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 막고 보조금 풀더니…中에 안방 내준 韓드론 시장

사진=게티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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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드론 시장이 중국산에 빠르게 잠식되고 있다. 특히 농업용 드론의 경우 두 대 가운데 한 대 이상이 중국 제품으로 파악됐다. 농가에서 드론을 구입하면 각 지방자치단체가 통상 약 50%를 지급하는 보조금 사업 역시 중국산 확대 요인으로 꼽힌다. 드론을 중소기업 간 경쟁제품으로 지정한 정책도 의도와 달리 국산 드론 경쟁력을 기르는 데 제약 요인으로 작용했다. 전문가들은 드론 국산화를 목표로 대기업 진출 허용 등 내수 시장 수성을 위한 대안 마련을 촉구했다.

16일 김규환 자유한국당 의원실과 업계에 따르면 국산 드론이 중국산과의 가격 경쟁력에서 밀리면서 설 자리를 잃어 가고 있다. 완전경쟁인 농업용 드론 등 민수 시장은 중국산 영향력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올해 6월 기준 국내 드론 민수 시장 규모는 약 3500억원으로 추산된다.

세계 최대 드론업체 중국 DJI는 국내 지자체가 지원하는 보조금 절반 이상을 가져가는 것으로 알려졌다. 대다수 지자체는 외산 현황을 별도로 관리하지 않는 데다 보조금은 국내와 해외 제품 구분없이 지급되고 있기 때문이다.

서산군 관계자는 “지난해 드론 39대 대상으로 구입비용을 지원했다”면서 “DJI 비중이 80%를 넘는다”고 설명했다. 일반적으로 농업용 드론 10대 가운데 7대 이상은 보조금 사업을 통해 판매된다. 물론 지자체마다 지원 액수는 다르다. 전남도는 도내 지자체와 드론 구입비용 50%를 지원한다. 충남 서산군도 같은 비율로 나눠 준다. 드론 대당 최대 750만원까지 지급한다.

이처럼 드론 시장에 황사 바람이 부는 것은 각 지자체의 보조금 정책이 한몫했다. 여기에다 우리나라 대기업의 진입을 막은 정책도 작용했다. 정부는 2017년 11월 드론을 중소기업 간 경쟁제품으로 지정, 대기업 진입을 차단했다. 국내에서 드론을 직접 제조하는 중소기업 판로를 넓혀 주겠다는 취지였다. 그러나 대항마 역할을 할 대기업을 배제하면서 중국에 시장만 내준 결과를 초래했다. 중소기업은 영세한 데다 공장 가동으로 경쟁력이 떨어진다.

박장환 국제드론사관학교 원장은 “대규모 투자를 잇따라 받은 중국 대기업과 국내 중소기업을 경쟁시키는 것은 말이 안 된다”면서 “드론을 중소기업 간 경쟁제품에서 서둘러 풀어야 한다”고 제언했다.

국내 드론 산업의 기반은 취약한 게 현실이다. 연구개발(R&D) 투자는 엄두도 내지 못한다. 드론 제작업체 수는 200여곳이며, 평균 매출액은 5억원에 그친다. 그나마 상위 20개 업체의 평균 고용 인원은 20명, 매출액은 27억원으로 영세한 실정이다.

공공기관 입찰 참가 문턱이 높은 점도 국내 중소 드론업체의 자생력을 기르는 데 제약 요인으로 꼽힌다. 공공 입찰에 참여하려면 국내에 생산 공장을 세워야 하지만 이 같은 시설을 갖추고는 중국 업체의 저가 공세를 막아낼 수 없다. 국내 중소기업은 조달 참여를 위해 드론 직접생산확인증이 필요하다. 기준을 충족시키려면 50㎡(15평) 이상 면적 제조시설을 확보해야 한다. 금형 장비, 컴프레셔를 포함한 10여 가지 생산·검사 시설을 갖춰야 한다. 임차 보유는 인정하지 않는다. 대표를 제외한 상시 근무자를 3명 이상 채용해야 한다.

드론업계는 이 기준대로 공장을 지을 경우 적자를 면하기 어렵다고 주장한다. 생산 원가가 상승하기 때문이다. 저가 공세를 펼치는 중국산 드론과 경쟁에서 밀릴 수밖에 없다는 설명이다. 현재 드론 직접생산확인증을 받은 업체 수는 46개에 그친다.

김규환 자유한국당 의원은 “한-일 무역 분쟁으로 원천 기술 확보의 중요성이 어느 때보다 강조되고 있다”면서 “관련 정책을 드론 국산화라는 목표에 맞춰 재설계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드론이 중소기업 간 경쟁제품 지정 이후 복수의 공공 기관은 총 167억원 규모 드론을 구입했다. 2017년 11~12월 25억3000만원, 지난해 94억5000만원, 올해 1~8월 47억2000만원을 지출했다.

최종희기자 choijh@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