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단상]AI네이티브와 마이 디지털 트윈

[ET단상]AI네이티브와 마이 디지털 트윈

1990년대에 들어와 PC와 인터넷이 짝을 만나 정보통신 신세계를 열었다. 2020년대 이후는 인공지능(AI), 사물인터넷(IoT), 빅데이터(BD) 삼위일체로 만물지능 정보통신기술(ICT)이라는 새 지평이 펼쳐질 것이다. 그것은 AI를 구성 요소로 하는 수많은 AI 시스템 간 상호 연계와 분산 제어로 경제·사회 변혁이 가속되는 기술과 시스템의 총체다.

앞으로 태어날 아이들은 일생 대부분을 AI 네이티브로서 살아가게 된다. 그들은 사이버 세계와 물리 세계 간 경계를 의식하지 않는다. 이들 세대는 고성능 에지 디바이스와 클라우드 AI 환경을 누비면서 자신의 분신인 '마이 디지털 트윈' 및 경험을 공유하면서 공생한다.

AI네이티브의 관심은 더 이상 초연결 네트워킹 서비스에 있지 않다. 자신의 디지털 트윈에 최적화된 컴퓨팅 환경과 현재 물리 환경이 일체화된 동기형 자율 서비스를 원하기 때문이다. 디지털 트윈은 현실 세계에 근거한 상황 추론과 적절한 의사결정을 지원하는 나의 대리인이자 정보유기체이기도 하다.

자신이 처해 있는 물리 공간을 사이버 공간 상에 실시간 복제하고 미래에 발생할 사건을 예측하는 똑똑한 시뮬레이터다. 현재의 디지털 트윈은 설계 단계에서 설정된 상황이나 물리 변량에 반응하는 단순 재현에 불과하다.

진정한 디지털 트윈 생태계를 위해서는 몇 가지 조건을 충족시켜야 한다. 디지털 트윈 혁신은 현실 세계에 존재하는 제품이나 설비의 지금 상태를 그대로 보여 준다. 이를테면 생산 단계에서 발생하는 오류 발견과 처리, 사용 단계에서 동작 상황과 유지·보수 및 적절한 조치에 따른 결과를 리얼하게 재현한다.

둘째 마이 디지털 트윈은 고차원 정보처리 역량을 탑재한 차세대 반도체 생태계에서 그 위력을 발휘할 것이다. 설계 데이터와 현실세계 제품 및 설비는 차이가 있다. 특정 시점에서 획득한 정보를 근거로 작성된 디지털 트윈은 시간이 경과하면 정확도가 떨어지게 된다. 그러므로 디지털 트윈을 최신 상태로 유지하는 자율 지능형 아키텍처가 관건이다.

셋째 현실세계의 삼라만상은 끊임없이 변화한다. 같은 공정에서 대량 생산된 제품이라 하더라도 실제로 시장에서 사용되는 개별 제품 상태는 서로 다르다. 진화된 디지털 트윈은 산출물 각각 차이를 극명하게 시공간으로 표현하면서 그동안의 과정을 추적하고 미래 경로를 예측할 수 있어야 한다.

필자는 이상에서 고찰한 만물지능 ICT, AI 네이티브, 디지털 트윈에 최적화된 스마트 국가 모델을 '디지털 트윈 기반 국가'라고 명명해 본다. 여기서는 국가 시스템 운용 단계별 역할과 기능이 디지털 트윈으로 재구성되고, 일정 조건에서 각 행위 주체의 행동은 시뮬레이션으로 검증될 수 있다.

정부, 국회, 사법부 등이 디지털 트윈 환경으로 최적화되면 운용 전 주기의 투명성 확보는 물론 행위 주체의 임무와 책임도 명확해진다. 또 모든 국민이 안전한 마이 디지털 트윈 환경을 기본권으로 향유할 수 있도록 함이 옳다. AI 네이티브는 국가의 의사결정에 능동 주체로 참여하고, 쟁점 사안은 즉시 소명될 수 있는 신뢰 국가를 소망하기 때문이다.

필자는 이러한 국민 디지털 트윈 국가를 AI 입국 혁신 전략 모델로 삼을 것을 제안한다. 디지털 트윈 국가는 초관리 국가 모델이 아니다. 현재 인력과 비용 투입으로도 생산성이 10배, 100배 높고 지속 가능한 혁신 국가상이다. 오늘날의 국가 과제를 근원부터 해결 가능한 한국형 4차 산업혁명 국가 모델이 될 수 있다.

하원규 미래학자·디지털 토굴인 hawongyu@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