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니 세상에 이런 법이…' 법률자문 대결, AI가 이겼다

인간 변호사와 인공지능이 계약서 분석 및 자문 능력을 겨루는 대회인 제1회 알파로 경진대회가 29일 서울 서초동 변호사회관에서 열렸다. 인간 변호사와 인공지능이 대회를 하고 있다. 박지호기자 jihopress@etnews.com
인간 변호사와 인공지능이 계약서 분석 및 자문 능력을 겨루는 대회인 제1회 알파로 경진대회가 29일 서울 서초동 변호사회관에서 열렸다. 인간 변호사와 인공지능이 대회를 하고 있다. 박지호기자 jihopress@etnews.com

인간 변호사와 인공지능(AI) 협업이 가능할까. AI에게 법률을 자문하는 시대가 성큼 다가왔다.

29일 서울 서초구 서초동 변호사회관에서 열린 '제1회 알파로 경진대회'는 AI와 변호사 간 협업 가능성을 확인하는 자리였다. 사법정책연구원과 한국인공지능법학회가 공동으로 개최했다.

대회는 변호사 1인과 AI가 한 팀을 이룬 '혼합팀' 2개팀, 변호사 2명으로 구성된 '인간팀' 10개팀 등 총 12개팀이 경합을 벌였다. 각 팀은 근로계약서 세 건을 분석해 법률 자문 답안을 내놓았다. 각 팀은 근로계약서에 명기된 △계약기간 △근무시간 △근무장소 등 계약 조항을 검토해 각 조항이 위험한지 여부와 적정한지 여부를 판단하고(객관식), 계약서에 보완돼야 할 조항이나 누락된 내용이 있으면 자유롭게 서술했다(주관식).

심사위원장이 법봉을 두드림과 동시에 대회가 시작됐다.

혼합팀은 AI가 1차로 계약서를 빠른 속도로 검토했다. AI는 컴퓨터에 입력된 문제 계약서를 판독해(기계독해) 내용을 순식간에 자동분석했다. 대결에 사용된 AI 프로그램은 인텔리콘연구소가 개발한 노동법 전문 AI 시스템이다. 딥러닝, 자연어처리, 기계독해, 국내법에 특화한 법률추론기술이 모두 융합됐다. 근로계약서를 독해해 상세한 해설을 제공한다.

혼합팀 변호사는 대회가 시작한 지 몇 분도 안 돼 AI가 분석한 계약서 결과표를 받았다. AI가 도출한 결과를 바탕으로 계약서 조항 적정 여부를 최종 판단, 답안을 제출했다.

인간팀은 두 명의 변호사가 서로 의견을 교환하며 답을 찾았다. 주요 검색 서비스 이용은 가능하다. 인간팀은 검색과 그동안의 노하우를 공유하며 최종 답을 도출했다.

약 한 시간 진행된 대회는 종료 후 심사위원단 세 명이 팀명을 가린 채 블라인드 심사를 진행했다.

심사 결과 인간과 AI가 함께 머리를 맞댄 혼합팀이 우승을 차지했다. 정답 정확도와 분석 등 다방면에서 인간팀보다 두 배나 높은 점수를 획득했다. 혼합팀 변호사는 “AI가 먼저 계약서를 살펴본 후 빠르게 결과를 알려줘 관련 내용을 더 고민할 수 있는 시간 여유가 생겼다”면서 “실제 업무에서도 활용 가능한 수준으로 여겨진다”고 말했다.
이명숙 심사위원장(변호사)은 “이번 대회는 변호사와 AI 대결 구도가 아니라 협업 가능성이 있는지를 살펴보기 위해 마련했다”면서 “법률 AI가 자리 잡게 되면 변호사, 검찰 등 법조계뿐만 아니라 국민도 누구나 쉽게 AI에게 법률 관련 조언을 구하는 시대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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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선 SW 전문기자 river@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