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망경]WTO 양자 협상

[관망경]WTO 양자 협상

우리 정부가 일본의 수출 규제를 세계무역기구(WTO) 제소를 준비하고 있는 가운데 일본이 우리의 양자협의 요청을 받아들였다.

WTO 제소를 위해서는 분쟁 해결을 위한 패널(DSP)을 설치해야 한다. 패널 설치 조건은 WTO 제소 이후 피소국에 양자 협의를 요청, 열흘 이내 해당국의 수락 의사가 없으면 바로 설치를 요구할 수 있다.

양자 협의에 응할 땐 60일 동안의 양자 간 회의 이후 협의에 실패하면 패널이 설치된다. 우리가 지난 11일 WTO 협상 요청을 한 만큼 20일이 일본이 양자 협의 요청에 대한 마지막 응대 시점인 셈이었다. 양국은 이제 60일 동안 협의에 들어간다.

최상의 시나리오는 일본이 60일 사이에 우리 측 요구를 받아들여 수출 규제 조치를 철회하는 것이다. 그러나 양국 관계를 그렇게 긍정적으로 보기는 쉽지 않다. 양국의 정치 체계와 과거 역사 인식 문제가 서로 발목을 잡고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양국 국민의 상대국에 대한 감정도 우호적이지 않다.

그 사이 피해를 본 곳은 양국의 경제 주체인 기업이다. 특히 우리나라 기업은 일본의 3개 반도체 물질의 수출 규제로 인해 대체재를 찾기 위해 분주하다. 제조에도 차질을 빚을 것이란 우려도 여전히 나온다. 일본 기업도 우리나라에 제때 수출을 하지 못하면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양국 간 협상은 양국 정부 관계자의 만남이 정부나 정권 차원 자존심을 세우는 방향으로 흐른다면 결코 해답을 찾기 어렵다. 양국 모두 협상장에서 기업의 어려움을 먼저 헤아리는 모습을 보여 주길 기대한다.

이경민기자 kmlee@etnews.com