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해설]ICT 장비 업계 "공공기관, 자동차로 충분한데 고속열차 스펙 요구"

[뉴스해설]ICT 장비 업계 "공공기관, 자동차로 충분한데 고속열차 스펙 요구"
📁관련 통계자료 다운로드2018년 공공부문 ICT 장비 외신 비율

공공부문 정보통신기술(ICT) 국산화율 통계는 'ICT 강국'과 '세계 최고 전자정부'를 자처하는 우리나라가 처한 현실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세계에서 가장 빠르고 편리한 전자정부 환경을 구축했지만 ICT 장비와 소프트웨어는 외산 일색이다.

전자정부 구축을 본격 추진한 지 20년이 지났음에도 외산 의존 상황이 크게 개선되지 않았다는 점은 뼈아픈 사실이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수년 전부터 범부처 차원에서 추진한 ICT 장비 산업 살리기도 합격점을 받기 어렵다는 게 대체적 평가다.

행정안전부 '공공부문 정보자원 현황'에 따르면 2018년 기준 1098개 공공기관이 사용하는 ICT 장비 70.9%, 소프트웨어 57.6%가 외산이다.

공공기관 ICT 장비 국산화율은 2014년 24.4%, 2015년 26.1%, 2016년 27.7%, 2017년 29.1%로 개선되고 있지만 민간부문보다 국산화율이 저조한 상황이다.

공공기관 통신장비 국산화율은 28%에 불과하지만 지난해 기준 통신 3사 장비 국산화율이 66.8%에 이른 것과 비교된다. 무선을 제외하고 유선 장비만 보더라도 지난해 통신 3사 국산화율은 39.1%였던 반면에 공공기관은 28%에 그쳤다.

정부는 2013년 당시 '2017년 ICT 장비 5대 생산 국가 도약'을 목표로 부처합동 'ICT 장비산업 경쟁력 강화전략'을 내놨지만 아직까지 목표가 달성됐는지는 의문이다.

5세대(5G) 이동통신을 계기로 세계 시장에서 점유율을 높이고 있는 삼성전자를 제외하면 대부분 ICT 장비 기업이 연매출 1000억원 내외에서 성장하지 못하고 있다.

소프트웨어(SW)는 공공부문 국산화율이 40%대를 넘어섰지만 주요 SW는 여전히 외산 종속을 벗어나지 못한다.

데이터베이스관리시스템(DBMS)은 민간 기업의 국산 채택이 많지만 공공은 여전히 국산 DBMS 비율이 10.48% 수준에 머물렀다. 10여년 전 5%대 수준에 비해 증가했지만 소폭 증가에 그쳤다.

최근 클라우드 도입 등으로 중요해진 '백업 SW'도 마찬가지다. 국산 백업 SW 대체재가 존재하지만 국산화율은 21.96%에 그쳤다.

ICT 업계는 무엇보다 정정당당하게 외산과 '기술 대 기술'로 승부할 수 있는 공공시장을 만들어 달라고 주문했다. 기술력이 부족한 분야는 중장기 대책으로 미뤄야 하겠지만 당장 기술력을 확보했음에도 '국산'이라는 이유로 공공부문의 신뢰를 얻지 못하는 현실을 개탄했다.

외산 위주 시뮬레이션 SW를 국산화한 김진현 이에이트 대표는 “공공기관에 제품을 납품하기로 했는데 공무원이 외산으로 바꾸고 싶다며 노골적으로 입찰에 참여하지 말라는 얘기를 했다”면서 “경쟁 기회조차 주지 않는 경우도 많고 경쟁하더라도 외산 선호 인식이 팽배해 경쟁하기가 쉽지 않다”며 어려움을 토로했다.

주대철 방송통신산업협동조합 이사장은 “중형 자동차로 충분한데 고속열차 수준을 요구해 국내 기업이 설 자리를 잃게 하는 관행이 공공기관에 여전히 많다”면서 “기준을 통과한 국산 장비를 사용하다가 문제가 생기더라도 담당자에게 책임을 묻지 않는 등 국산 제품 활성화 대책이 마련돼야 한다”고 주문했다.


2018 공공부문 ICT 장비 외산 비율
자료 : 행정안전부(소수 둘째자리 반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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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주기자 kyj@etnews.com, 김지선기자 river@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