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정호의 창업 실전강의]<82>카리스마적 CEO가 성과 내기 어렵다

[박정호의 창업 실전강의]<82>카리스마적 CEO가 성과 내기 어렵다

예비창업자가 가장 어려워하는 부분 중 하나가 조직 수장으로서의 역할이다. 많은 창업자는 창업 이전까지는 개인으로 활동해 왔다. 이 때문에 다른 사람에게 지시를 내리거나 그들에게 동의를 구하고 설득하는 기회를 좀처럼 갖기 어려웠다. 조직 리더로서의 경험을 해볼 기회가 많지 않았던 것이다. 많은 창업가가 조직 리더로서의 역할에 어려움을 토로하는 배경도 여기에 있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한 가지 흥미로운 사실은 많은 창업가가 리더에 대해 잘못된 편견을 갖고 있다는 점이다. 흔히 역사 속에 등장하는 영웅과 황제를 떠올리는 경향이 많다. 이 때문에 많은 창업가는 본인이 리더로서의 자질을 구성원에게 보여주기 위해서는 카리스마, 자기 확신, 강한 추진력 등을 발휘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이러한 구성요소는 회사를 성공적으로 운영하는 데 있어 결코 긍정적으로 작용하지 않는다.

암스테르담 대학의 심리학자 바르보라 네비카는 카리스마, 자기 확신, 강한 추진력 등을 맹신하는 CEO는 조직 구성원들의 정보 공유 분위기를 저하시켜 회사 경영 전반에 합리적 의사결정능력을 떨어뜨린다고 했다. 자기 확신이 강한 CEO일수록 구성원 의견을 경청하면서 사업 내용을 수정 보완하기보다는 자신의 사업 아이디어 내지 사업 전략에 대한 자신 확신이 강해, 구성원에게 오히려 자신의 의견을 강하게 전달하는 모습이 빈번히 목격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사업 초기에는 회사 운영 프로세스가 완비되지 않은 상황이다. 이 때문에 무엇보다 조직구성원 간의 소통과 정보공유가 중요하다. 이러한 상황에서 창업자가 추구해야 할 사내 분위기 역시 정보를 공유하는 분위기를 독려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기질로 인해 조직 내 소통 문화가 저해된다면 이는 창업의 성공률을 떨어뜨리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특히 자기 확신이 강한 창업가들은 사회적 감수성과 공감능력이 요구되는 사업 부문에게 활동할 때 사업 실적이 더욱 크게 저하되는 것으로 확인되었다.

이 문제에 대한 또 한 가지의 특이한 사실은 조직구성원의 관점에 있다. 스타트업 기업에 참여한 구성원은 자신의 창업가가 카리스마적이고 자기 확신이 강한 창업가일수록 창업가를 유능하다 인정할 뿐만 아니라 뛰어난 성과를 발휘할 것을 믿고 회사의 미래에 대해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경향이 높았다. 오히려 자신의 의견을 경청하고, 회사 경영 전반에 대해 의견을 구하는 모습이 창업가로서 미래 비전에 대한 확신이 부족하다고 인식하는 경향이 많았다.

하지만 창업 후 일정 시간이 경과하고 난 뒤에는 이러한 구성원의 평가가 사뭇 달라지는 경우가 많다. 구성원 간 소통이 부족해 불거지는 혼란과 불협화음이 하나씩 발견되면서 창업가에 대한 평가 또한 달라진다. 자신의 얘기를 들어주는 않는 창업가가 오히려 회사의 성장을 저해하는 요인임을 알게 된다. 자신이 제시한 의견을 수용했더라면 회사가 지금보다 훨씬 성장했을 것이라는 반감까지 갖게 되는 경우가 많다.
자기 확신이 강한 창업가의 의견이 사업 초기 운 좋게 적중했다 하더라도 상황은 크게 달라지지 않는다. 이 경우 창업가는 기회가 생길 때마다 자신의 성과를 과시하면서 자신을 특별한 존재로 여기려는 기질이 높아진다. 이 역시 조직 구성원 정보 공유를 막는 요인이다. 이때부터 조직구성원은 창업가 입만 쳐다보며, 구성원 간의 논의는 뒤로 미루게 된다. 초기 성공으로 이제 본격적으로 조직의 규모가 커지면서 조직구성원 간의 협업이 중요해지는 시점에서 정보 공유를 가로 막는 조직 문화는 기업이 지속 성장하는 데 커다란 장애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다.

박정호 명지대 특임교수
박정호 명지대 특임교수

박정호 명지대 특임교수 aijen@mju.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