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사모펀드의 그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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펀드 시장이 시끄럽다. 공모펀드는 공모펀드대로 대통령까지 나서 이른바 '애국펀드'라 불리는 '필승코리아 펀드'에 가입하고 있다. 사모펀드는 사모펀드대로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를 둘러싼 각종 논란에 때 아닌 세간의 관심을 받고 있다.

문 대통령의 첫 펀드인 필승코리아 펀드는 일본 수출규제 등에 대응하기 위해 국산 소재·부품·장비 관련 종목에 주로 투자한다. 대통령 가입으로 인한 흥행 여부보다도 펀드가 실제 투자하는 기업에 관심이 쏠린다. 삼성전자, SK하이닉스, 삼성SDI, 솔브레인, 후성 등 50여개 종목을 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개인이 삼삼오오 모은 자금이 결국 소재·부품·장비기업에 흘러들어가 그간 일본에 뒤처진 소재·부품·장비 분야 기업을 키울 것이라는 기대가 커진다. 고위험 자산인 주식에 80% 이상을 투자하는 높은 위험을 지닌 펀드임에도 불구하고 우리 기업이 일본을 극복할 수 있다는 기대감에 관심이 크다. 자본시장을 통한 자금조달 순기능이 여실히 드러난 경우다.

반면에 최근 사모펀드를 둘러싸고 벌어지는 논란에는 정작 투자대상 기업 자리는 없다.

사모펀드는 흔히 대중이 투자하는 공모펀드와 달리 큰 규제를 받지 않는다. 투자자부터 운용사, 투자기업까지 외부에 알려지지 않고 알음알음 이뤄지다 보니 세간의 인식과는 다소 거리가 있는 약탈적 투자 행위도 서슴지 않는 경우가 잦다.

쉽게 말해 돈이 된다면 가리지 않고 수익 실현을 우선하는 셈이다. 투자자는 높은 투자 수익을 얻을 수 있으니 운용 과정에서 벌어지는 행위에는 눈을 감기 십상이다. 실제 대부분 투자자는 고수익을 안겨다 준다는 사실에 집중할 뿐 정작 사모펀드를 통해 투자하는 기업에 대한 관심은 갖지 않는다.

민간의 자유로운 투자 활동으로 한계기업에 활기를 불어 넣겠다는 정책 방향은 반겨야 마땅하다. 하지만 사모펀드 시장에 접근하는 일부 인식에는 수익만을 추구하고 정작 투자기업은 외면하려는 인지 부조화가 엿보인다. 이래서는 그간 사모펀드에 씌워진 '약탈 자본'이라는 오명을 벗는 일은 더 요원해질 뿐이다.

유근일기자 ryuryu@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