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포럼]데이터 거래소 선구자가 한국에 남긴 충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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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포럼]데이터 거래소 선구자가 한국에 남긴 충고

최근에 루용 상하이데이터거래소(SHDX) 부사장을 한국에서 열린 국제행사에 초대했다. 올 여름에 벤치마크를 위해 상하이데이터거래소에 방문했을 때, 데이터 유통거래에 대한 촘촘한 노하우를 들을 수 있어 이번에는 더 많은 한국 전문가와 함께 데이터 기반 비즈니스 모델과 산업, 특히 스마트시티 데이터 활용과 거래에 대해 토론하는 자리에 초청했다.

루용 부사장이 있는 상하이데이터거래소는 2013년부터 거래 기반을 준비해 2016년에 개관했다. 2억위안(약 340억원) 자본금으로 설립된, 국유자본(59%)과 민간자본(41%) 합작법인이다. 상하이데이터거래소에서는 CAP(개인), CEP(기업), CCP(도시) 데이터를 합법적으로 사고 팔 수 있다. 비식별화 등 거래를 위한 필수 조치와 법적인 검토, 데이터 품질 표준화가 담보된 데이터만 거래된다. 아직 거래량이 많진 않지만, 2020년엔 흑자 전환이 목표라고 한다.

개인적으로 데이터 유통 활성화를 위한 거래 기반 연구를 하고 있다. 데이터 거래에 대한 법적 가이드라인, 데이터 가격산정, 데이터 품질 진단 및 표준화, 데이터의 연계융합 및 보안기술, 데이터 큐레이터 및 법정보학 전문인력 양성 등이 데이터 거래 기반 핵심 사항이다.

언뜻 들으면 '거버넌스(?)'로 보인다. “데이터 거래를 위한 원칙, 제도, 프로세스, 가이드라인 같은 것”이라는 생각도 든다. 하지만 추상적 '거버넌스'가 진짜 되는 '실행력'으로 이어지려면, 거래 과정(프로세스)에 '거버넌스'가 충분히 녹아 들어간 '플랫폼'이 있어야 한다. '플랫폼'이 법적 근거를 가지고 설립이 될 때, 비로소 '데이터거래소(Data Exchange)'로 부를 수 있다.

데이터거래소는 개별 이익을 추구하는 일개 기업에서 시작할 수 있는 일은 아닐 것 같다. 민감한 데이터 거래과정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투명성과 신뢰성을 보장해주는 공신력이다. 상하이거래소의 경우 민관 합작법인으로 설립해, 민간 스타트업 운영방식 같은 활력을 유지하면서도 공신력을 유지하기 위한 제도 관리가 병행된다고 한다. 루용 부사장도 “한국에 대표 거래소가 생긴다면, 국영기관이나 정부투자기관을 중심으로 거래소를 시작”하라고 충고했다. 이들은 이미 공신력을 확보하고 어느 정도 신뢰가 확보돼 일반 사설거래소보다 공신력을 확보할 수 있어 믿을 수 있기 때문이라고 했다.

한국에는 아직 상하이 같은 데이터거래소를 운영하는 곳은 없지만 빅데이터 플랫폼, 데이터 마켓플레이스와 같은 기관과 분야에서 데이터 거래 활성화를 위한 시도를 가속화해 바람직하다. 이들 플랫폼은 의료, 금융 등 분야별로 추진되고 있다. 다만, 덴마크 코펜하겐 데이터 거래소의 디렉터였던 피터 라르센(Peter Larsen)이 걱정했던 바와 같이 데이터는 융합해야 가치가 나오는데 합칠 다른 분야 데이터 소재를 알 수 없거나 제공될 수 없을 때 한계에 부딪혔다고 했다. 데이터 파편화, 동일 데이터를 가지고 어떻게 잘 활용했는지 보여주는 유스 케이스 부재, 경쟁사로 자사 데이터가 흘러들어갈 수 있을 리스크와 플랫폼에 데이터가 경유되는 것에 대한 꺼림칙함, 가격이나 법적인 문제 등 일관된 거래원칙과 기준을 제시하지 못한 것 그리고 데이터 전문인력 부족 등이 코펜하겐 거래소가 운영을 멈추게 된 중요한 이유라고 언급하고 있다.

어떻게 해결할 수 있을까? 그들이 겪은 시행착오를 우리는 극복할 수 있을까? 데이터거래소가 꼭 하나의 해답은 아닐 것이다. 선행돼야 할 것은 앞서 언급한 데이터 거래 활성화를 위한 거래 기반 확립이다. 일관된 원칙과 기준을 가지고 거래할 수 있게 보장해 주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이를 잘 작동시키는 기제는 결국 거래소가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처음부터 모든 산업을 다 포괄하는 하나의 플랫폼에서 출발하기보다 빅데이터 플랫폼 같은 산업 단위 플랫폼으로 시작해서 통합 발전시키고, 2013년부터 운영돼온 '데이터 스토어' 등 기존 거래 프랙티스를 최대한 활용하면 수요도 확보하기 용이하다. 이들을 데이터 거래 통합 플랫폼(platform of platforms) 형태로 묶고, 공급자와 수요자를 엮어 연속으로 회원을 확대하면서 거래 거버넌스 기제를 강화한다면, 진정한 거래소로 거듭나거나 새롭게 탄생할 거래소 기반이 될 수 있다.

유은정 연세대학교 연구교수 eunjung.yu@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