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경쟁당국, 디지털경제 속 '새로운 불공정거래' 대응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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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주요국이 디지털경제를 반영한 '공정거래 정책 변화'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기존 정책으로는 디지털 시장에서 발생하는 새로운 유형 불공정거래에 대응하기 어렵다는 공감대가 형성됐다.

영국 등 유럽에선 관련 사안을 전담할 '디지털 시장 부서' 신설, 국제공조 강화 등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우리 정부도 공정거래법 현대화 등 관련 작업에 속도를 내야 한다는 지적이다.

16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글로벌 경쟁당국 논의에서 디지털경제가 주요 화두로 떠올랐다. 한국, 미국, 유럽연합(EU) 등 개별 국가는 물론이고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와 같은 국제기구도 디지털경제가 공정거래에 미치는 영향을 연구하고 있다.

구글, 페이스북, 아마존 등 정보통신기술(ICT) 기업이 세계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급격히 커졌기 때문이다. 글로벌 ICT 기업이 유발하는 새로운 불공정거래 이슈를 기존 정책으로 대응하기 어렵다는 공감대가 형성됐다.

한은석 한국공정거래조정원 연구위원이 집필한 '영국의 디지털 시장 경쟁촉진 정책 고찰'에 따르면 영국은 전문가 패널을 구성·운영해 최근 '언락킹더디지털컴피티션(Unlocking the Digital Competition)'이라는 보고서를 발표했다.

보고서는 디지털 시장이 1~2개의 막강한 플랫폼 기업에 의해 지배되고 있으며, 이로 인해 경쟁이 제한돼 소비자 후생이 침해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지적한 주요 문제는 △축적된 데이터를 바탕으로 시장 진입장벽 형성 △개인정보 오용과 프라이버시 침해 △플랫폼을 이용 사업자에 대한 수수료 인상에 따른 소비자 가격 상승 등이다.

지난 3월, 5월 독일과 콜롬비아에서 각각 열린 경쟁당국 회의에서도 유사 문제가 제기됐다.

우리 공정거래위원회는 이 자리에서 빅데이터를 이용한 개인 가격차별, 알고리즘 담합 등 신유형 불공정 행위가 출현했고, 네트워크 효과로 승자 독식 원칙이 현실화됐다고 지적했다.

영국 보고서는 해결책으로 디지털 공정거래 정책을 전담할 '디지털 시장 부서' 신설 필요성을 강조했다. 소비자가 원하면 자신의 데이터를 제3자에게 공유할 수 있도록 '데이터 유동성'을 확보해야 하며, 공개 표준 시스템이 필요하다고 평가했다. 국제 공조로 정책 실효성도 높여야 한다는 주장이다.

이런 분석은 우리 공정위 경쟁법 현대화 작업에도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공정위는 4차 산업혁명을 반영한 공정거래법 현대화 작업을 추진 중이다. 올초에는 데이터 독점이 생기는 기업결합을 불허할 수 있는 근거를 마련하는 등 디지털경제 대응 작업을 본격화 했다.

영국 보고서 주장대로 우리나라도 중장기 차원에서 전담 부서가 필요하다는 분석도 나온다.

한은석 연구위원은 보고서에서 “현실적으로 공정위 정책 우선순위는 재벌개혁, 독과점 규제 같은 전통적 독점금지 정책 영역에 두는 것이 바람직하다”면서도 “기존 공정위 조직구조를 유지하더라도 현재보다 더 많은 국·과에서 디지털 시장 문제를 다루게 되면 업무의 효율적 추진을 위해 전담 부서 신설을 고려해 볼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유선일 경제정책 기자 ysi@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