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OTT 경쟁, 콘텐츠가 전부는 아니다

[기자수첩]OTT 경쟁, 콘텐츠가 전부는 아니다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경쟁에서 콘텐츠의 중요성이 부각되고 있지만 전부라고 볼 수는 없다. 마케팅에 기술력까지 뒷받침돼야 한다. 수많은 콘텐츠를 보유하고 있다 하더라도 이용자에게 효과 높게 제시하지 못한다면 무용지물이다.

국내 OTT 시장은 글로벌 OTT 넷플릭스가 영향력을 키우면서 급속도로 재편되고 있다. 넷플릭스는 각국의 유명 콘텐츠를 확보했고, 이용자 취향에 맞춰 추천했다. 신작과 구작을 가리지 않고 취향에 기반을 두고 끊임없이 콘텐츠를 제시하고 있다. 185만 국내 이용자를 확보한 원동력이다.

현대HCN과 KT스카이라이프가 OTT 사업 철수를 공식화했다. 두 사업자 모두 방송채널사용사업자(PP)를 자회사로 두고 있지만 가입 유인이 될 만한 킬러 콘텐츠가 없었다.

이달 출범하는 푹+옥수수 통합 OTT '웨이브'는 지상파 방송 3사 콘텐츠 기반 OTT로, SK텔레콤의 재정 지원과 마케팅 지원까지 받게 된다.

오리지널 콘텐츠를 만들 계획이지만 히트작이 나오는 시점은 아무도 장담할 수 없다. 보유한 콘텐츠를 효율 높게 운용하는 게 무엇보다 중요한 이유다.

지상파 콘텐츠의 영향력은 줄었지만 그동안 쌓은 라이브러리는 무시할 수 없다. 웨이브로 개편될 푹의 콘텐츠 22만편 가운데 70~80%가 지상파 콘텐츠다. 시청률이 60%를 넘긴 KBS '첫사랑', SBS '모래시계', MBC '허준' 등도 포함한다. 중장년층의 향수를 자극한 무기도 갖춘 셈이다.

관건은 추천 서비스다. 다만 푹은 아직 추천 서비스를 상용화하지 못했다. 현재 일부 가입자 대상으로 테스트를 하고 있다. 웨이브로 개편한 이후 내년 중에 추천 서비스를 정식 도입할 예정이다.

넷플릭스는 콘텐츠마다 태그를 붙이는 태거 인력을 운용한다. 영화, TV쇼 등에 대한 이해력이 있는 인력이 도서관 사서 같은 역할을 하는 셈이다.

OTT 이용자는 부지런하지 않다. 능동적으로 수년, 수십년 전의 콘텐츠를 찾아볼 가능성은 매우 희박하다. 콘텐츠 양으로 승부하는 건 피로감만 늘릴 뿐이다. 수십만 개 비디오테이프가 진열된 대여점과 다를 바 없다. 취향 기반의 콘텐츠 추천으로 이용자들의 눈길을 사로잡는 건 온전히 OTT 사업자 몫이다.

박진형기자 ji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