 스타트업을 상징하는 대명사다. 구글, 페이스북, 우버, 스트라바, 고프로 등 일상 패러다임을 바꾼 기술 기반 스타트업을 배출했다. 세계 각국에서 몰려온 인재가 새로운 상품과 서비스로 기술사에 이름을 남기기 위해 낮밤 없이 일한다.

샌프란시스코 남부 레드우드시티부터 새너제이를 잇는 이 산업 단지는 역사·지리적 특성 덕분에 세계 최고 스타트업 단지로 설 수 있었다. 많은 경제·정치학자는 실리콘밸리 성공 배경으로 풍부한 노동력과 유동성 그리고 넓게 형성돼 있는 네트워크, 벤처캐피털에 의한 자금 조달의 용이함을 꼽는다.

이중 가장 큰 특징은 실리콘밸리의 독특한 산업 네트워크 문화다. 스타트업 특유 개방성이 도시 전체에 흐른다. 혁신을 중시하기 때문에 다른 회사 서비스를 받아들이는 일에 개방돼 있다. 연봉이 스카우트에 큰 영향을 끼치기는 하지만 근무 제1조건이 '내가 하고 싶은 걸 도전할 수 있는가'라는 점은 이곳의 분위기를 잘 보여준다. 규모가 크고 기계적 관료 조직이 갖춰진 탓에 위험 부담을 피하려는 대기업에서는 보기 힘든 방식이다.

수준 높은 교육, 연구기관이 있다는 점도 한몫한다. 실리콘밸리 근처에는 스탠퍼드대와 UC버클리 같은 명문과 새너제이주립대, 산타클라라대, 샌프란시스코주립대 등 대학이 존재한다. 이들은 실리콘밸리 기업에 다수 취직해 산업단지를 이끌어가고 있다. 캠퍼스가 실리콘밸리와 가까운 점도 있지만 이들 캠퍼스가 실용적인 학문 위주로 학생을 가르치고 산학연계가 잘 되어 있어 학생과 기업 모두 선호도가 높다.

중국 베이징에 위치한 중관춘은 실리콘밸리를 '영혼까지 복제'하는 목표를 가지고 탄생한 IT 산업단지다. 바이두, 샤오미, 디디추싱, 레노버 등 대륙을 대표하는 기업이 태동했다. 글로벌 IT기업 중국지사가 위치한다. 2만여개 이상 스타트업이 군집해있다.

중관춘에는 매일 80개 이상 스타트업이 생긴다. 시진핑 국가주석의 공격적인 '중국제조2025' 프로젝트로 국가 지원 덕이다. 중국제조2025는 각종 지원을 통해 첨단 산업을 육성하려는 전략이다. 제조업 기반 육성과 기술 혁신, 녹색 성장 등으로 중국 경제 모델을 양적 성장에서 질적 성장으로 바꾸겠다는 목표다.

차세대 IT, 로봇, 항공 우주, 해양 공학, 고속철도, 고효율·신에너지 차량, 친환경 전력, 농업 기기, 신소재, 바이오 등이 중국 미래를 이끌 10대 핵심산업이다. 섬유, 조립 전자제품 등 저기술 노동집약 제품 위주 경제를 고기술·고부가가치 중심 경제로 바꾸기 위해 정부가 각종 보조금과 혜택 등을 지원하며 관련 산업을 키우고 있다.

중관춘 역시 주위에 중국 명문대인 베이징대와 이공계 평가로 중국 내 수위를 다투는 칭화대 그리고 인민대학교가 위치해 고급 인력을 배출한다.

무엇보다 규제가 없다. 수익화가 시작되고 문제가 생기면 그때야 제재하기 시작한다. 네거티브 규제로 스타트업이 하고 싶은 걸 시도하면서 성장할 수 있다.

샌프란시스코(미국)=

이현수기자 hsool@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