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1호 기상감정업 회사의 변신, 2세대 '웨더비즈니스' 뜬다

지난 4월 강원도 고성에서 대형 산불이 발생했다.

인적이 드문 곳에서 발생한 산불로 인해 변압기 폭발 의혹이 제기됐지만 사실이 아니라는 발표가 나왔다. 이에 대한 정확한 발화 원인 등을 파악하기 위한 기상감정이 진행됐다.

기상감정이란 이처럼 각종 재난, 재해 등 사건현장의 관측 자료가 부재한 경우 주변 기상정보를 바탕으로 현장의 기상현상을 재현하고, 그 기상현상이 사건에 미친 인과관계를 밝히는 전문 업무다.

국내에는 아직 생소하지만 선진국에선 각종 범죄 조사 등이나 손해보상, 감정 등에 활발하게 활용되고 기상감정사는 대표적 고소득 직종으로 꼽힌다.

최근 4차 산업혁명 가속화로 이러한 기상정보 중요성이 커지고 이를 다양한 산업에 적용하려는 시도가 늘어나고 있다.

기상정보가 중요한 환경, 농업, 해양이 대표적이다. 나아가 기상정보를 연계한 헬스케어·패션·여행 등 '웨더비즈니스'가 떠오르면서 국내에서도 기상 관련 중소기업이 주목받고 있다.

8일 국내 1호 기상감정기업인 웨더피아는 글로벌 시장을 목표로 차세대 웨더비즈니스를 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내년 1분기 이내 10개국에 기상정보를 바탕으로 한 새로운 날씨정보플랫폼을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앱)으로 선보일 예정이다. 그동안 주로 B2G(기업과정부간거래)·B2B(기업간거래) 서비스를 해왔는데, 일반인 대상 서비스를 처음 선보이는 것이다.

웨더피아는 우리나라가 개발도상국인 시절부터 시작해 기상청의 기상업무 현대화를 진두지휘했던 기상청 예보국장 출신 故 이천우 대표가 설립한 기상전문회사다. 지난해 이 대표가 별세한 이후 사위인 임상욱 대표가 웨더피아를 이어받아 회사를 차세대 기상정보업에 맞춰 재정비하고 있다.

임상욱 웨더피아 대표
임상욱 웨더피아 대표

IBM컨설턴트 출신인 임 대표는 '1세대 기상인'인 이 대표가 만든 회사에 4차 산업혁명 시대에 걸맞은 비즈니스 모델을 입힐 준비를 마쳤다. 임 대표는 전략컨설팅 전문가로 활동하면서 정보통신기술(ICT) 분야 정보와 네트워크를 탄탄하게 쌓아왔다.

임 대표는 “지금의 기상서비스나 콘텐츠들은 지역 특성이나 개인의 요구 등을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면서 “개인 맞춤형으로 날씨정보를 제공하는 것뿐만 아니라 날씨정보와 연계한 헬스케어, 패션, 여행, 보험 등의 서비스도 제공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웨더피아는 기상산업진흥법이 정한 기상감정업, 기상예보업, 기상컨설팅업, 기상장비업을 모두 등록한 유일한 회사다. 특히 한국의 기상업무 현대화 경험과 지식을 바탕으로 몽골, 미얀마, 우즈베키스탄 등 10여개 이상 개발도상국의 국가기상업무 현대화 컨설팅사업을 수행해왔다.

기존 기상예보업 및 기상장비업도 업그레이드한다.

기상예보업은 아웃소싱 형태로 다양한 종합편성채널, 케이블, 지자체 등을 상대로 고도화된 디스플레이로 날씨뉴스를 전달하는 방안을 세웠다. 또 하드웨어 전문 액셀러레이터인 엔피프틴(N15) 등과 연계해 기상정보에 특화된 드론 및 차세대 기상장비 개발 등도 염두에 뒀다.

해외에선 이미 기상정보를 바탕으로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이 등장하고 있다.

IBM은 올해 5월 기상 변화에 따른 사업 실적을 미리 예측할 수 있는 인공지능(AI) 기반 솔루션 'IBM 웨더 시그널'을 선보였다.

자회사 더웨더컴퍼니가 보유한 수십만개 관측소와 사물인터넷(IoT) 장치 네트워크를 통해 기상데이터를 수집하고, AI 플랫폼을 통해 분석한 다음 비즈니스 특성을 반영한 결과를 제공한다. IBM은 기상업의 발전 가능성을 내다보고 2016년 약 2조원에 더웨더컴퍼니를 인수했다.

임 대표는 “개발도상국을 대상으로 기상정보 현대화를 제공하는 것은 회사의 뿌리같은 서비스라 계속 이어나가면서 변화하는 기술 및 소비자 요구를 반영한 글로벌 기상정보 플랫폼을 만들겠다”고 포부를 전했다.

김명희기자 noprint@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