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청소년 도박, 현실을 알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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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청소년 도박, 현실을 알아야 한다

청소년 도박 문제는 흔히 과소평가되는 경향이 있다. 도박에 빠지는 청소년은 일부 집단일 뿐이며, 그 시기가 지나면 자연스럽게 사라진다는 오해를 받는다. 현실은 도박 문제가 있는 10대 청소년이 증가하고 있다는 것이다. 필자가 근무하는 한국도박문제관리센터의 올 상반기 상담 실적에 따르면 상담 서비스 이용자의 평균 연령이 낮아진 가운데 10대 이용자가 지난해 대비 약 52% 증가했다.

이제는 해결책을 강구해야 할 때다. 우선 청소년 도박에 대한 오해를 걷어 내고 문제의 심각성을 직시하는 것이 필요하다. 첫째 청소년 도박은 일부 문제 집단이 아니라 청소년 모두에게 발생할 수 있는 문제다. 최근 PC나 모바일을 통한 불법 스포츠 도박, 사다리·달팽이 등 불법 도박 사이트에 접근하기가 쉬워졌다. 또래 집단을 통해 도박을 접하는 사례도 많아졌다.

둘째 청소년기에 시작된 도박 문제는 일시가 아니라 성인기에 갈수록 더 심각하게 진행될 수 있다. 뇌 발달상 청소년기의 뇌는 감정에 관여하는 변연계가 사고 또는 자제와 절제력에 관여하는 전두엽보다 먼저 발달한 상태여서 자극성 강하고 보상 및 중독성이 있는 도박에 취약할 수밖에 없다. 또 청소년은 소액으로만 도박을 한다고 생각하기 쉽지만 상담 서비스를 이용한 청소년은 도박 빚이 200만~300만원인 경우가 대부분이고, 많게는 1000만원을 훌쩍 넘도록 손실을 본 경우도 허다하였다. 적은 금액으로 큰돈을 딴 경험이 생기면 베팅 금액은 쉽게 커지고, 합법 대출을 받을 수 없는 청소년에게 대출업자를 연결해 주는 브로커까지 존재하는 형국이다.

빚을 갚는다고 도박 문제가 해결되는 것도 사실이 아니다. 빚이 없어져도 도박 문제는 완전히 해결되지 않고 다시 반복되기 때문에 이런 고리를 끊어 내기 위해서는 조기 발견과 전문 분야 개입이 필수다. 전문 분야 개입 단계에서는 개인 및 집단 상담을 통한 도박 문제 개입, 심리 문제 개입, 재정과 법률 문제 개입, 부모 개입, 전문 병원 개입 등 도박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다각도 활동이 수반된다. 문제가 발생하기 이전의 청소년 집단 대상 예방 교육을 통해 도박 중독에 대한 이해를 높이는 것이 중요함은 물론이다.

도박문제관리센터는 2013년에 설립된 공공기관이다. 다양한 예방과 홍보 활동, 치유와 재활 서비스, 연구와 전문 인력 양성 등 도박 문제 관련 전문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나아가 도박 문제 확산 방지에 노력하고 있다. 365일 24시간 운영되는 상담전화(국번 없이 1336)와 온라인 상담 서비스인 넷라인은 도박 문제와 관련된 고민을 나누기 원하는 청소년이 부담 없이 도움의 문을 두드릴 수 있다. 센터는 도박 문제에 대한 국민 인식 제고를 위해 매년 9월 17일을 '도박중독 추방의 날'로 정하고 해당 주를 도박 문제 인식 주간으로 정해 다양한 문화 행사를 펼치고 있다. 올해 역시 '도박 로그아웃! 행복 로그인'이라는 슬로건 아래 청소년 도박 문제에 대한 인식을 바로잡고 피해 당사자나 가족에게 도움의 손길을 제공하는 기회가 되길 바란다.

나날이 증가하고 있는 청소년 도박 문제에 대한 국민 관심이 그 어느 때보다 필요하다. 청소년 도박 문제는 단지 어린 시절 잠깐의 실수가 아니라 개인의 미래를 송두리째 앗을 수 있는 침묵의 살인과도 같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이와 같이 현실을 직시할 때 청소년 도박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길이 열릴 것이다.

이홍식 한국도박문제관리센터 원장 hslee@kcgp.or.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