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 37주년 기념사]산업 지형을 'AI'로 바꾸자

[창간 37주년 기념사]산업 지형을 'AI'로 바꾸자

경제가 엄혹하다. 시장 활력이 떨어졌고 산업의 역동성도 사라졌다. 기업도 정확한 좌표를 찾지 못하고 우왕좌왕하고 있다. 설상가상으로 탈출구는 보이지 않는다. 경기는 사이클이라지만 끝이 보이지 않는 터널 같은 상황은 처음이다. 정치 논리가 경제를 짓누르면서 먹구름만 잔뜩 드리워져 있다. 오죽하면 최근 박용만 대한상의 회장이 “우리 경제는 버려지고 잊혀진 자식같다”며 공개적으로 쓴소리를 쏟아냈다. 미-중 무역 전쟁, 일본의 대 한국 수출 규제, 세계 경기하락 등 안팎의 악재는 늘어가는데 정작 우리 경제는 정치권에 발목이 잡혀 꼼짝달싹도 못하는 현실을 하소연한 것이다.

성장엔진은 식을 대로 식었다. 기업 투자는 주춤하고, 영업이익은 하락세로 돌아섰으며, 수출과 내수 부진으로 저성장 기조가 굳어졌다. 경제 삼각축인 투자, 소비, 수출은 당장 손봐도 늦을 정도로 금이 가기 시작했다. 한순간에 무너진 둑방으로 전락할 수 있다. 한국은행이 3764개 외부 감사 법인 중심으로 조사한 2분기 실적은 경제의 민낯을 그대로 보여 준다. 대상 법인의 매출은 전년에 비해 1.1% 감소했다. 1분기(-2.4%)에 이어 2분기 연속 하락했다. 영업이익도 2.5%포인트(P) 하락한 5.2%에 그쳤다. 매출과 이익 모두 우울한 성적표를 받았다.

수출은 어떤가. 지난해 12월 이후 9개월 연속 역성장 늪에서 허우적거리고 있다. 주력 수출품인 반도체는 8월 79억8000만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30.7%나 감소했다. 간판 기업인 삼성전자는 2분기 반도체 실적이 영업이익이 전년과 비교해 71% 줄었다. SK하이닉스도 89%나 감소했다. 수출 하락세는 올해 안 반등이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기업 설비투자도 7월에 지난해와 대비해 -4.7%로 떨어져 지난해 11월(-10.4%) 이후 9개월째 마이너스를 기록하고 있다.

내수 경기도 먹구름이다. 8월 소비자 심리지수(CSI)는 92.5로 얼어붙었다. 특히 같은 달 소비자물가지수는 지난해에 비해 0.04%로 떨어지면서 긴장감을 높였다. 1965년 이후 처음으로 마이너스를 기록한 것이다. 정부는 일시 현상이라고 선을 그었지만 이미 세계적으로 저성장과 저물가 기조가 굳어져서 우리 경제도 예외일 수 없다. 급기야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는 1분기 2.5%에서 2분기 2.2%, 3분기 2.0%로 3개월마다 곤두박질쳤다. 한마디로 성장, 소비, 투자, 수출 등 모든 경제 지표가 일제히 '빨간불'이다. 사방에 불길한 징후뿐이다.

성과를 내지 못하는 경제정책이 가장 큰 문제다. 그러나 정책이 궤도에 오른다 해도 전방위로 수축되는 경제 흐름을 막기에는 역부족이다. 기존 산업 지형으로 성장하기에는 한계가 왔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우리 경제를 이끌어 온 전통 제조업 위주의 성장 전략은 이미 꼭짓점을 찍었다. 일시 요법이 아닌 근본 처방이 필요하다. 모든 경제지표가 동시에 부진하다는 사실은 산업 구조를 뿌리부터 손봐야 한다는 증거다. 더 이상 과거 경제 성장 관행이나 가치관에 머물러서는 미래를 기약할 수 없다.

산업 구조를 업그레이드해야 한다. 산업 지형을 과감하게 개조할 시점이 왔다. 신산업으로 패러다임을 전환해 혁신 성장을 위한 기반을 갖춰야 할 때다. 우리는 4차 산업혁명이라는 전환의 시대를 맞았다. 시장이 바뀌고 기술도 진화했으며, 무엇보다 소비자가 변했다. 전통 제조업이라 하더라도 우리만의 핵심 경쟁력을 갖춘 고부가 가치 분야로의 전환이 이뤄질 수 있는 '업그레이드 전략'이 필요하다. 20~30년 전의 주력 산업에 안주해서는 안 된다. 기존 산업을 바꾸고 신산업으로 성장의 무게 중심을 바꿔야 한다.

새로운 산업 지형을 위한 기반 엔진이 바로 '인공지능(AI)'이다. AI는 혁신 성장을 위한 인프라다. 인터넷처럼 모든 산업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일반기술(General Technology)'이다. 이미 미국과 중국은 AI 패권을 위해 물밑에서 주도권 다툼을 치열하게 전개하고 있다. 우리는 늦은 감마저 있다. 100년 이상 산업화에 뒤진 우리가 단기간에 선진국을 따라잡은 것은 정보화에 앞섰기 때문이다. 정보화에서 한 단계 더 도약을 위한 지렛대가 바로 'AI'다. AI 생태계 중심으로 산업 전반을 개조해야 한다. AI 강국으로 우뚝 서야 대한민국 미래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