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 특별인터뷰Ⅱ] 김창한 펍지 대표 "스스로 가두지 말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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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틀그라운드'는 2017년 출시, 전 세계에서 흥행한 게임이다. 수십 명 게이머가 제한된 공간에 모여 최후 생존자를 다투는 '배틀로열' 장르를 상업화한 첫 작품으로 평가받는다.

배틀그라운드가 출시된 지 얼마 안 된 시점에 “이 게임을 한국에서 만들었다”고 하면 게이머들도 깜짝 놀랐다. 당연히 미국이나 유럽 등 서구권에서 만든 게임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한국 게임업계에서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했을까? 배틀그라운드를 만든 김창한 펍지 대표를 만나 그간 이야기를 들어봤다.

김 대표 개인의 경험은 한국 게임업계에서도 유일무이한 위치를 지닌다. 배틀그라운드는 한국에서 시작된 돌풍이 아니었다. 처음부터 세계시장을 노린 프로젝트를 기획해 단 한번 시도 만에 큰 성공을 거뒀다. 김 대표는 “스스로 경계를 긋고 가두지 말라”고 강조했다.

김창한 펍지 대표 약력

2017 〃 현재펍지주식회사 CEO

2009 〃 2014지노게임즈 CTO/개발 프로듀서

2003 〃 2008넥스트플레이 CTO 겸 테크니컬 디렉터

2000 〃 2003이매직 개발/기획/기술 팀장

1998 〃 2007한국과학기술원(KAIST) 전산학 박사

1997 〃 1998한국과학기술원(KAIST) 전산학 석사

1992 〃 1997한국과학기술원(KAIST) 전산학 학사

김창한 펍지 대표
윤성혁기자 shyoon@etnews.com
<김창한 펍지 대표 윤성혁기자 shyoon@etnews.com>

◆ 누군가에게는 '퍼스트게임'이 된 배틀그라운드

Q. 배틀그라운드가 성공한 게임이지만, 나오기까지 쉽지 않았다. 검증된 시장이 아니었는데 어떤 확신을 가지고 개발을 시작했나?

김창한 대표(이하 김): 처음부터 이 정도 성공을 확신한 것은 아니었다. 예상할 수 없는 결과는 계획할 수 없다. 다만 제약을 두지 않았다. 당시 1인칭슈팅(FPS) 장르는 국내외를 막론하고 수천만명 팬이 있었다. 잠재력이 큰 시장이었다. 사이즈는 크지 않았을지라도 골수팬이 있어 분명한 시장이 존재했다고 판단했다. 성공은 함부로 예측하지 않았다.

Q. 개발 당시 소속이던 블루홀은 경영상황이 좋은 편이 아니었다. 경영진을 설득하기는 쉽지 않았을 텐데?

김. 블루홀(현 크래프톤)이라서가 아니라, 어느 회사에서든 쉽지 않았을 것이다. 국내 게임업계는 대부분 해본 것을 바탕으로 다음 프로젝트를 기획한다. '해보지 않은 장르' '미국을 타깃으로 하는 게임'을 가지고 프로젝트를 시작하기 어려웠다. 하지만, 큰 성공은 그동안 해보지 않은 것을 시도해야 얻을 수 있다. 배틀로얄 장르는 다수의 플레이어가 함께 하는 온라인 게임이기 때문에 온라인 게임 경험이 쌓인 한국이 잘 만들 수 있다고 주장했다.

배틀그라운드는 당시 많은 사람이 반대했다. 장병규 블루홀 의장이 지지해주었다.

장 의장은 도전을 강조하는 사람이었다. 짧은 기간에 글로벌 도전을 해보겠다는 것은 긍정적으로 봤다. 외국인 개발자 브렌든 그린과 함께 글로벌 도전을 해보겠다고 장병규 의장과 이야기 했다. 브렌든 그린이 대중적으로 유명한 것은 아니었지만, 당시 'Mod DB'라는 사이트에서는 잘 알려진 사람이었다. 스팀 출시 경험 등 글로벌 도전 의미를 살리자고 주장했다. 큰 성공을 하겠다고는 얘기하지 않았다.

경영진들은 수치(예상 판매량, 예상 수익 등)와 관련된 질문을 계속 했다. 나는 그러한 것들은 예상할 수 없다고 답했다. 사실 BEP(손익분기점)을 맞추는 것 이상의 목표는 없었다. 게임 비즈니스는 이 같이 접근하는 것이 맞다고 주장했다. 개발을 위해 약 3개월을 설득했고, 이후 개발에는 딱 1년이 걸렸다.

Q. 처음에 몇 명으로 시작했는가? 지금은 몇 명이서 게임을 만드는가?

김. 시작은 20명이었다. 얼리억세스 출시 때는 40명이었다. 지금은 해외 지사를 포함해, 개발 및 지원부서 인원 700~800명이 근무한다. 미국에 센트럴 퍼블리싱, 개발팀이 있고, 암스테르담에 유럽 지사와 신작 개발팀이 있다. 이외 중국과 일본에도 직원이 있다.

Q. 배틀그라운드는 하루 접속 인원이 어떻게 되나?

김. 주말 기준으로 중국을 제외하고 일평균활성 이용자수(DAU, 중복제외) 약 5500만 명이다. (PC와 모바일) 중국을 포함하면 숫자 왜곡이 크기 때문에 제외한다.

Q. 얼리억세스 후 폭발적으로 반응을 얻을 때 개인적으로 어떤 감정이 들었나?

김. 얼리억세스는 게임을 완성되지 않은 상태로 론칭하는 것이다. 당시 '6개월이라도 더 만들고 런칭하는 것이 맞지 않냐'는 의견도 있었다. 나는 두 가지 생각이 들었다. 우선 당시 개발비가 남지 않아 어쨌든 출시해야 했다. 두 번째는 이런 종류 게임은 타이밍이 중요하다. 그 시기를 놓치면 안 된다고 생각했다. 시간을 많이 써서 완성도를 높이는 것도 중요하지만, 코어 플레이어가 탄탄하다면 시기를 맞추는 것이 중요하다고 판단했다.

연예인들이 갑자기 인기를 얻었을 때 공황장애가 오듯이, 기뻐야 하는데 정작 반응이 뜨거우니 두려움을 느꼈다. 정보가 많이 들어오는데 처리하는 데에 용량이 부족한 느낌이었다.

개인을 넘어 국가적으로 봤을 때 이 기회를 놓치지 않고 최대한 살려야 하는 것이 가치가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Q. 얼리억세스까지 개발비는 어느 정도 사용했는가? 현재까지 누적 매출은?

김. 마케팅 비용까지 포함해서 약 40~50억 정도를 썼다. 현재까지 PC와 콘솔을 포함해 6500만장이 팔렸다. 올해 상반기 매출만 4000억원이 넘는다. 출시이후 누적 매출은 1조8000억원이다. 접속량은 모바일이 PC의 10배 정도 많다. 처음에는 콘솔과 모바일은 생각도 안 했고, 서구권 PC 유저가 타깃이었다. 그런데 서구권뿐 아니라 아시아, 특히 PVP 선호도가 낮은 일본에서까지 반응이 좋았다. 게임을 안 하던 국가인 인도, 중동에서도 많이 즐기고 있다. 인도와 중동에서는 배틀그라운드 모바일이 퍼스트게임(first game)이 됐다. 우리나라에서 '스타크래프트'가 그랬던 것처럼 태어나서 처음 제대로 즐긴 게임이 '배틀그라운드'인 사람도 많다.

김창한 펍지 대표
윤성혁기자 shyoon@etnews.com
<김창한 펍지 대표 윤성혁기자 shyoon@etnews.com>

◆ 글로벌 개발, '뜻이 있으면 길이 있다'

Q. 펍지 내 한국인과 외국인 비중이 어떤가?

김. 6:4 비중으로 한국인과 외국인 임직원 비율이 나뉜다. 한국 본사, 북미, 유럽, 일본, 중국 등 전 세계 다수 지역에서 근무하고 있다.

Q. 글로벌에서 개발자를 모은 이유는 무엇인가?

김. 안 해본 것을 해야 된다는 생각으로 개발을 시작했기 때문에 필요한 것이 있으면 시도하겠다는 생각이었다. 배틀그라운드는 한국이 아닌 서구권을 타깃으로 한 게임이었다. 서구권 사람들과 개발을 못 할 이유가 없다고 생각했다. 온라인으로도 협업을 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그래서 초기부터 브렌든 그린을 비롯해 약 10명의 외국인 개발자들이 함께했다. 그중 일부는 온라인으로 하며 가끔 출장을 오고, 일부는 한국에 와서 개발했다. 다양한 국가 사람들과 함께 일하는 것이 어렵긴 하다. 어려운지 쉬운지를 따질 문제가 아니라, '해야되는지' 당위성의 문제라고 생각한다.

Q. 배틀그라운드를 만든 형태는 당시 한국 게임산업에서는 특이한 방법이었을 것 같다

김. 외국인을 1, 2명 고용하는 경우는 있어도 이렇게 높은 비중으로 외국인 개발자들과 협업 하는 경우는 없었다. 미국 매드글로리와 유럽 암스테르담 지사의 경우, 해당 지역에서 일하던 개발자들이 인력을 확장하면서 해당 지역에 지사를 설립하게 된 것이다.

게임은 기술 기반이긴 하지만 문화 콘텐츠라고 생각한다. 문화는 공부로 되지 않는 부분이 많다. 그 나라에서 나고 자란 사람과 같이 일한 사람과 일한 것이 배틀그라운드에 많이 녹아들었고, 덕분에 한국 색깔이 많이 묻지 않을 수 있었다.

Q. 글로벌 전역에서 개발을 하다보면 당위성을 강조하더라도 현실적으로 소통에 어려움이 있을 것인데 어떻게 해결하는가?

김. 국내에서 서구 사업을 하면 영어가 되지 않으면 제약이 있다고 느낀다. 나도 영어를 잘 하지 못해서, 브렌든 그린을 데려오자마자 동시통역사를 고용했다. 펍지 안에서는 지금도 영어를 못 하더라도 언어적 한계를 느끼지 않는다. 펍지는 통번역사 20명 이상이 별도의 팀으로, 통번역 업무만을 전담하고 있다. 영어를 못해 협업이 안되는 경우는 없다.

◆ 한국 게임업계 '스스로 가둘 필요 없다'

Q. 2019년 한국게임산업에 가장 필요한 것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김. 게임은 콘텐츠다. 매출을 떠나 시대에 맞는 새로운 재미를 계속해 만들어야 한다. 새로운 것은 새로운 시도를 통해서만 나온다. 그 시도는 비즈니스가 될 정도의 것이어야 한다. 한국 안에서만 갇혀서는 새로운 도전을 하기 어렵다. 배틀그라운드를 낼 때 한국에서 대중적으로 될 만한 장르가 아니었다.

배틀그라운드 출시 당시 스팀(출시 플랫폼) 유저가 1억명이었는데, 이렇게 모수가 크면 메이저하지 않은 것을 해도 손익분기점(BEP)을 맞출 수 있다. 한국 내 매출 규모만 가지고 하면 새로운 시도 자체가 어렵다. 모수가 큰 글로벌을 타깃으로 해야한다. 일례로 모바일 게임은 중국에서 더 크리에이티브한 게임이 더 많이 나온다. 그 이유는 중국 시장이 크기 때문이다. 우리는 인구가 적으므로 글로벌 시장을 타깃으로 해야 한다.

Q. 한국의 각 게임사나 개발자는 무엇을 해야하나?

김. 핵심 경쟁력을 찾아야 한다. 잘하는 것을 시도하면서, 글로벌 여러 국가 장점을 합쳐야 된다. 스스로 가둘 필요가 없다. 우리가 잘하는 것이 분명하기 때문에 그것을 중심으로 하면 된다. 해외에서 미팅을 하면서 여러 게임업계 사람을 만나면, 한국이 문화적으로 독특하다고 한다. 한국은 아시아 문화이면서 미국의 문화도 이해한다는 것이다. 경제가 많이 성장하면서 세련미도 많이 올라온 것이 장점이라고 한다.

Q. 게임은 여전히 매력적인 산업인가?

김. 배틀그라운드가 30~40명 인원으로 1년간 개발을 해왔고, 세계에 다방면으로 영향을 미쳤다. 산업적으로 글로벌 영향을 미치려면, 차세대 게임을 할 수 있는 자본, 회사, 플랫폼이 필요하다. 과연 게임말고 그렇게 적은 인원으로 세계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것이 또 있을까?

Q. 펍지가 바라는 인재상은 무엇인가?

김. 펍지의 네 가지 핵심가치는 △팬을 우선시하는 자세 △퀄리티에 대한 집요함 △발전을 위한 과감한 도전 △함께 하는 열린 마음이다. 공식적으로 강조하고 있다. 게임 회사에 다니려면 남들이 즐기는 것을 만드는 것을 업으로 인식해야 한다.

김창한 펍지 대표
윤성혁기자 shyoon@etnews.com
<김창한 펍지 대표 윤성혁기자 shyoon@etnews.com>

김시소 게임/인터넷 전문기자 siso@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