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형의 디자인 싱킹]<30>더 나은 세상을 위한 지혜(1)

[김태형의 디자인 싱킹]<30>더 나은 세상을 위한 지혜(1)

그동안 4차 산업혁명에 필요한 혁신 방식의 하나로 빠르게 확산되고 있는 디자인 싱킹에 대해 국내외의 다양한 기업 내 리더들과 함께 산업 관점에서 가치와 역할, 해결 과제 등을 논의했다.

필자가 만나 본 디자인 싱킹을 경험하고 적용한 기업 대부분은 디자인 싱킹의 가장 큰 가치로 다양한 관점에서의 소통이 많아지고 상대방에게 공감하고자 노력하는 태도 변화를 꼽았다. 두 번째로는 새로운 관점을 빠르게 받아들이고 개선해 가는 프로토타이핑과 테스트를 통해 더욱더 창의 문화로 전파하는 과정에 큰 의미를 뒀다.

이와 같이 기업을 통해 디자인 싱킹의 가치가 세계에 활발하게 적용되고 비즈니스 실질 성과로 확산하게 된 가장 큰 계기로 우리는 미국 실리콘밸리의 성장, 그 중심에 있는 스탠퍼드대를 이야기하지 않을 수 없다.

2016년 필자는 디자인 싱킹 연구 수행을 위해 스탠퍼드대 내 디자인 싱킹 핵심 교육 기관인 디스쿨(d.school)을 방문했다. 짧은 기간이었지만 공간 개념 변화에서부터 교육 프로그램, 주변 지역사회 커뮤니티와 대학 연계성, 기업과의 협업 방식 등 기존과 다른 경계를 바라보는 방식과 사고를 통한 혁신 방식을 촘촘히 느낄 수 있었다.

당시 디스쿨의 창립 멤버 래리 라이퍼 교수는 “디자인 싱킹은 하나의 거대한 패러다임”이라면서 “'어떻게 하면 문제를 좀 더 나은 형태로 해결할 수 있는가'에 대한 참여자의 질문에 모든 문제의 근원은 '나'로부터 시작한다는 것을 인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모든 문제 해결에서 가장 큰 어려움은 바로 '나'의 관점으로 바라보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즉 실제 상대방의 관점을 최대한 이해하고 공감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디자인 싱킹의 마인드셋이 문제 해결의 핵심이라는 것이었다.

라이퍼 교수는 디자인 싱킹을 한마디로 '접착식 메모지'(포스트잇)와 같다고 표현하기도 했다. 대체로 접착식 메모지는 다양한 사람들의 생각을 언제든지 시각화해서 전달할 수 있는 좋은 도구이다. 이를 통해 우리는 2차원(2D) 또는 3D 형태로 다양하게 생각의 구성 및 레이어를 조절할 수 있다. 이러한 접착식 메모지의 특징은 우리가 좀 더 유연한 다층식 사고를 하는데 도움을 주며, 디자인 싱킹도 이와 마찬가지라는 것이다. 라이퍼 교수는 디자인 싱킹 개념을 직접 접착식 메모지에 그려 주었다. 몇 개의 선과 단어로 아주 간단하게 표현해 준 메모는 몇 년이 지난 지금도 필자의 노트 안에 간직돼 있다.

디자인 싱킹에 대한 통찰과 더불어 아직까지 잊을 수 없는 것이 있다면 라이퍼 교수가 보여 준 긍정 태도와 적극 접근 방식이다. 그를 생각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단어가 있다. 바로 '지혜로운 철학자'이다.

라이퍼 교수는 기계공학과 교수임에도 인문학 사고를 기반으로 모든 사람에게 "예스" "오케이"라는 말과 함께 항상 본인이 먼저 앞장서고, 스스로 안내하고 실천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그리고 언제나 상대방이 쉽게 이해하고 다가설 수 있도록 말에서도 행동에서도 남들보다 먼저 자리를 내주었다. 라이퍼 교수의 생활 자체가 디자인 싱킹의 마인드셋을 그대로 옮겨 놓은 듯 했다.

라이퍼 교수는 “나는 당신들의 창의성이 상당하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당신들이 그것을 모르거나 그러한 능력이 자유롭게 표현될 수 있는 생태계가 아직 갖춰지지 않았을 뿐이다”라고 말한다.

디자인 싱킹이 국내에 확산되고 있는 이 시점에서 다음회부터는 라이퍼 교수와 함께 디자인 싱킹에 관해 이야기해 보도록 하자.

김태형 단국대 교수(SW디자인 융합센터장) kimtoja@dankook.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