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기관 보건의료 빅데이터 연계 첫걸음…산업계 갈증은 여전

국내 최초로 공공기관이 보유한 보건의료 빅데이터를 단일 시스템에서 활용하는 환경이 마련됐다. 꽉 막혔던 보건의료 빅데이터 활용에 물꼬를 튼다.

보건복지부는 17일 서울 중구 명동 포스트타워에서 보건의료 빅데이터 플랫폼 개통식을 열고, 산하 주요 공공기관 데이터를 민간에 개방했다.

약 1년간 조정·합의를 거쳐 탄생한 보건의료 빅데이터 플랫폼은 건강보험심사평가원, 국민건강보험공단, 질병관리본부, 국립암센터가 보유한 빅데이터를 연계해 단일 시스템에서 연구자가 활용할 수 있는 플랫폼이다. 주요 기능은 △보건의료 빅데이터 활용방안 제안 △보건의료 빅데이터 활용 신청 △보건의료 빅데이터 현황 확인 △공공기관 간 데이터 연계·교류 △개인정보 비식별조치 기능 등이다.

플랫폼 구조도 및 기능 개요(자료: 보건복지부)
플랫폼 구조도 및 기능 개요(자료: 보건복지부)

핵심은 해당 기관에 개별 요청·확인했던 체계가 단일 시스템 안에서 복수 기관 데이터를 한 번에 확인 가능하다는 점이다. 기존엔 암 환자 데이터는 국립암센터에서, 합병증은 건보공단이 보유해 개별로 정보를 요청해야 했다. 플랫폼이 구축되면서 단일 시스템에서 동시에 확인 가능하다. 암호화, 비식별화 등을 거쳐 데이터 유출이나 개인정보 식별 우려를 해소한다.

공공기관이 보유한 보건의료 정보를 물리적으로 단일 시스템 위에 연계한 첫 사례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복지부는 지난해 7월 학계·연구계·의료계·시민사회 단체로 구성된 보건의료 빅데이터 정책심의위원회를 구성, 활용 목적과 데이터 연계·제공방식을 합의했다. 국가적 이슈인 보건의료 빅데이터 활용을 놓고 사회적 합의에 바탕을 둔 시스템이 마련됐다.

오상윤 보건복지부 의료정보정책과장은 “법적으로 완전히 정비돼 보편화된 시스템 구조는 아니지만 처음으로 다기관 데이터가 자동으로 연계된 체계를 갖췄다는 데 의미가 있다”면서 “개별 기관이 데이터를 공유한 사례는 많지만 여러 기관 데이터를 연계·개방한 것은 동아시아 최초”라고 설명했다.

산업계와 전문가는 사회적 합의에 바탕을 둔 첫 플랫폼이 의미가 있지만 보건의료 산업 발전을 견인하기에는 한계가 있다고 지적한다. 데이터는 상업적 목적을 일체 금하며 공공 연구 목적으로만 활용 가능하다. 개방 방식 역시 연구자가 건보공단, 심평원 등 폐쇄된 연구 공간 내에서 열람만 해야 한다.

헬스케어 업계 관계자는 “공익 목적으로 제공하는 데이터는 현재에도 병원 등 여러 곳에서 획득 가능한 채널이 많다”면서 “산업 영역별로 혜택을 보는 곳도 있겠지만 데이터 확보가 필수인 의료AI 등 신산업 영역은 열람만 가능한 체계로는 미흡하다”고 말했다.

개인정보보호법, 의료법 등 기존 의료정보 활용을 가로막는 법·제도 정비와 개방 데이터 품질을 높이는 노력도 필요하다. 보건의료 빅데이터 플랫폼에서 제공하는 정보는 가공하지 않은 원 데이터다. 제한된 시간, 공간에서 열람만 가능한 상황에서 원 데이터를 가공해 원하는 분석 결과를 얻기는 쉽지 않다.

김연수 충남대 신약전문대학원 교수는 “표준화에 기반해 양질 데이터가 얼마나 많은지가 데이터 개방 핵심”이라면서 “이번 개방도 의미가 있지만 제한된 목적과 환경에서 제공하는 만큼 품질을 높여서 활용도를 높일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정용철기자 jungyc@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