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부터 '전국 재생에너지 발전' 한눈에 감시·제어한다

나주혁신도시 한국전력공사 본사. 박지호기자 jihopress@etnews.com
나주혁신도시 한국전력공사 본사. 박지호기자 jihopress@etnews.com

전국 재생에너지 발전소 운전 현황을 실시간 감시하고 출력 제어 신호를 보낼 수 있는 시스템이 국내에서 처음 구축된다. 태양광·풍력 설비 급증에 따른 전력 과부하 및 과전압 등 문제를 사전에 파악·조치하는 '재생에너지 컨트롤타워' 역할을 할 것으로 전망된다. 그러나 이번 사업으로 한국전력공사가 수천억원대 비용을 부담하게 될 경우 재정이 더 악화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2일 에너지업계에 따르면 한전은 내년 4월부터 '전국 재생에너지 감시·제어시스템' 구축 사업에 본격 착수한다.

내년 3월까지 전남 지역 18개 재생에너지 발전소(태양광 12곳·풍력 6곳, 설비용량 173㎿) 대상으로 시범 사업을 실시, 문제점을 보완해 내년 4월부터 감시·제어 시스템을 전국에 구축하는 로드맵이다. 이와 관련해 산업통상자원부는 재생에너지 발전기 계통운영·관리를 위한 고시 개정을 절차를 진행하고 있다.

시스템은 전국 재생에너지 발전소 운전 현황을 중앙에서 감시·제어하는 방식이다. 한전이 발전 출력을 4초마다 수집하고, 전력설비 고장 등 비상시에는 출력 제어 신호를 발전소로 즉시 송출하는 기술이다. 전력설비에 문제가 발생해 재생에너지 출력을 줄여야 할 경우 발전소에 제어신호를 송출, 기존 출력 대비 50~60% 이하로 낮추도록 조치하는 식이다. 이미 스페인, 독일, 중국 등에서는 이와 유사한 시스템을 구축·운영하고 있다.

원자력·석탄발전원을 중앙 제어할 수 있는 시스템은 이미 국내에도 있지만 소규모·분산화된 재생에너지를 중앙 통제하는 건 불가능했다. 정부와 한전, 전력거래소 등은 아직 재생에너지 발전량이 국가 전력 수급에 영향을 미치는 수준은 아니라고 판단하면서도 재생에너지 설비가 지속 급증함에 따라 중앙에서 감시·제어할 수 있는 시스템 구축이 필요하다는 점에는 공감했다. 태양광 설비는 지난 7월에 연내 목표가 조기 달성됐을 정도로 보급량이 급속도로 늘고 있다.

이와 관련해 한전이 전국 재생에너지 감시·제어시스템 구축 발전소 대상을 1㎿ 규모 이하로 확대할 지 여부가 관심이다. 한전은 시범 사업에서 1㎿ 이상 전남 태양광·풍력 발전소로 대상을 한정했다. ㎾급 전국 소규모 발전소에도 시스템을 구축하려면 막대한 예산이 필요하지만 한전 재정 상황이 녹록하지 않다는 게 문제다. 한전은 18개 발전소 시범 사업에만 약 20억원을 투입했다. 전국 단위로 확대할 경우 1㎿ 이상 발전소로 대상을 한정시키더라도 수천억원대의 비용 집행이 불가피하다는 게 전문가 중론이다.

한전은 재생에너지 발전소 출력을 원격으로 제어하는 기술 개발도 추진할 방침이다. 전국 태양광 인버터, 풍력 주제어장치는 비표준 자체 통신 방식을 채용하고 있어 한전 표준 프로토콜 설비와 매칭해야 원격 제어가 가능해진다. 원격 문제를 극복하려면 재생에너지 발전사가 규격화된 전력변환장치(PCS) 설비 프로토콜을 도입해야 하기 때문에 적지 않은 비용과 시간이 수반될 수도 있을 것으로 지적됐다.

한전 관계자는 “태양광·풍력 발전량이 늘어날수록 설비 안정성 문제가 원자력·석탄에서 재생에너지로 확대될 것으로 내다보고 대비 차원에서 전국 재생에너지 감시·제어시스템 구축 사업을 진행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최재필기자 jpchoi@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