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논단]위해정보의 공유, 소비자 안전 위한 새로운 출발

이희숙 한국소비자원 원장
이희숙 한국소비자원 원장

소비자 정책의 종합 추진을 위한 기본 사항을 규정한 소비자기본법은 총 11개장으로 구성돼 있다. 제7장에서는 소비자 안전과 관련한 사항을 별도로 규정하고 있고, 같은 장 제3절에서는 소비자안전센터 설치와 위해 정보의 수집·처리에 관해 규정하고 있는 등 소비자 정책에서 소비자 안전이 차지하는 위치와 위해 정보의 중요성을 알 수 있다.

그렇다면 위해 정보란 무엇인가. 위해 정보는 부상이나 피해를 뜻하는 'Injury'와 정보를 의미하는 'Information'이 합쳐진 Injury Information을 우리말로 번역한 것이다. 소비자기본법에서는 이를 '물품 또는 용역으로 인하여 소비자의 생명·신체 또는 재산에 위해가 발생하였거나 발생할 우려가 있는 사안에 대한 정보'로 정의하고 있다. 쉽게 말하면 소비물품 등으로 인해 소비자에게 발생하는 현재 또는 잠재성 위해에 관한 정보를 의미한다.

한국소비자원에는 이와 같은 위해 정보를 수집·처리하고 소비자 안전과 관련한 다양한 사업을 수행하기 위한 법정 기구인 소비자안전센터를 두고 있다. 센터에서는 위해정보제출기관으로 지정된 62개 병원과 18개 소방서를 비롯해 1372소비자상담과 피해구제 데이터 등을 통해 연간 7만여건의 위해 정보를 수집하고 있다. 수집된 위해 정보는 소비자원의 위해감시시스템(CISS)을 통해 분석·정리돼 언론보도, 사실공표, 시정권고 등 다양한 형태로 활용된다.

또 소비자원의 건의를 통해 관련 부처나 지방자치단체에서 법령 또는 제도를 개선하는 데 활용되기도 한다. 이에 따라 위해 정보는 소비자 안전 정책의 핵심 도구이자 소비자 안전의 출발점이라 볼 수 있다.

국내에는 소비자원의 CISS 이외에도 여러 부처에서 소관 품목과 관련한 위해정보시스템을 운영하고 있다. 예컨대 생활 제품의 안전관리를 담당하는 국가기술표준원에는 제품안전정보센터(Safety KOREA), 식품의약품안전처에는 식품안전정보포털(식품안전나라), 환경부에는 생활환경안전정보시스템(초록누리) 등이 각각 있다.

이들 위해정보시스템은 주로 부처의 소관 품목과 관련한 안전 정책 마련 및 집행에 활용된다. 그렇지만 그동안 부처별 위해정보시스템이 분리·운영되다 보니 정보 공유를 통한 정책 시너지가 나지 않는다는 지적이 제기돼 왔다. 미국 소비자제품안전위원회(CPSC)의 전미위해감시시스템(NEISS)이나 일본 소비자청의 사고정보데이터뱅크시스템 등 해외 주요 위해정보시스템과 같은 위해 정보의 통합 관리도 미흡한 실정이다.

다행히 올해 초 소비자원의 CISS 위해 정보를 환경부, 식약처, 국표원 등 소비자안전 담당 주요 정부기관과 공유하기로 하면서 7월 1일부터 이들 기관에 위해 정보를 실시간 개방하고 있다. 소비자 안전을 위한 거버넌스의 첫발을 내디딘 셈이다. 이를 통해 앞으로 정부가 위해 요소를 조기 탐지하고 대응하는 것이 가능해지고, 소관 부처에서 데이터 기반의 안전 정책 수립에도 상당한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향후 위해 정보의 양방향 공유 및 통합 관리를 위한 '위해정보통합관리시스템'(가칭) 구축에도 관심과 노력이 모아지길 기대한다.

이러한 협업과 노력이 계속된다면 정부와 기업, 소비자의 안전 역량이 향상되고 소비자안전정책이 더욱 촘촘해져서 제2의 가습기살균제 비극을 막는 데도 큰 도움이 될 것이다. 위해 정보 공유, 이는 소비자 안전을 위한 새로운 출발이다.

이희숙 한국소비자원 원장 leehs@kca.g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