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교과서, 공룡이 소리도 못내서야"…아날로그식 심의 기준 바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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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은혜 부총리 겸 교육부장관이 지난 5월 김해 관동초등학교를 방문해 디지털교과서를 활용한 수업에 참여하고 간담회를 가졌다. 사진=교육부
<유은혜 부총리 겸 교육부장관이 지난 5월 김해 관동초등학교를 방문해 디지털교과서를 활용한 수업에 참여하고 간담회를 가졌다. 사진=교육부>

초등학생이 학습하는 디지털교과서 속 공룡은 소리를 내지 않는다. 지금은 사라진 공룡이 어떤 소리를 냈는지 과학적으로 증명할 길이 없기 때문이다. 만화나 영화와 달리 교과서에는 근거 없는 자료를 실을 수 없다는 이유에서다.

생생한 콘텐츠를 통해 학습 효과를 높이기 위한 디지털교과서가 기존 서책과 같은 규정을 받아 제약이 많다. 디지털교과서에 아날로그식 기준을 들이대면서 벌어진 일이다. 정부는 이 같은 지적이 이어지자 디지털교과서 취지에 맞춰 심의 기준 개정을 검토하기로 했다.

교육부는 디지털교과서 활용 현황 분석 및 향후 추진 방안에 대한 정책 연구에 착수했다고 15일 밝혔다.

오는 2022년에는 초등학교 사회와 과학 교과서가 국정에서 검정으로 바뀐다. 디지털교과서 역시 이에 대비하기 위해 내년 8월까지는 관련 고시를 개정해야 한다. 교육부는 교과서 체계가 바뀌는 시점에 맞춰 디지털교과서 규정도 개정하기 위해 정책 연구를 수행한다. 디지털교과서 활용도를 높일 수 있는 심의 기준을 마련하려는 목적이다.

현재 디지털교과서는 서책 교과서 검정 기준을 준용하고, 여기에 추가해 멀티미디어 관련 심의를 받는다. 실감형 콘텐츠를 활용하려 해도 교과서이기 때문에 사실이 아닌 부분이나 교육 과정을 넘어서는 부분을 실을 수 없다.

예를 들어 공룡 생활 관련 영상을 통해 학생들의 상상력을 자극할 수 있지만 교과서 기준을 따라야 하기 때문에 한계가 있다. 영상 속 공룡은 역동적인 모습이지만 공룡의 울음소리는 들리지 않는 식이다.

학생들이 관심을 두고 상세한 정보를 추가로 파악하는 기능은 구현할 수 있지만 이 역시 제한된다. 학습량이 과도하게 늘어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교육 과정을 넘어서는 정보를 실을 수 없기 때문이다.

급변하는 사회 변화에 발빠르게 대응할 수도 없다. 교과서와 같은 수준의 심의 과정을 거쳐야 한다.

2015 개정교육과정에 따른 디지털교과서는 2018년부터 초등학교 3~4학년, 중학교 1학년 사회·과학·영어 교과에 적용됐다. 올해 초등학교 5~6학년, 중학교 2학년 사회·과학·영어 교과로 확대됐다.

디지털교과서는 가상현실(VR)·증강현실(AR) 콘텐츠를 갖춰 생생하고 실감나는 학습 경험을 제공한다. 교육계는 학습 몰입도와 효과를 높이는 디지털교과서 도입 취지를 살릴 수 있도록 제약을 풀어야 한다고 주문했다.

교육부 관계자는 “민간에서 만드는 교육용 콘텐츠에 비해 재미가 없어 몰입도가 덜하다는 현장의 지적이 있다”면서 “이를 보완할 방법을 찾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현재 디지털교과서 형태를 그대로 유지할지 바꿀 것인지 등을 포괄적으로 살펴볼 것”이라고 덧붙였다.

문보경 정책 전문기자 okmu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