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분석]우리도 금융시장 부품소재 산업..."먹고 살게는 해달라"

최근 한 대형 밴사는 협력 카드사로부터 받아들이기 힘든 제안을 받았다.

내년도 밴 수수료 인하(안)를 수용하지 않을 경우, 가맹점 대상 결제방식을 직매입(EDC)으로 모두 바꾸겠다는 통보다. 또 다른 카드사는 밴사에 30%에 달하는 밴 수수료 인하를 통보했다가 반발이 커지자 이를 철회하는 상황도 발생했다. 그러면서 밴사에 지급하는 가맹점 종이전표 비용을 절반으로 줄이겠다고 통보했다.

시장점유율 선두 카드사들은 최근 과거 정부 주재로 협약을 맺었던 카드사-밴사 간 '데이터캡처 비용' 상생방안을 사실상 파기했다.

앞서 카드사와 밴사는 무서명 거래 도입으로 전표 수거 대행 업무가 필요 없어지자, 그간 이 업무로 생계를 유지했던 밴 대리점을 보호하자는 취지의 상생 방안이다. 카드사와 밴사가 일정 비용을 밴대리점에 보존하는 협약을 맺었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고 카드사가 원래 약속했던 보존 비용을 절반 이상으로 깎는 등 협약은 지켜지지 않고 있다.

이로 인해 밴사가 카드사가 보존해줄 비용까지 지불하는 악순환이 반복됐다. 물론 계약 위반으로 보기에는 이견이 있을 수 있지만, 카드사가 자사 이익만을 위해 후방산업과 상생 방안에 눈감았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심지어 이들 밴사는 롯데카드 대상으로 소송까지 제기했다.

롯데카드는 밴사가 관리하는 전체 가맹점의 50%를 직매입 방식으로 변경하고, 이후 100% 전환하겠다고 통보했다.

밴사들은 사전 상의도 없이 기존 대행업무 계약을 일방적으로 파기한 것이라며 반발했다. EDC 방식이 도입되면 카드사의 결제승인·전표매입 대행 업무가 사라지게 돼 결제 건당 14~17원의 대행수수료를 받지 못하게 된다.

밴 업계는 중소형 밴사가 도산 위기에 처했지만 카드사의 업무를 대행하는 입장에서 공동 목소리를 내기가 쉽지 않다고 하소연한다.

밴 매출 하락 요인이 카드사의 일방적 매출 후려치기가 전부는 아니지만 사업 상생에 대한 논의는 아예 배제하는 쪽으로 운영비용을 줄이고 있다고 지적했다.

한 밴사 고위 관계자는 “한국과 일본 부품소재 갈등이 확산되면서 수많은 후방 산업을 지원하기 위해 금융사가 대안을 마련한 것과 달리 밴사도 국내 카드 인프라 사업에 많은 노력을 했지만 돌아오는 건 생존을 위협하는 가격 후려치기 밖에 없다”고 밝혔다.

지금이라도 금융당국이 밴사가 생존할 수 있는 상생 방안을 최소한 마련해달라는 입장이다.

길재식 금융산업 전문기자 osolgil@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