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의 암 치료기' 구축 잰걸음, 2023년 암 치료 새 시대 열린다

부산 기장군에 들어설 중입자치료센터 조감도
부산 기장군에 들어설 중입자치료센터 조감도

'꿈의 암 치료기'로 불리는 중입자가속기가 2023년 국내 상용화를 목표로 구축에 한창이다. 이듬해 서울대병원이 운영하는 중입자치료센터까지 개소하면 5년 뒤 국내 암 환자 치료에 새 기전을 마련할 것으로 기대된다. 중장기로는 첨단 입자 치료 기술을 국산화해 저변을 넓힐 필요도 있다.

10일 정부와 병원업계에 따르면 연세의료원과 서울대병원은 각각 중입자 가속기 도입을 위한 토목공사와 사업자 선정을 준비하고 있다. 늦어도 2024년에는 국내에도 두 대의 중입자 가속기가 운용될 예정이다.

중입자 가속기는 탄소원자를 빛의 70% 속도로 가속한 뒤 환자 암 조직에 투사한다. 암 조직에 닿는 순간 방사선 에너지를 방출, 암 세포 DNA를 죽인다. 초기 폐암은 1회, 간암은 2회, 전립샘암이나 두경부암도 3주 안에 치료가 끝나 '꿈의 암 치료기'라고 불린다.

현재 세계적으로 중입자가속기는 독일, 이탈리아, 일본, 중국 등 10대 밖에 없다. 우리나라는 지난해 연세의료원, 올해 서울대병원이 각각 열한 번째 및 열두 번째로 도입을 선언했다. 기초과학, 엔지니어링, 의학 등 다양한 영역을 집결시킨 최첨단 장비인 만큼 구축 사례가 있는 개발기업도 세계적으로 4~5곳에 불과하다.

연세의료원은 다음달 내달 지하 토목공사를 마무리하고, 장비 구축을 위한 건축공사에 들어간다. 도시바가 개발 중인 중입자 가속기는 내년 말 들여온다. 약 2년 간 지상층 공사, 장비 검증, 의료기기 허가 등을 거쳐 빠르면 2022년 말부터 환자 치료에 사용한다.

장규순 연세의료원 중입자건립추진본부 팀장은 “의료기기 허가와 신의료기술평가가 관건인 가운데, 늦어도 2023년 초에는 상용화가 가능할 것”이라면서 “연평균 치료 가능환자 수는 1500명이다. 최대 2000명까지 치료받을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서울대병원도 2024년 상용화를 목표로 중입자 가속기 사업자 선정을 준비한다. 오는 4분기에 제안요청서(RFP)를 발송하고, 내년 상반기 중에 사업자를 결정한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2017년 서울대병원을 주관기관으로 선정, 부산 기장군에 중입자치료센터를 구축키로 했다. 관련 예산만 2606억원이다. 입찰 공고를 앞두고 중국, 일본, 이탈리아, 덴마크 등 여러 국가의 기업이 관심을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그가운데서도 연세의료원 사업을 수주한 도시바와 경쟁사인 히타치 간 2파전이 유력하다.

중입자가속기 치료 효과(자료: 과기정통부)
중입자가속기 치료 효과(자료: 과기정통부)

중입자 가속기가 상용화되면 암 치료 패러다임이 바뀐다. 중입자 치료기는 양성자보다 질량이 12배 무거워 암세포 사멸률이 3배 이상 높다. 체내에 방사선을 남기지 않고, 모든 암에 적용할 수 있다. 방사선이나 양성자 치료는 평균 30회 실시되지만, 중입자 치료는 평균 12회만 받으면 돼 치료기간을 대폭 줄일 수 있다. 치료 방법이 없거나 중성자 치료를 받기 위해 큰 돈을 들여 미국, 일본 등으로 가는 국내 암 환자에게 희소식이다.

환자 치료와 산업적 가치를 고려, 국산화 검토가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우선 장비 가격도 1000억원이 훌쩍 넘지만 연간 유지보수 비용도 10억원 이상이다. 과기정통부 관계자는 “당초 원자력의학원에서 자체 개발해 도입키로 했지만 시간과 비용 때문에 서울대병원으로 주관기관을 변경, 외국제품을 도입하기로 했다”면서 “장기적으로 치료기기 유지보수 영역부터라도 국산화를 검토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정용철 의료/바이오 전문기자 jungyc@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