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단상]금속 3D프린팅 산업 성장…팹 구축, 수요기업 중심 생태계 조성 절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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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T단상]금속 3D프린팅 산업 성장…팹 구축, 수요기업 중심 생태계 조성 절실

3D프린팅 기술은 기대만큼 빠른 속도로 발전하지 못했지만 제조업 혁신의 도구라는 평가와 기대는 여전히 유효하다. 최근 주력 산업의 제조혁신 도구로 항공, 자동차, 발전, 조선, 기계 등 분야에서 금속 3D프린팅 산업이 성장하고 있다.

금속 3D프린팅 산업은 '3D프린팅 도구'와 '3D프린팅 수요 제품'의 양날개로 날아야 한다. 3D프린팅 도구는 3D프린팅을 위한 장비, 소재, 소프트웨어(SW), 서비스 등으로 구성되는 산업이다. 그동안 정부의 연구개발(R&D) 지원이 집중된 분야지만 미국과 독일 등의 선점 효과로 한국 기업의 존재감은 여전히 약하다.

3D프린팅 수요 제품은 3D프린팅 도구를 사용해 생산하는 3D프린팅 제품 산업이며, 민간 기업의 투자와 R&D가 함께 증가하는 분야다. 한국 제조업을 불모의 땅에서 세계 최강으로 올려놓은 공정 기술이 중요하며, 금속 3D프린팅에 필수인 야금학의 기반도 탄탄하기 때문에 한국이 빠르게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는 분야다.

고가의 대형 후처리 및 검사장비 인프라를 보유한 국가 차원의 3D프린팅 팹(FAB) 구축이 필요하다. 국내에는 지역센터, 제조혁신지원센터, 정부출연연구기관(출연연) 등에 중소형 장비 위주의 인프라가 다양하게 구축돼 있지만 실제 최종 제품에 필요한 후처리나 검사를 위한 고가의 대형 설비 없이 시작품 제작 단계에 머무르고 있다. 이러한 설비는 가동률이 낮고 고가 설비이기 때문에 단일 기업이 소유하기에는 어려움이 있다. 3D프린팅 팹에서 보유해야 하는 설비로 고온·고압·대용량의 열간정수압프레스, 고출력 X선 컴퓨터단층촬영(CT), 대형 진공열처리로 등이 있다.

3D프린팅 산업화를 가속하기 위해서는 생태계를 조성하고 협업을 촉진하는 것이 큰 힘이 된다. 한국의 제조 대기업들은 영업기밀 보호 차원에서 협업이 쉽지 않다. 3D프린팅 산업은 장비, 소재, SW, 공정, 검사, 인증, 인프라 등 다양한 요소가 긴밀하게 연결될 때 성과가 배가되기 때문에 기업 단독으로 모든 것을 할 수도 없고 할 필요도 없다. 최종 수요 대기업이 제품계획, 기술사양, 품질검사, 인증기준 등에 대한 최소한의 기준을 생태계에 제공하고 양방향 교류가 활성화될 때 산업이 성장할 수 있다. 최종 수요 기업을 정점으로 하는 하향식 생태계 조성이 효과가 있다.

세분화되고 단절돼 있는 국내 3D프린팅 이해관계자들의 사일로 딜레마를 해결하고 역량을 결집시키는 국가 차원의 거버넌스 수립이 필요하다. 현재 중앙과 지역, 산·학·연, 협회, 연구조합, 학회 등 많은 기관이 있지만 단위 과제 위주의 운영으로 국가 전략 방향과 단기·중기 달성 전략, 산업과 기술 빅픽처 수립, 경쟁력 분석에 기반을 둔 자원 배분 등이 미흡하다. 국가 전략에서 단위 기관의 역할을 부여하고 협력해 시너지를 창출하는 미국, 일본, 독일의 3D프린팅 얼라이언스 형태는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항공·우주, 발전, 에너지, 산업기계 등 글로벌 공급망에 진입하기 위해서는 금속 3D프린팅 품질은 기본이다. 이에 따라 원가 경쟁력을 확보하는 R&D에 집중해야 한다. 국산 금속 3D프린팅 제품이 글로벌 시장에 진입하기 위해서는 글로벌 수요 대기업 공급망에 진입해야 한다. 글로벌 기업 인증을 받기 위해서는 3D프린팅 소재, 공정, 장비, 부품에 대한 품질관리 절차를 문서로 증명할 수 있어야 한다. 초도품 검증은 기본이다. 승부는 금속 3D프린팅의 고비용 구조를 낮추고 제품 수율을 높여 원가 경쟁력을 확보하는 것이다. 저비용 금속분말 생산기술, 단순 재현이 가능한 공정기술, 적층제조설계, 검사 분야에 투자와 개발이 집중돼야 한다.

기술 전환기에 시장을 개척하고 지켜 내는 것은 기업의 몫이지만 정부(공공) 지원이 더해진다면 시장 진입 리스크를 줄일 수 있다. 금속 3D프린팅 산업 인프라를 구축하고 생태계를 조성하며 빅픽처를 수립하는 일은 민간기업이나 단일 조직이 주도하기 어렵다. 정부 부처와 국내 3D프린팅 조직, 이해관계자들을 아우르는 통합된 거버넌스 구축 등 정부의 적극 역할을 기대한다.

유석현 두산중공업 고문 seoghyeon.ryu@doo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