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계·안경 위장 초소형 카메라, 기업 기밀 자료 노린다

시계·안경 위장 초소형 카메라, 기업 기밀 자료 노린다

# 최근 대기업 A사는 300여장 설계도면이 외부로 유출되는 사고를 겪었다. 내부 연구소 직원이 소형 카메라를 악용했다. A사는 스마트폰 카메라 촬영을 막는 모바일 보안솔루션(MDM)을 도입했으나 초소형 아날로그 카메라까지는 막지 못했다.

최근 몰래카메라 용도로 악용되는 시계, 안경 형태 카메라가 기업 내부 자료를 유출하는 도난장비로 악용돼 기업이 골머리를 앓는다. 생산현장에 있는 키오스크 화면 생산도면을 빼돌리기 위해 내부, 협력사 직원이 초소형 카메라로 찍어 유출하는 사례가 일부 기업을 중심으로 사고가 보고된다. 각종 기술유출 방지 보안 솔루션을 갖춘 대기업이 사고에 노출되면서 보안에 취약한 중소기업까지 비상이다.

업계 관계자는 “원격제어 소프트웨어(SW) 등을 이용해 업무를 진행하는 경우 기술 유출에 대응하지만 초소형 카메라로 촬영하거나 이미지를 캡처하는 것을 막기 어렵다”면서 “시계, 안경, 모자 형태로 된 카메라를 외관으로 구별하기 어렵고, 의심된다 해도 사생활 문제와 연관 돼 사실상 통제 사각지대에 있다”고 말했다.

최근 판매되는 초소형 카메라는 일반 생활제품과 다르지 않아 카메라를 식별하기 어렵다. 시계, 볼펜, 안경, 스마트키, 라이터, USB, 탁상시계, 열쇠고리 등 형태도 다양하다. 과거 저화질 초소형 카메라와 달리 화질도 풀HD 급으로 선명한 촬영 가능하다. 실제 판매되는 손바닥 크기 초소형 탁상시계 카메라는 풀HD화질을 갖추고 있으며 PC, 스마트폰 원격 제어까지 가능하다는 안내를 덧붙인다.

오픈마켓에서 판매중인 탁상시계 캠코더 카메라
오픈마켓에서 판매중인 탁상시계 캠코더 카메라

구매도 어렵지 않다. 초소형 카메라가 성범죄 등 악용되자 이커머스 등지에서 검색을 제한했다. 그러나 여전히 일부 오픈마켓에서는 '테이블 시계 카메라' '시계 카메라' '안경 카메라' 등으로 검색하자 관련 상품 구입 가능했다. 해당 제품이 '몰래카메라' 등을 명시하지 않았지만 시계, 안경 등 제품과 구별이 어려운 만큼 악용 위협 높다.

전문가는 초소형 카메라를 통한 기업 핵심기술 유출 등 범죄 악용은 앞으로도 계속 될 수 있다고 지적한다. 기술 유출 등에 쉽게 노출된 중소기업에는 더 치명적이다. 실제 중소벤처기업부가 발간한 '2017 중소기업 기술보호 실태조사'에 따르면 중소기업 기술 유출 수단 가운데 휴대용 저장장치(38.6%)가 가장 많은 비율을 차지했으며 스마트폰 카메라 등 사진자료도 11.4%에 달했다.

이형택 이노티움 대표는 “첨단 카메라 촬영으로 발생하는 산업기술 유출은 기업 보안의 치명적”이라면서 “스마트폰 등 모바일 기기 촬영 제한 솔루션뿐 아니라 아날로그 카메라 등에 대한 보안대책 마련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정영일기자 jung01@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